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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Jan 24. 2023

안녕, 헤이즐


방금 영화 한 편을 봤다. 제목은 <안녕, 헤이즐>이다. 오늘 선생님과의 상담이 없었으면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거다. 난 요즘 잔잔한 음악을 많이 듣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내 안의 슬픔을 느끼고 싶은지도 모르겠는데, 계속 듣게 된다. 그리고 요즘 법정스님의 수필집도 가끔 읽는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담담한 마음으로 읽고 있다. 이것이 대충 요즘 내가 지내는 근황이고, 오늘 인상 깊은 영화를 보게 돼 글을 한 편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 영화는 내 안의 슬픔을 건드렸다. 지금까지 한동안 내가 가졌던 나에 대한 자아상을 무너뜨리기도 한 것 같다. 난 흥분하고 미쳐 날뛰는 삶을 동경했었는데, 그 순간이 이제 다했나보다. 다른 삶이 내게 들어왔다. 슬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삶 말이다. 영화는 그 이야기를 내게 들려줬다. 혹은 내가 받아들인 영화에 대한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니 예전에 한번 생각을 했었던 호스피스 활동이 생각났다. 기회가 되면 자원봉사를 해 보고 싶어졌다. 이 영화를 보고 죽음이 우리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노인심리상담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하며 자원봉사도 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다시 생기게 됐다. 


이 글은 작성하다 보니 칼럼 형식보다는 생각의 잔영을 끄적거리는 일기가 됐다. 아무렴 어떠냐? 지금 내 마음을 담아두고 싶다.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됐다. 난 마음이 열려있는가? 아닌 것 같다. 난 여전히 두려워하고 까다롭다. 영화를 보며 조금 마음이 열릴 수 있었다. 영화 속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생을 거는 사랑을 나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유한하고 찰나이기에 그 사랑은 아름답게 느껴졌다. 진정한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추억된다. 그게 진실 된 삶의 힘이다. 


내 삶이 글에 모두 드러난다. 법정스님의 글을 읽고 담담한 삶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평소 그분의 삶의 모습일 거다. 내 삶도 글에 모두 나타난다. 나는 어떠한 삶을 원하는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내 삶은 비칠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슬픈 음악을 듣는 건, 지금 내게 필요하기에 그런 것 같다. 요즘 슬픈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어떻게 내가 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같이 아파해 주는 거다. 내 마음을 전할 수는 없지만, 그냥 그러고 싶다. 


왜 이 영화가 내 마음을 건드렸을까? 최근 들어, 본 가장 슬픈 내용의 영화다. 수많은 영화를 봤지만, 죽음과 생명을 다룬 내용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도 어느덧 서른 후반의 나이이고, 부모님도 세월과 함께 나이를 드셨다. 순간을 놓치며 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말기 암에 걸린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다. 이건 우리 삶을 단순화 해 놓은 거다. 우리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들의 사랑이 애틋하고 절실했던 것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삶도 그와 다르지 않다. 내게 남은 인생의 시간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의 힘이다. 


또한 영화는 내게 일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해 줬다. “오늘 하루는 내일 죽어갈 이들이 그리도 그리워하는 날이다”라는 말처럼, 오늘 하루를 위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성공해 널리 알려져야지 삶이 만족스러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내 하루를 살뜰히 사는 것에 관심이 많아졌다. 


이 영화는 내게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떠오르게 해 줬다. 요즘 내 감정과 비슷한 색깔의 영화라서 더 그랬을 거다. ‘안녕, 헤이즐’ 이 영화는 일상의 지루함에 지친 이들에게 추천하고, 삶의 실의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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