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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로컬을 마시다 (5) 순천

feat. 순천양조장

by 오브젵 매거진


다시 또 찾아온 여행주간, 추석연휴 기간을 맞아 전국각지를 향해 수도권의 인파가 떠나고 있다. 코로나19에 지치고 뜨거운 뙤약볕에 몸서리치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그러나 수도권에서 이제야 흐르기 시작한 이 광활한 소비력이 과연 불황에 시름하는 전국 로컬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내 관광을 이야기하며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이지만, 관광객이 좀처럼 지역에 머물며 두고두고 돈을 쓰지 않으려고 해서 더욱 골치다. 상당수의 지역이 그저 '경유하는 곳'으로 전락해 외견상 보이는 유명세와는 다르게 현지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빨대 효과가 여기에서도 발생하는 모양인지, 몇몇 유명 관광지와 대도시를 제외하면 관광객의 소비력은 방방곡곡 조그만 지역 소도시까지는 가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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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마냥 돈을 쓰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관광객들도 할 말이 있다.

아무리 찾아 봐도 지방 소도시에 돈을 쓸 만한 건덕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이때 바로 지역에서 외지인으로 대표되는 관광객뿐 아니라 로컬 주민의 시선까지 사로잡을 '힙한' 콘텐츠의 부재가 여기에서도 큰 문제로 등장한다. 큰 마음 먹고 떠난 여행지에서, 이왕이면 내가 쓰는 돈이 로컬 주민의 이익으로, 지역 청년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유등 축제, 케이블카, 루지 등 좋은 콘텐츠가 뜨자마자 지자체마다 너도나도 '베끼기'를 시전하는 이 얄팍한 시국에서, 과연 로컬 청년 크리에이터가 힘써 개발한 좋은 지역 콘텐츠가 과연 내일도 이 지역에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와중에 지역 대학인 순천향대학교의 창업동아리로 시작, 이제는 주목받는 지역의 청년 크리에이터 그룹이 되어 지역 기업과 협업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순천양조장의 시도가 있어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단순히 맛있고 트렌디한 수제 맥주를 빚는 일을 넘어, 지역의 문화를 만들고 로컬 맥주를 알리는 3인방을 만나봤다.


DSC06933.jpg 좌로부터 이황희 드림브루 대표, 김승철 브루마스터, 김일중 브루웍스 대표



누군가에게 우리의 수제 맥주를 알리기 위해선
제일 먼저, 그게 맛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초보자도 이 맥주를 접하기 쉬워야 한다.

순천양조장.

시작부터 로컬을 고민했다. 내 고장을 어떻게 알릴지를 모색했다.

그것이 바로 여타 뜨내기들과 가장 큰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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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양조장은 순천 지역 대학인 순천향대학교 산하 창업동아리로 처음 시작했다. 이들은 순천시가 대한민국 최고의 생태정원, 순천만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생태수도로서 이를 보기 위해 매해 관광객이 찾아오는 점을 지역의 특화 산업과 연계하여 발전시키고자 했다.


순천을 대표할 만큼 관광객에 널리 알려진 먹거리가 없다는 점도 이들은 새로운 시장의 동력으로서 주목했다. 시작할 당시 '가든'이라는 팀명을 썼던 순천양조장 팀의 창립 멤버이자 현재 수제 맥주 양조 커스터마이징 패키지를 판매하는 전문 기업 드림브루를 운영하는 이황희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순천의 먹거리라고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지역 음식이 사실 현재는 없다.
광양불고기, 여수의 간장게장, 벌교 꼬막 같은 존재가 순천에는 없다.
그래서 그 대표격으로 맥주를 만들어보자고 작정했다.
지금의 순천양조장 프로젝트가 그렇게 시작됐다.


한편, 순천시 월등면의 복숭아를 원료로 한 후르츠 비어인 '월등' 맥주를 시작으로, 현재 순천양조장과 활발히 협업하는 지역 로컬 카페 브루웍스의 로스팅 커피를 맥주에 접목한 모카 스타우트 계통의 흑맥주 '흑두루미' 등 순천양조장에서 내세우는 수제 맥주의 면면은 생각 이상으로 트렌디했다. 양조장의 대표 아이템으로 제시하는 '순천특별시' 맥주 역시, 근 몇 년 간 가장 핫한 스타일로 부각되는 헤이지 IPA 계통.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세간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걸까? 헤이지 IPA와 순천특별시 사이의 맥을 관통하는 순천양조장만의 상관관계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Q. 순천양조장의 대표 맥주는 헤이지 IPA 계통의 '순천특별시' 맥주다. 매우 트렌디한 '요즘 스타일'인데, 순천의 이미지를 왜 이 헤이지 IPA에 입힐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순천시는 우리나라 최고의 국가정원인 순천만을 보유하고 있는 매력적인 지역이다. 이에 대한민국의 생태수도로서 순천을 소개하고 휴양지의 콘셉트를 아울러 제시하기 위한 아이템을 찾던 중, 미국의 발상지이자 오랜 휴양 도시인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태동한 헤이지 IPA가 이러한 콘셉트에 부응한다고 판단, 순천특별시 맥주를 개발하게 되었다.


