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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의정부 장암동 워터파크 첫 번째 이야기

by 법의 풍경

10여 년 전 여름, 저는 가족과 함께 장암동 워터파크 근처를 지나가며 첫째 아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저기가 워터파크래’.

아이는 같이 가자고 했지만 저는 아이에게 지금은 분쟁상태라 개장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약속했습니다.

‘아마도 니가 고등학교 가기 전에는 워터파크 개장할 테니 개장하면 꼭 같이 가자~’.

하지만 그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지만, 저는 그 설렘을 지금까지 미뤄야만 했습니다.

경기도 의정부 장암동에 세워진 복합리조트 아일랜드캐슬은 2009년에 이미 완공되었지만 2018년까지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느새 이곳을 ‘유령 워터파크’라고 불렸습니다. 부모로서도, 법조인으로서도 아이에게 왜 문을 못 여는지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보이지 않는 어른들의 싸움이 끝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화려한 시설 뒤에는 복잡한 소송과 채무 분쟁이 얽혀 있었습니다. 그 사이 투자자들의 돈은 묶이고 직원들의 일자리는 사라졌습니다. 지역 주민이 기대했던 활기는 허탈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대신 텅 빈 수영장만 햇볕 속에 방치되어 갔습니다.

결국 기나긴 법정 다툼 끝에 2018년이 되어서야 워터파크에 물이 채워졌습니다. 9년 만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지만, 이미 너무 늦게 얻은 기쁨이었습니다. 그동안 기업과 투자자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지역사회는 잃어버린 세월을 보냈습니다. 승자가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코로나19의 여파로 문을 닫았고, 이번 달 드디어 재개장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법정이 아닌 협상이나 조정의 자리에서 머리를 맞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분쟁은 소송보다 협상과 조정으로 해결할 때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저는 어떤 분쟁을 마주하면 먼저 이렇게 스스로 묻습니다. “법정에 가기 전에, 협상의 테이블에 앉을 방법은 없을까?”

분쟁을 대화로 풀어내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시 소송 대신 대화로 갈등을 풀어낸 경험이 있으신가요?


P.S. 가족에게 재개장 소식을 알리며 같이 가자고 했지만 이미 세월이 흘러 첫째는 고3이 되어 버렸습니다. 약속은 잿빛이 되었고, 배우자는 다 늙어서 무슨 워터파크냐며 이상한 눈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제 마음에는 아직 워터파크에서 놀고 싶은 소년이 살고 있는데...


장암 워터파크: 26년간의 분쟁과 재개장 사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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