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썰수첩 #55

‘주취자’

※ 참고 사항

구급대원 썰수첩은 구급대원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14시, 행복동 옆 소망동에서 출동이 들어온다.

'어지럽고 못 걷겠다.'

구급대원1이 보조석 창문으로 밖을 보며 투덜댄다.

“소망 구급대 어디 갔어!”

행복 구급차가 빌라 앞 도로에 도착한다.

낡은 빌라 앞.

공사 후 버려진 듯한 타일이 가득 들어 있는 쌀 포대.

포대 위에 앉아 비틀거리는 중년 남성.

구급대원들이 차에서 내려 남성에게 물어본다.

“혹시 신고하셨어요?”

남성이 어눌한 말투로 대답한다.

“네.”

중년 남성이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남성의 두서없는 이야기 중 구급대원1이 남성의 말을 끊는다.

“병원 가려고 신고하셨으면, 묻는 말에 대답 좀 해주세요. 그래야 어디 병원 갈지 정하죠.”

구급대원의 단호한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 하지 않는 중년 남성.

구급대원1이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다 표정을 찡그리며 말한다.

“혹시 술 드세요? 술 냄새가 나는데, 오늘도 먹었어요?” (`Д´)

“평소에 막걸리 두세 병은 마셔요.”

구급대원1이 표정 변화 없이 말한다.

“식사는 하시면서 술 먹나요?”

고개를 다시 푹 숙이고 한참 뒤에 남성이 말한다.

“말해 뭐해요, 밥도 안 들어가고…. (의미 없는 이야기 생략)”

구급대원1이 말한다.

“그니까, 네? 밥 잘 안 먹고 술만 먹는다는 거예요?”

남성이 말한다.

“집에 쌀알만 있수다.”

구급대원1이 말한다.

“핸드폰 잠깐 주시겠어요, 단순 술 취한 거로 병원 못 가니까요. 보호자 없어요?”

환자가 주섬주섬 낡아 헝클어진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지기 시작한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지저분한 폴더폰을 구급대원1에게 건네준다.

구급대원1이 폴더폰을 열어 연락처 버튼을 누른다.

휴대전화 화면에서 최근 연락처의 가장 위 칸에 있는 '형'이라고 쓰여있는 번호를 눌러 전화한다.

낯선 음성메시지가 휴대전화에서 들려온다.

‘요금 미납으로 긴급 신고만….’

구급대원1이 최근 전화 목록을 내려 훑어보며 말한다.

“이게 뭔소리여?” (°ロ°) !

구급대원2가 옆에서 구급대원1이 보는 휴대전화의 모니터를 함께 살펴본다.

매일 매일 하루에 한 번 이상 119로 신고를 한 기록.

(휴대전화 배경화면을 보며 혼잣말로) “하…? 소망동 VVIP였네…?"

구급대원1이 '문자 메시지 함'을 눌러본다.

핸드폰 요금 미납으로 인한 독촉 메시지.

구급대원1이 작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단순히 술 취한 걸로 병원 못 가요. (뒤 빌라를 가리키며) 여기가 댁이신가요?? 좀 쉬시는 게 어때요?”

환자가 비틀거리며 구급대원1을 흘깃 보며 말한다.

“오늘 아침에도 어지럽다니까, 병원 데려다주더구먼…. 왜 안 데려다줘요…?”

구급대원1이 말한다.

“아, 오늘 아침에도 가셨어요? 갔는데 병원에서 뭐래요?”

환자가 앉은 상태로 비틀거리며 말한다.

“술 때문이라고, 술 그만 먹으라고….”

구급대원1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근데 또 술 먹고 신고했어요? (한숨을 쉬며) 혈압이랑, 뭐 이것저것 다 괜찮아요. 긴급은 아니니깐 택시 타고 직접 가셔요.”

환자가 말한다.

“아침에는 데려다 줬….”

의미 없는 요구, 사무적이며 친절한 단호한 답변이 십 수어 분 동안 오간다.

구급대원1의 언성이 조금씩 높아진다.

구급대원2도 거들어 말한다.

옆에서 지켜보던 운전원이 김행복 대원에게 달래듯 말한다.

“그냥, 태우고 가자 행복 반장, 화 그만 내고. 저런 사람들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

끝내 주취자를 태운 행복 구급차가 A 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한다.

구급대원의 부축으로 응급실로 걸어 내려오는 중년 남성.

A 병원 응급실 원무과 직원이 구급대원을 향해 걸어 나온다.

부축받아 걸어 들어오는 남성에게 말한다.

“오늘 아침에, 오셨다가 요금 미납하고 그냥 가셨죠? (이하 생략)”

구급대원1이 원무과 직원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중년 남성을 부축한 채, 병원 천장을 쳐다보며 눈을 질끈 감는다. (`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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