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죽음을 마셨구나”
유모가 트리스탄에게 말했다.
“죽음이라니.... 이 사랑의 고통 말이오? 이 고통이 죽음이라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 죽음이라니.... 이 사랑이 발각되었을 때 내가 받을 벌이 죽음이라면 달게 받겠소. 그대가 말하는 죽음이 화염지옥에서 받게 될 영원한 벌이라도 이 역시 나는 달게 받겠소.”
윗글은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대는 살면서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고 하면, 인생의 모험에 나서 본 것이다. 만약 아니라고 하면, 앞으로 생의 격정을 한 번은 겪어 보면 좋다.
존경했던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 ‘인생에게 통렬한 똥침을 날리는 대화 한 마디 할 수 없는 벙어리, 어느 한 사람하고도 목숨을 건 사랑과 우정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졸렬한 인생.’ 그러니까 자신을 주인공으로 삶의 신화를 써 나가자는 것이다. 지나가는 대중의 인생은 그야말로 시시하다.
내 이야기를 조금 하면, 난 우연히 매우 화가 나고, 미칠 것 같은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심리적으로 퇴행되면서 실제로 미쳤던 기간이 있다. 현실과의 접점은 멀어지고, 세상에 적응하는 게 어려웠다. 여기 가면 욕을 먹고, 저기 가면 거절을 당했다. 그런데 난 훌륭한 신화학자의 책을 읽었기에,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는 지켜보고 있었다. 즉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 눈에 훤했다.
당시에는 인생이 너무 힘들어, 앞으로 쉽게 살려는 마음으로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렸다. 결과는 내 인생이 고꾸라졌고, 신경증은 더 심해졌다. 이제는 젊었을 때 내가 왜 힘들었는지 조금 이해한다. 상담심리대학원을 나오기도 했고, 관련 된 책을 읽고 내 상태를 인지하게 됐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러니까 퇴행될 때 나의 꿈은 임상심리전문가에 도전해 보는 것이었다. 야간 법대를 나왔지만 전공은 나와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내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도 되고, 관심이 많이 가서 심리치료를 공부하고 싶었다. 그런데 운이 없게도 난 정신적으로 심하게 앓으면서, 실제로 미친 상태로 오래 살게 되었다. 이렇게 나의 인생은 끝나가는 듯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요즘 생각해 보는 것은, 실제로 분열되고 미쳤던 경험이 있던 사람이 치료자가 되면 어떻겠느냐는 점이다. 그러니까 간단한 예를 들면, 암에 걸렸던 의사가 치유된 후 의술을 펼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난 우연히 정신이 무너지는 체험을 했고, 치유는 진행 중이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 정도는 미칠 것 같은 상태를 경험해 보는 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열정 또한 포함된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라는 책도 있듯이, 우리는 정말 미쳐 봐야 그것에 관해 제대로 알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자신을 한번 불태워보고 싶은 사람이면 절정 체험을 겪으면 좋다.
오늘 알게 된 좋은 시가 한 편 있다. 찰스 부코스키의 ‘끝까지 가라’라는 절절한 내용의 시다. “만약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이것은 여자 친구와 아내와 친척과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너의 마음까지도........ 만약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것만 한 기분은 없다. 너는 혼자이지만 신들과 함께할 것이고, 밤은 불처럼 타오를 것이다. 하고, 하고, 하라. 또 하라. 끝까지, 끝까지 하라. 너는 마침내 너의 인생에 올라타, 완벽한 웃음을 웃게 될 것이니,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멋진 싸움이다.”
결국, 나의 삶은 무너졌다 다시 재건 중이다. 실패도 무진장 오래 반복하며 했다. 여전히 난 세상에 서툴기도 하다. 그런데 난 이런 내가 싫지 않다. 왜냐하면, 그때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 한 번은 미쳐보고, 끝까지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