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탄
어느 날 겨울, 큰고모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은 오고 나는 문상객들의 목소리가 서로 뒤섞여 시끌시끌했다. 너댓 명 되는 고종사촌들은 이제는 홀로 된 큰고모부를 모시고 식장을 지켰다.
와중에 말썽꾸러기 사촌 오빠가 누런 상주 모자를 쓰고 앉았다. 아직 웃음기가 남아있는 그 풋풋한 입매가 마뜩지 않은지, 아버지가 잔소리를 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겠지!”
아무도 그날, 울지 않았다.
사촌들은 이미 눈물이 모두 말라 버린 듯했고, 먼 길 뛰어온 친지들은 온 걸음에 너무 지쳐서, 또는 믿기지 않는 소식에 멍해져서 앉아 육개장만 연신 퍼먹었다.
육남매 중 가장 똑똑하고 헌신적이었다는 큰고모.
그 가던 날, 누구도 큰고모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떤 꿈을 꾸던 사람이었는지 들려주지 않았다.
그저 한 장의 영정 사진만으로 큰고모의 인생을 맺을 뿐.
솔직히는, 알고 싶었다.
나도 그를 추억하길 바랐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떤 꿈을 꾸던 사람이었는지.
그래서 또한 원했다.
이 자리가 떠들썩하게 손님만 맞으며 너도나도 꾸벅꾸벅 졸기 바쁜 장례식으로 남기 보다, 떠나는 그 사람, 큰고모가 살아온 그 길과 꿈을 기리는 자리, 그의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전시장이 되기를.
그러면 아버지도 나눠줄 수 있을까, 큰고모와의 추억을.
그토록 따랐던 큰누나, 그와의 소중한 기억을 홀로 삭이지 않고서.
만약 그랬다면 멋쩍게 웃던 사촌오빠도,
아마도 아버지가 부린 짜증을 이해하고 함께 울 수 있었으리라.
바로 그때가 오면, 상주와 객이 나뉘기보다
추억을 나누는 자리가 된 그 공간에서, 모두가 그 전시회를 나누는 큐레이터가 되어 보자.
기억을 말없이 눈물과 함께 목구멍 너머로 삭이기보다,
함께 그를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자리로.
그 순간을 오늘 하루, 다시 또 꿈꿔 본다.
다 함께 기억을 나누며 이별하는 자리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