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서 느꼈다. 예상한 것보다는 주목할 것이 없었다. 괴팍스러운 주인공이 나왔다. 그런 사람들이 한둘은 아닐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내게 주는 감흥 같은 건 별로 없었다. 다만, 대니 보일 감독 특유의 긴박한 전개가 좋았다. 그 점이 영화에 몰입하게 해 주었다.
스티브 잡스의 인생이 대단한 이유는 괴팍스러운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그중에서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가 성공한 원인은 내가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그 성공의 원인을 하나 살펴보면, 먼저 그는 입양아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그게 큰 이유를 차지한다. 나는 사람은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기질과 특성을 타고날 거라고 본다. 그게 성장하면서 환경의 영향을 조금 받으면 그 사람이 된다.
오늘 영화를 보고 난 후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예전에 읽었던 <천재인가 광인인가>라는 책을 봤다. 인상적인 구절도 조금 기록했고, 밑줄 그어놓은 부분도 읽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데 크게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잡스도 그 책에 나오는 인물에 해당하는 것 같아서, 책을 언급한다.
먼저 책에 나오는 이들의 어린 시절 특징은 남들과 다르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몸이 허약하고, 옷을 튀게 입는다. 한 마디로 어려서부터 벌써 괴짜의 특성을 보인다. 괴짜라는 게 별 게 아닌 것 같다. 남들과 다른 게 그거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는 것이다. 괴짜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별다를 게 없다. 이들은 외고집이고 고독하다. 자신이 천재, 영웅, 신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고집이 세서 공동 작업을 좋아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할 수 있는 개인 작업을 선호한다. 성장해서도 어릴 적과 비슷하다고 한다.
사람은 결핍되면 그 부분을 채우려고 든다. 어려서는 가정에서 ‘살아남는 게’ 최우선적 과제다. 모든 사람은 그렇게 성장을 하는 것 같다. 어렸을 적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방식을 성장해서도 되풀이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잡스가 대단하면서도,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다.
대단한 부분은, 그는 결핍된 욕구를 성공이라는 결과로 매웠다. 사람들은 곧잘 어려서는 실력을 발휘해서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성장해서는 성공에 운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을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잡스도 개인적인 재능도 뛰어났겠지만, 시대를 잘 타고난 ‘운’도 배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다.
대단하지 않은 부분은, 그가 혁신가로는 성공했지만, 자신의 약점인 가족 관계에서는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대로 어려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존재 방식으로 행동했다. 보통 사람들은 그게 어느 시기에 접어들면, 스스로 성찰을 하게 되는데 잡스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나갔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과 갈등을 잘 빚는 성격을 갖고 말았다.
잡스도 가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방식으로 행동했다. 그래서 그는 잡스의 삶을 살았다. 나와 여러분들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타고난 생김새와 어려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방식의 행동을 성장해서도 되풀이할 뿐이다. 이 이야기를 하니, 왜 좋은 가정이 많이 늘어나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어려서 행복한 삶의 패턴을 익힌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여러분의 삶은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이제 행복하게 살 방법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어렸을 적에 가정에서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되돌아보면 좋다. 그게 행복한 방향이 아니라면, 자기 분석을 통해 그 지점을 되짚어 보면 좋겠다.
잡스의 인생 중 내게 흥미로운 곳이 바로 어린 시절 가정에서의 모습이다. 영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글을 쓰다 보니 이 부분에 주목하게 됐다. 모두 각자의 행복을 찾아 잘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