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질곡의 시간이었다. 일제 강점기 치욕의 세월이 있었고, 남북 전쟁이란 아픈 상처 또한 있었다. 그 뒤를 이어 군사 독재의 어두운 시대가 있었다. 이 시절을 한국인은 어떻게 살아냈을까? 아마 상당한 정도의 내외적 상처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 부모 세대는 이렇게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이 펼쳐진다.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하지 못했지만, 간단히 살펴봐도 한국인의 심리적 내력은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현대 한국인은 매우 빠른 변화와 바쁜 하루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갈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을 갖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 시대에 서점에서 심리학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다.
나는 우연히 대학 때부터 행복에 관심이 많이 갔다. 그때 내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난 열정이 가득했는데, 고시공부 외에는 빠져 들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고시공부는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고, 난 다양한 분야를 탐색했다. 결과적으로 심리적 건강을 다루는 영역인 임상심리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혼란스럽고 정신없이 많은 시간은 흘렀다.
이 과정에서 내가 놓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상처와 후회를 딛고 사람들이 자기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을 돕는 일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글을 써서 그 작업을 해 보았지만, 세상과 공명되고 소통되지 못했다. 지금은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모두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세상과 통하면 좋고, 아니면 내 연구만 하겠다는 마음이다.
존경했던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라 했다. 난 이제 다른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그 대신 새로운 하나의 길만이 열려 있음을 발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행복한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일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았었기에, 난 행복한 삶을 갈구했던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사람들이 상처를 많이 지닌 채 살아간다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한국의 많은 가정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직접 경험한 바이기도 하고, 많은 관찰과 책으로 알게 된 것이다. 즉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행복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지 못한다. 난 행복은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행복 또한 획득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본다. 운동을 해야 신체적 건강이 증대되듯이, 마음의 근육 또한 사용해야 더 나아질 수 있다.
그러니 지금까지 세상에서 말하는 행복은 잘못 정의된 것이다. 사람들은 행복을 쉽게 말한다. 절대적 행복이라고 해서, 그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식이다. 그리고 상대적 행복은 지금처럼 양극화된 세상에 빈부 격차처럼 부유한 사람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방식도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난 새롭게 행복을 바라본다. 즉 행복이란, 우리가 애 쓴 만큼 우리 인생에 기쁨과 즐거움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하게 노력만 하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처세술 식의 정리는 난 싫어한다. 인생은 우연이 깊이 작용하는 면도 많다. 운이 좋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자녀에게 훌륭한 반사 대상이 되어 준다. 이들 부모에게서 길러진 아이들은 일찍 주체성과 정체성이 확립되기에 행복할 가능성 또한 크다. 행복이란 자신이 어떨 때 기쁘고, 만족스러운 지 아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러기에 앞으로 내가 하려는 공부와 연구는 한국인이 행복할 수 있는 근육을 키우는 작업이다. 이것은 7년 이상 내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부분이다. 우연히 그 과정에서 상담심리대학원 또한 마치게 되었다. 내가 행복하지 않았었기에, 난 그만큼 행복을 갈구했다. 그리고 상처와 후회를 지닌 사람들을 많이 지켜봤기에, 그들의 인생이 아쉬웠다. 이들은 과거 속에 갇혀, 자신의 삶을 깨우지 못했다.
행복한 사람만이 세상에 행복을 전파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 말인즉슨, 불행한 사람은 사람들을 행복으로 이끌기 어렵다. 그리고 행복한 분위기를 전할 수도 없다. 우선 나부터 행복한 사람으로 살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잠들어 있는 행복을 깨울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생에서 하려는 프로젝트이자 업(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