Q. 더욱 맥주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 매칭하는 음식과의 궁합도 중요하다. 순천양조장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소개해 준다면.

실제 맥주를 양조하는 데에도 지방과 서울과 일부 마니아층의 성격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말 그대로 지방에는 수제 맥주를 접할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그분들이 쉽게 맛과 흥미를 느낄 수 있게끔 좀 더 도수를 낮추고 무난하게 마실 수 있게끔 라인업을 잡았고. 푸드 페어링과 관련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따로 진행하는 육가공품 제품을 매칭, 푸드 팀과 양조 팀이 함께 소통하여 라인업을 잡고 있으니 직접 오셔서 즐겨주셔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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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순천양조장에서 빚는 수제 맥주는 저도수 맥주가 주류를 이룬다. 저도수로 맥주를 만드신 이유가 궁금하다.

소비자의 취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마니아와 보통 대중의 입맛은 분명 차이가 있다. 트라피스트 맥주 등으로 대표되는 고도수 맥주를 부담스러워하는 대중의 경향도 있고, 맥주의 알콜 도수를 높이고 향미를 풍부하게 끌어올리기 위한 재료 대비 지역의 소비력 문제도 고려가 필요했다. 저희 양조장의 맥주가 전반적으로 대중에 익숙한 4도를 기준으로 제안된 것은, 이러한 고민을 수렴한 결과라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대중의 취향. 순천양조장 3인방과 인터뷰를 나누는 중간중간 누차 강조됐던 지점이다. 이와 관련, 순천양조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대중의 입맛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대중이 자신의 취향을 좀 더 빠르고 정교하게 찾을 수 있도록 전문 비어마스터들이 커스터마이징해주는 '나만의 맞춤형 수제 맥주 만들기 패키지 키트' 판매와 유튜브 스트리밍을 활용한 인터넷 강의까지 제안하고 있다. 창립 멤버인 이황희 대표가 운영하는 드림브루가 그 대표적인 기업인데, 이에 대한 이야기도 요청해 보았다.


Q. 고객의 스타일을 함께 고안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 자체가 일종의 맥주 큐레이팅의 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드림브루에서 진행하시는 작업을 소개해 주신다면.

저희가 키트로 뽑은 수제 맥주 레시피 스타일만도 150개에 이른다. 그 가운데 국내에서 자주 소비하고 양조장에서 쓰는 가짓수는 2-30개 안팎에서 끝난다. 단순히 수치만 따져도 100종이 넘는 맥주가 아직 소비자들에 알려지지 못한 셈인데, 그런 점이 좀 안타까웠다. 여러모로 색다른 스타일을 고안해보자고 생각한 것도 그에 따른 것. 처음에는 150종의 맥주를 스타일 별로 다 만들어 볼까도 생각했는데 아직 시도하지는 못했다.


이렇듯 기업의 도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이황희 대표와 순천양조장은 '소비재'라는 맥주의 특성을 우선 꼽았다. 유행을 많이 탈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가장 인기리에 판매되는 아이템인 헤이지 IPA 역시 마니아층에 알려진 시기로 따지면 솔직히 좀 늦게 대중에 알려진 경향이 없잖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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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유행을 마냥 거스르는 것만이 온당한 길인가는 한 번쯤 고민해 볼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순천양조장 3인방 역시 당초 계획보다 좀 더 트렌드를 겨냥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그 가운데 대중이 좀 더 자신의 취향을 빠르게 자각하고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보통의 맥주 기업이었으면 아카데미 형태로 마니아를 우선해서 진행했을 홈브루잉 사업을 아예 독자적인 사업부인 '드림브루'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국내 대부분의 공방 형태의 맥주 클래스를 모두 다 들어봤다. 그때마다 느꼈던 지점이지만, 홈브루잉 정보는 국내에 관련 레퍼런스가 애당초 너무 없다.
원데이클래스 형태로 대중에 익숙한 커피의 경우에는 재료나 관련 과정이 어느 정도 대중에 알려져 있으니 따라하기도 심플하고 쉽게 느껴진다. 맥주는 그에 비하면 어렵다. 몰트부터 홉을 구분하는 것도 초심자에게 큰 일이다.
초심자도 쉽게,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게끔 패키지 구성안을 고민하고 있다.


첫 준비부터 지역 청년들이 지역을 위해 고민한 맥주 기업, 순천양조장.

이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지역 청년들이 '우리 동네'를 위해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취재 및 인터뷰_김세원 여행작가

사진 및 보정_김세원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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