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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김세원 Aug 27. 2021

비움의 길, 나의 미니멀-버킷 리스트

여는 이야기



오랫동안 물욕과 소비주의에 찌든 삶을 살았다.

그때를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그마치 삼사년 가까이 인생을 투자한 고시공부를 내려놓고 프리랜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얻은 변화로 기억한다.


심리학적으로 이를 표현하면, 유년 시절에 스스로를 항상 초라하게 여기게끔 했던 오랜 '결핍'의 영향이지 않을까 싶다. 흔히 그 시대 자수성가한 어른들의 그랬듯, 부모님은 상당히 엄격한 자린고비였고 구두쇠였다.


요즘 젊은 엄마아빠들은 자식에 쓰는 건 남부럽지 않게 투자하고 지원해준다고도 하는데, 내게는 예나 지금이나 먼 세상 이야기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한 달 가까이 식사를 줄이고 교통비를 아껴가며 돈을 모아 사야 했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돈을 벌어 지출에 충당할 수 있게 된 '사회인'으로서의 생활이 나는 훨씬 더 즐거웠다.


하지만 아무리 사도 물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길거리에서 파는 저렴한 보세 옷을 사 모았고, 그 다음에는 로드샵 화장품에 꽂혔다. 그러다 퍼스널컬러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저것 검색하다 세포라나 컬트뷰티 등 해외 코스메 편집숍 직구를 시작하게 됐다.


매일매일, 그것도 아니면 최소 이틀에 한두 번 꼴로 택배를 받았다. 전부 내 물건이었으며, 대부분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건너 우리 집에 도착한 해외직구템이었다.


그게 딱, 내가 본격적으로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을 시작하던 3년 전의 모습이고 매일매일의  친숙한 일상이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에 와서,

나는 비로소 물욕으로 점철되던 삼 년 간의 맥시멀 라이프적 삶을 내려놓으려 한다.


자유분방한 용병으로 취업 시장을 누비며 열심히 소비주의를 숭배했던 과거를 끝내기 위해.


그러니까 시작해본다.

나의 '미니멀 라이프' 그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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