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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색자 Jul 08. 2019

젠트리피케이션과 상생을 위한 노력들 I

해외의 도시들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까? 미국의 보스턴 

영세상인과 원주민, 그리고 낡고 좁은 골목길을 트렌디한 핫플레이스로 변화시켰던 예술가들의 퇴출 등과 같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시킬 수 있을까?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인 결과들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한 시장의 폭력으로 인해 나타난다. 그렇다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본주의를 대신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찾는 일이다. 개인의 이익 추구를 위한 생산활동을 보장하며,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경제체제인 자본주의(Captialism)는 1980년대 후반에 나타난 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자유시장체제로의 전환으로 인해 가장 이상적인 경제체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물론 이론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체제에서 각 개인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경쟁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무제한적인 경제활동의 자유는 빈부의 격차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인 양극화와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자본주의가 지닌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많은 국가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부의 시장 경제에 대한 개입을 허용하는 수정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수정 자본주의는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존 메이드 케인스(John M. Keynes, 1883-1946)가 주장한 것으로, 서구사회가 1930년대의 대공황으로 인해 대량 실업과 디플레이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간섭이 필요하다는 케인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되었다. 케인스는 당시 경쟁을 통한 자유시장 체제가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직업과 부의 분배를 가져올 것이라는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갖고 있던 믿음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이를 계기로, 서구사회는 빈부 격차의 해소를 위한 사회 복지정책을 실시하고 부의 분배 및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의 시장개입을 인정하는 수정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장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1970/80년대의 경제위기와 사회 복지정책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재정부담과 복지정책의 효율성 등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면서,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을 다시 자율에 맡기자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처럼 18세기의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근대적인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발달한 이후,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어왔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시장과 정부에 의해서만 움직여지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어찌 보면 각 개인이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는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려는 무제한적인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만약 극도의 이윤추구보다 우리를 위한 민주주의, 사회공익과 정의에 더 가치를 둔다면, 자본주의는 지금처럼 폭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사회보다 앞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한 해외 도시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상생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미국 보스턴( Boston) 시 록스베리 (Roxbury) 지역의

더들리 토지신탁 (Dudley Land Trust)


록스베리는 보스턴시에서 가장 쇠퇴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주민들의 대부분이 흑인이다. 록스베리는 17세기에 영국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곳으로, 19세기 중반에 보스턴시에 병합되었다. 이곳은 미국 사람들이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보스턴의 중심부에서 벗어나 전원에서의 생활을 위해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활기를 띄기 시작한 곳이다. 록스베리는 보스턴의 중심부에서 출퇴근이 가능하고 토지 가격이 비교적 저렴했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다. 록스베리의 상업활동은 더들리 광장(Dudly Square)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보스턴 지역에서 소매상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지역이었다. 더들리 광장에는 록스베리와 보스턴의 중심지를 연결하는 기차역이 생겼으며,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인 활동으로 활기가 넘쳤다.


[록스베리 위치도, 출처: google map]


그러나 1940년대와 50년대에 미국 남부에서 이주해온 흑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록스베리에 거주하던 백인들은 떠나기 시작했다. 영국과 아일랜드 그리고 독일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백인)들의 타운이었던 록스베리는 1960년대 주민의 70% 이상을 흑인이 차지하는 흑인지역이 되었다. 백인들이 떠나자 록스베리는 급속하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보스턴 시 정부는 1960년대부터 록스베리 지역의 재개발 계획을 수립하였으나, 록스베리 지역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1987년 록스베리와 보스턴 중심부를 연결하던 지하철 서비스마저 중단되면서 록스베리는 더욱 심각하게 고립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보스턴 시로부터 외면당한 록스베리 주민들은 록스베리 지역을 재활성화시키기 위해서 1984년 비영리 기관인, '더들리 거리 지역주민 발의 the Dudley Street Neighborhood Initiative(DSNI)'를 설립하였다. DSNI는 주민들로부터 선출된 임원단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는데, 임원단은 록스베리 지역의 사업가, 종교지도자,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DSNI는 록스베리 지역의 사회, 경제적인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한편, 저소득층인 원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였다. 록스베리 지역은 보스턴 중심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스턴 시 정부는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보스턴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록스베리 지역을 재개발하여 보스턴의 중심부에서 일하고 있는 프로페셔널들을 위한 오피스, 호텔, 주택 등을 및 공급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이에 DSNI는 록스베리 지역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원주민들이 쫓겨날 것을 우려하여 1987년에 커뮤니티 토지 신탁인 더들리 토지 신탁을 설립하고 60 에이커의 땅을 확보하였다.


커뮤니티 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 CLT)은
장기간 동안 공공의 유익을 위해서 토지를 관리하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비영리 기관으로,
부동산 시장의 압박(the pressures of the real estate market)으로부터
토지를 보호하고 전매를 금지하는 역할을 한다.   


DSNI가 우려하던 바와 같이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록스베리의 토지가와 주택 가격은 급증하고 있다. 보스턴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던 관공서들이 가장 먼저 록스베리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민간사업자들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록스베리와 보스턴의 중심부를 연결하는 지하철 서비스가 다시 운영되고, 여피들을 위한  스타벅스(Starbucks)나 패리쉬 카페(Parish Cafe)등이 생겨나 더들리 광장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보스턴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병원과 파이낸셜 섹터 등과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임대료나 주택 가격이 저렴한 록스베리에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빅토리안 스타일의 건물들이 남아있는 록스베리 지역은 여피(yuppie)들의 시티 라이프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록스베리 지역의 주택 모습, 출처: en. wikipedia]


록스베리 토지신탁은 그들이 소유한 토지에 225호의 영구 저렴 주택, 공원, 커뮤니티 센터, 차터 스쿨(charter school: 미국의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학부모·교원·자치 단체 등이 협력하여 설립한 초·중 공립학교의 일종으로 일반적인 공립학교보다 규제가 적은 것이 특징), 커뮤니티 그린하우스, 도시농장(urban farm)등을 만들고 있다. 커뮤니티 그린하우스와 도시농장은 록스베리 지역 주민들이 좀 더 저렴한 가격의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역의 농부들에게 토지를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도록 하고 농산물을 판매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록스베리 주민들은 록스베리 토지신탁으로부터 낮은 이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소유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 주택 소유자의 경우, 토지의 소유권은 록스베리 토지신탁에게 있기 때문에 건물에 대한 소유권만을 갖게 된다. 2011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기존의 주택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은행으로부터 주택을 차압당하는 비율이 4.63%인데 반하여, 록스베리 토지신탁에서 운영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차압률이 0.4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주민의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록스베리 토지신탁에서는 연간 주택가의 상승률을 1.5%로 제한하고 있으며, 주택 거주 10년 후에도 5%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주택의 매매가를 제한함으로써 다른 이들에게도 적정한 가격의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커뮤니티 토지신탁 모델은 공익을 위해 집합된 커뮤니티의 힘을 보여준다. 커뮤니티 토지신탁 모델은 지역의 상황에 따라서 변화되고 발전되어 간다. 2011년 현재, 미국의 커뮤니티 토지신탁의 수는 96개에 달하며, 약 10,000호의 저렴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커뮤니티 토지신탁들이 주택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커뮤니티 토지신탁은 지역주민들에게 단지 저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주민들과 함께 일함으로써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스스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갖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에 좀 더 능동적으로 대항해야 한다.
더들리 커뮤니티 토지신탁의 모델이 보여준 것처럼,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각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공익을 향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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