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작가 김세원 Feb 03. 2021

서울 전시 : <단순한 진심 : 51 Lives> 감상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 가다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익숙치도 않은 동네, 방배동. 그리고 사당역 6번 출구



평소 흔히 오며가며 갈 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남서울보다는 북서울미술관, 더 나아가 중구 정동 덕수궁 인근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이 더 익숙하고 가까웠다. 그것도 아니면 구 서울역사라든지.



적어도 내 일상환경을 논하자면 그렇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한강 너머 강북, 서울의 원도심에서 하루하루를 났다. 강을 넘어 그 풍요로운 남쪽 동네에 가볼 일도 없었고, 딱히 가고픈 마음도 들지 않았다. 특히나 꽤 오랜 세월을 사람 많은 번화가에 나가는 일을 꺼려왔던 나로서는.


생각해 보면 스스로도 퍽 신기한 일이다.

바로 그랬던 내가, 근래 들어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이 위치한 사당역에 꽤 빈번하게 다니기 시작했다.


렇게 되기까지 꽤 여러 가지 이유와 인연들이 얼키고 설켜 지나갔지만, 쨌든 각설하고. 오늘의 이 글을 풀게 된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의 특별 전시, 박유아 작가의 초상 연작 프로젝트, <단순한 진심 : 51Lives>에 대한 감상 이야기를 천천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번 남서울미술관의 특별 전시는 소재부터 독특하다.


우리네 이웃 사람들의 얼굴을 꼭 닮은 이들,

그렇지만 입으로 주고받는 언어는 우리와 사뭇 다른 그들.

바로 한국 출신 해외 입양인들을 다뤘기 때문이다.



1, 2층 전시실 전반에 걸쳐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주로 입양인들을 그린 초상화였다. 언뜻 어스름푸레한 달빛 아래 누군가의 얼굴을 엿보는 듯한 조명하며, 채도 낮으면서도 은은한 파스텔 색조가 흡사 어느 시인이 말했던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을 떠올리게 했다.



한편, 재미난 작품도 있었다.

바로 이름 모를 고 씨 부부를 그린 초상인데, 이 초상화의 주인공 '고 씨 부부'가 누군지도 작가는 밝히지 않았지만, 더 신비로운 지점은 바로 이 초상과 서로 마주보고 있는 해외 입양인들의 초상화였다.


노스탤지어의 몽환적인 느낌을 살린 채도 낮은 색조는 입양인들의 초상과 고 씨 부부의 초상이 서로 유사했지만, 두 초상화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얼굴의 유무다.



입양인들의 초상은 얼굴이 뚜렷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작가는 초상화의 모델이 된 입양인들 저마다의 개성과 무드, 그 이야기를 존중하여 화폭에 옮겼다. 그 배려를 새기듯, 작품 하단에 위치한 배너의 이름 역시 입양인들의 이야기다.


입양간 날짜와 입양간 국가, 그리고 이름...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림마다 달린 제목은 모두 대략적으로 이런 구성을 띠고 있었다. 흡사  모국에서 해외로 보내질 때 그들이 손목에 매어 걸어야 했던 라벨처럼.



그러고 보면, 이 전시를 보며 느낀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작품을 구축하며 박유아 작가가 해외 입양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가공하는 자세다.


'단순한 진심'

전시회의 제목부터 남다르다.


여기에는 어떠한 사적인 감상이나 감정이 켜켜이 내려앉아 있지 않다. 그림을 비치한 전시실의 무채색 공간만큼이나 작가의 표현은 담담했고,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포착하는 시선 역시 담백하고 진솔하기 그지 없었다.



바로 그래서, 나로서는 한결 편안하게 입양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 수 있었다. 아마 이는 작가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소모적인 감상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지 않으니, 담백한 흰 죽을 입가에 머금듯, 절로 입양인들의 이야기에 집중이 되었다. 첫 번째 전시실, 아이패드에 비쳐진 아카이빙 페이지를 통해 조우할 수 있었던 그들의 스토리.


이를 다루는 작가의 터치가 더없이 담백한 표현이었기에,

그래서 어떠한 더함이나 덜어냄 없이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과 이 화폭 속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2021년도 첫 번째 전시회 감상기.

이번에는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이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을 깨우는 다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