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힘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점점 세상이 비정해지고, 사회생활은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세상 속에서 상처를 입을 것이다. 나 또한, 청춘의 절정에서 큰 어려움을 만나 지금까지 15년 정도 참 혼란스럽게 살아왔다. 그럼에도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만한 곳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이 글에서 살펴보자.
먼저 2주 전쯤에 아주 인상 깊은 꿈을 꿨었다. 그 전날 선배에게 크게 분노하며 화를 냈었는데 그게 지나쳤던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난 이 점을 잊고 그냥 쌀쌀맞게 지나가려고 했다. 상처 입은 나 자신을 먼저 보호하려고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날 꿈에서 법정스님이 내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난 감복해서 계속 울고 있었다. 그러다 깼는데 꿈의 의미를 생각해 보니, 선량하게 살아갈 필요성을 크게 느끼게 됐다.
처음부터 내가 이런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청소년 때부터 첫 회사에 취업해 친한 선배를 만나기 전까지 15년 동안 난 거의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다. 이것은 전반기의 나의 인생을 설명할 수 있는데, 이때는 물결에 떠밀리듯이 자연히 그런 삶이 되었다. 외롭고, 고독한 나날이 많았던 시기이다.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단점은 충동성과 외로움이다. 이 특성이 나의 생애 초기부터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한 점이다.
물론 내가 부모님에게서 나쁜 특성만 물려받은 것은 아니다. 난 오늘에서야 다시 깨닫게 되었는데,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아주 중요한 성격적 특성인 선량함과 성실함을 이어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한국 서민들의 마음이기도 한데, 나 또한 부모님에게서 서민의 곱고, 부지런함을 물려받은 듯하다.
이런 좋은 특성도 물려받은 나인데, 그동안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입었다고 느꼈는지 나는 나의 나쁜 점을 강하게 드러내며 살았다. 이것은 나의 입장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 싶다. 왜냐하면, 그동안 나의 인생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도 느끼는 어려움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안정 애착과 적절한 양육 상태에서 자라지 못한 나는, 당연히 심리적인 어려움이 많기도 했을 것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정신의학자 스캇 펙 박사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그는 심리치료와 종교를 통합한 훌륭한 심리상담가이기도 한데, 아이에게 어려서 부모는 세상 전체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부모의 삶의 모습은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나는 어려서 불안이 심한 상태에서 성장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어 외롭게 지내왔다. 스캇 펙 박사는 나와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신뢰하기 어려워하고,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한다고 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에도 있듯이, 사람의 성격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난 장기간의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심리치료는 관료주의 집단을 변화하는 것만큼 어려운 작업이라 했다. 난 인생에서 많은 것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심리상담 이것 하나만큼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받을 생각이다. 심리치료 덕분인지 아니면 세상에 마음이 열리는 시기인지는 몰라도, 난 조금씩 사람을 믿어보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 그리고 세상 또한 살아갈만한 곳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외롭게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마음이 쉽게 아물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난 끝까지 사람을 신뢰하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나의 인생이 15년씩 정리가 되었다. 청소년 때부터 성인 초기까지는 외로움이 나의 지배적인 정서였다. 그리고 성인 초기부터 중년 초기까지는 공허와 혼란한 마음이 나를 지배했다. 이것은 모두 상처 입고, 아픈 마음이다. 난 한때 치유의 손길이 닿는 듯했는데, 탕아처럼 세상에 분노하며, 자유로운 사상에 취해 떠돌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이해한다. 내가 힘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선택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나이가 들었는지 세상을 조금 더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듯하다. 난 사람과 세상을 믿고, 내 마음을 열 것이다. 이것이 살아오면서 내가 훌륭한 분들로부터 배운 점이기도 하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결국 내가 깨닫게 되는 것은, 인생은 그럼에도 한번 살아볼만한 곳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