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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Mar 20. 2023

난 분열되어 있고,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단테가 신곡에서 말하길, 나이 마흔이 넘어 인생의 숲에서 길을 잃었다고 했다. 나 또한, 길 잃은 무리 속에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청소년 때부터 시작된 신경증은 청춘의 황금기에 더 극단으로 치달았다. 한번 퇴행된 마음은 쉽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즉 분열과 미로 속에서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다행이도 우리는 많은 신화 속 이야기에서 우리가 빠져 나올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아리아드네의 실이나 노인이 전해주는 조언과 호부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를 쳐 없애고 길을 돌아 나와야 하는데, 그때 아리아드네가 건네 준 실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아직 빠져 나올 방법을 찾지 못했다. 누군가는 내게 힌트를 줬을 텐데 발견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방금 전 읽은 책에서 어쩌면 힌트의 싹을 발견했을 수 있다. “모든 심각한 자야말로 바보인 것이다.” 


분열은 자신에게만 열중하게 만든다. 나 또한, 스스로에게 너무 심각해져 있다. 경전에서 말하길 “우리를 타인과 구별하는 것이 바로 자아의 관념이다. 그것을 없애라. 두려워하지 말고 상대에게 양보하라. 타자의 먹이가 되라. 그럴 때 당신은 완성자가 된다.” 


이제 내가 왜 통합이 되지 않은 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세상에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치료는 내담자가 유년 시절의 기억을 되찾게 함으로써 치유로 이끈다.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만을 삶으로써, 오늘의 진실을 경험한다. 반면, 분열된 자는 과거와 미래에 갇혀 있다. 


과거는 곧 상처를 곱씹으며 살아가는 것을 말하고, 미래는 변화와 성장이 낯설어 두려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넘어져도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난다. 그런데 어른들은 상처를 잊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무서운 상태가 된다. 이때, 분열은 일어난다. 


정신의학자 스캇 펙 박사는 치료하던 환자들로부터 이런 말을 가끔씩 들었다. “선생님, 전 상당히 혼란스러워요.” 그러면 스캇 펙은 “멋진 일이군요!” 라고 대답하곤 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두렵다구요.” 그때 스캇 펙이 다음과 같이 말해준다. “아뇨, 아뇨. 그건 환자분께서 축복을 받았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나는 “아시겠지만, 예수가 설교를 하실 때, 처음으로 하신 말씀이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였답니다.”라고 말한다. ‘심령이 가난한’이란 말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가장 좋은 번역은 ‘혼란스럽다’이다. 축복을 받았다는 것은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예수가 왜 그런 말을 했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혼란이야말로 해명을 필요로 하고, 혼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은 신기하게도 역설로 이뤄져 있다. 정신과에 가는 사람이 실은 건강한 사람이고, 반대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정신과에 가려면 남에게 자신의 내면 지도를 꺼내 보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에게 진실하지 않으면 정신과에 갈 용기를 낼 수 없다. 나 또한, 용기가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나의 경우에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알코올 중독은 신성한 질병이라고 스캇 펙 박사는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이 치유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독은 우리에게 상처가 있음을 드러내준다. 알코올 중독자 모임 AA는 유명하다. 이 프로그램은 결국 신을 향해 나가는 과정으로 채워져 있다. 


영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오래가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다. 나 또한, 아직 미로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영혼이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상처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예상외로 깊다. 나의 20대는 외로움이란 이유로 게임과 채팅에 중독되어 있었다. 30대는 혼란스럽다는 이유로 글 읽기에 중독되었다. 지금 40대에는 싸우지 못해 안달일 것이고, 그러다 보니 투자에 중독되기도 한다. 나의 상처 또한, 생각보다 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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