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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거울 앞에서

- 프로필 사진과 자아 성찰

by 법의 풍경

1. 타인의 시선이 부른 욕망의 각성

지난 금요일, 법률신문 기사 속 법원에서 독립하여 개업한 변호사의 이야기가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연재글과 함께 멋진 프로필 사진 속의 그 변호사는 자신만의 브랜딩 전략에 관한 소소한 팁을 나누고 있었다. 그 순간 변호사도 ‘프로필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영역에서 소홀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내 과거의 사진들을 되돌아보니 참담했다. 제대로 양복을 갖춰 입고 찍은 프로필 사진은 아득한 옛일이었고, 그나마 최근이라 할 수 있는 것도 8-9년 전의 것뿐이었다. 그마저도 당시의 객기로 기른 듬성듬성한 콧수염이 차라리 보기 싫을 정도였다. 그나마 최근 사진이라고는 그냥 티셔츠를 입고 찍은 일상적인 것들뿐이었다.

2. 욕망이 부르는 연쇄적 행동


그렇게 나는 ‘넥타이를 매고 프로답게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프로필 사진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배우자에게는 “제대로 넥타이를 맨 사진을 찍겠다”고 선언했다. 금요일 점심 약속 장소인 선릉 근처에서 AI를 통해 프로필 사진 샵을 검색했고, 가성비와 평점을 비교하며 가장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곳을 예약했다.

사실 프로필 사진의 비용이 이렇게 비싼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일,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예약금을 지불하고 촬영에 임했다. 그날 사진을 잘 찍었고, 두 장은 그 자리에서 함께 선별했으며, 나머지는 주말 중에 받기로 했다.

3. 완성된 이미지 뒤의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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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사진을 건네받았을 때, 예상과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씁쓸함이었다. ‘내가 또다시 욕망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각이, 번개처럼 스쳐갔다. 잘 차려입은 사진 뒤에는 나의 욕망이 구김살처럼 눌려 있는 듯했다.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던 내가, 또다시 욕망의 노예가 되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옷차림이 어떻고, 사진이 못 나왔으면 어떤가?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믿었던 예전의 내가 오히려 그리워졌다. 실력보다 이미지로 ‘있어 보이려’ 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욕망과 비움 사이의 영원한 진동

내 삶은 항상 욕망과 그 반대편인 비움, 내려놓음 사이를 오가는 진자운동의 연속이었다. 욕망이 전진했을 때 내게 일어났던 수많은 안 좋은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그때마다 나는 다시 내려놓고, 비우고, 본질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건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같은 패턴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5. 있는 그대로의 진정성을 향한 다짐

이번에도 다시 한번 욕망을 비우겠다고 다짐한다. 실력으로, 내공으로, 진심으로 다시 한 주를 살아가야겠다는 결심을 세워본다.

없는 것을 있는 척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척하지 말고, 제대로 아는 것만 하자. 똑바로 살자. 욕망에 굴복하지 말자.

6. 거울 앞에서의 성찰

결국 프로필 사진이라는 것도 하나의 거울이었다. 그 거울 앞에서 나는 내 안의 욕망과 허영심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려는 또 다른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 영원한 진동 속에서, 아마도 우리는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가장 아름다운 프로필은 가장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가장 잘 차려입은 모습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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