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형경의 책에 빠져 있다. 2권을 짧게 읽었는데 <좋은 이별>과 <소중한 경험>이다. 이 책을 읽고 나의 미숙한 성격을 깨달았고, 어른으로 재탄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오마이 뉴스 주최로 강연한 영상을 하나 봤다. 내가 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용이 아주 좋았다. 이 강연은 2009년에 <좋은 이별>을 출간하고, 행사 겸 진행한 것인데 주제는 관계를 잘 맺는 방법이었다.
먼저 사람에게는 사랑과 공격성이란 본능이 있다고 했다. 에로스와 타나토스로 표현되기도 한다. 인간은 원래부터 종족을 유지하고 친밀성을 나누는 목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인간 유전자에 대부분이 담긴 원시 시대를 살아가야 했기에 공격성이 발달하게 됐다. 그러니까 정신분석은 사랑에 빠지고, 그 반대 면에 있는 분노를 다룬다.
인간은 3세까지 양육자로부터 대상 향상성이 발달하는데, 그때 문제가 생긴 사람은 불안정 애착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사랑할 때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도 이때, 안정 애착으로 자란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정신분석에서는 5세~6세까지 오이디푸스 시기라 한다. 이때는 아버지와 만나는 세계인데, 법과 질서를 수용하는 발달 단계이다. 이때 문제가 생긴 사람은 조직이나 사회에서 상사나 연장자에게 지배와 복종이 어렵다 한다. 이런 사람들은 관계의 문제를 풀지 못하고 계속 도망을 다니는데, 이직이 잦은 사람이 이런 특성을 보인다.
우리가 관계를 잘못 맺는 이유는 어렸을 적에 형성된 미숙한 특성을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형경 작가는 3가지 사항인 의존, 전이, 투사를 중요하게 이야기했다.
인간은 원래 양육자에게 의존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간이 길다. 부모로부터 주체성과 독립성을 발달시키지 못한 많은 사람이 의존성 때문에 힘들다. 다음이 전이인데, 정신분석에서 정신과 의사를 향해 내담자가 느끼는 감정이다. 이 감정은 알아차리는 즉시 개선하는 게 좋다.
그다음으로는 중요하게 들은 투사다. 사람은 결국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권위적인 사람이 싫다, 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 자기 안에 그런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모두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한다.’라고 했다. 어떤 사건에 관해 사람마다 전부 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가 뭐라든 신경 쓸 게 없다’, 고 강조해서 전달해 주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입장에 따른 것이다.
성장기에 마음의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은, 성인 초기인 20살 무렵부터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만약 이때 요령껏 위기를 잘 넘긴 사람이라 해도 중년이라 불리는 35살 전후로 심리적 문제를 겪게 된단다.
강연의 마지막은, 그래서 결국 관계를 잘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관해서였다. 먼저, ‘사랑의 부자’가 되라 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고, 자기를 꾸미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자. 그리고 단점인 나도 사랑하자.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와도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들이 ‘공감’을 잘하기 때문이다. 즉 이런 사람은 타인의 말에 경청할 줄 안다는 것이고, 마음에 여유가 있어 상대를 포용할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사람은 ‘동일시’도 잘한다. 이것은 배울 점이 많고, 선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상대에게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자세이다.
나머지 2가지는 자립과 역전이였다. 특히, 심리적 독립이 중요했는데, 이것은 더는 부모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고, 승인과 지지가 필요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부터는 내가 모든 선택과 판단의 중심에 선다. 그리고 역전이는 내담자를 향해 느끼는 정신과 의사의 마음이다. 즉 그 사람이 유발하는 감정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킨다. 여기에 적절히 해당하는 말이 “내가 변하면, 나를 대하는 세상이 변화한다.”이다.
난 요즘 정신분석에서 중요한 시기로 불리는 애도 작업을 거치고 있는데, 정신분석의 상당한 내공이 있는 소설가 김형경 선생님의 강연은 이 시절의 내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최근, 심리적 상태가 무너질 뻔한 경계를 걷고 있었는데, 이분의 책과 강연으로 다시 균형을 잡고 일어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