“설마 했던 니들이 왜 거기서 나와?”
※ 참고 사항
구급대원 썰수첩은 구급대원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행복동 한 빌라, 야심한 새벽
'내가 먹고 있는 정신과 약을 50봉지씩 먹고 자살하겠다.'라고 신고한 40대 여성
집에 진입하자마자 식탁에 쌓여있는 빈약 봉지만 60봉.
침대에 걸터앉아 무표정으로 구급대원들을 응시하는 여성 환자.
침대 아래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아닌 깡 소주병들.
"왜 오셨어요? 그냥 가세요. 아직 안 먹었어요."
김행복 대원은 약봉지를 들어 성분을 본다.
‘리리카(Pregabalin)’
"이거 포함 60봉지 먹고 저렇게 멀쩡하게 말할 리가 없는데…."
김행복 대원과 다른 동료들은 식탁 주변 휴지통과 서랍을 뒤진다.
같이 출동 나온 경찰들도 화장실 안의 휴지통을 뒤져 본다.
혹시나 몰라서 김행복 대원이 화장실의 변기통을 열어본다.
구급대원들과 경찰들이 거실로 모인다.
구급대원1이 한숨을 쉬며 환자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번뜩 무언가 생각 난 표정으로 뒤를 돌아 싱크대 하수구 뚜껑을 열어본다.
구급대원1은 설마 하는 생각에 싱크대 하수구 뚜껑을 열어본다.
걸러진 음식물들이 잔뜩 있어야 할 싱크대 하수구.
미처 녹지 못한 수십 개의 정질캡슐형 알약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거의 녹은 정제형 캡슐의 약들.
김행복 대원이 한숨을 쉰다.
“설마 했던 니들이 왜 거기서 나와?"
환자를 조용히 타이르고 있는 선임들에게 보여준다.
뒤에 멍하니 서 있던 지친 표정의 경찰들도 하수구를 보더니 어이없어한다.
경찰관들이 하수구 사진을 찍는다.
1시간의 설득 끝에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한다.
환자를 설득하기까지 걸린 시간 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