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 탐색자 Jul 19. 2020

2017년, 난데없이 임대사업자 등록은 왜?

1943년생인 그녀가 70이 넘은 나이에 임대사업자가 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2017년 무더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던 8.2 부동산 대책 때문이었다.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해서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대책방안이다. 8.2 부동산 대책의 주요 내용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다. 국토부 장관은 주택공급이 큰 폭으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집을 가진 가구가 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또다시 집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V를 켤 때마다 “내년(2018)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시거나 아니면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은 좀 파시라”고 권고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핏대 선 얼굴이 화면에 가득했다. 

 

해방둥이 세대로서는 조금 늦은 나이인 20대 후반에 결혼을 하기 전까지 직장생활을 한 것이 전부인 그녀가 난데없이 사업자등록을 한 것이다. 비록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떠밀려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긴 했지만, 그녀는 내심 뿌듯했다. ‘임대사업자라는 직함이 생긴 것이다. 왠지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지난 50여 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다주택자 모두를 투기꾼으로 몰아세우는 지금의 사회적 상황이 편하지는 않았다. 물론 서울에서 절반이 넘는 사람이 집이 없는 상황에서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가 다 불법적인 투기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실상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도당체 알 수가 없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시장이나 모두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동창들은 대부분 자식들을 위해 아파트나 오피스텔 한 채씩은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투기를 할 만큼 배포가 크지도 못하고, 그럴만한 금전적인 여유도 없었다. 다들 빠듯한 월급쟁이 생활에 뽀글이 파마머리로 1년을 버텼다. 남편들도 단벌신사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아무리 졸라도 사주지 않았다. 외식도 1년에 몇 번, 특별한 날에만 했다. 어쩌다 받는 보너스는 전부 은행 금리가 높은 적금에 묶어 두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곗돈을 부었다. 

 

이렇게 아껴 모은 돈으로 로또복권 같은 아파트 청약에 목을 매었다. 그때는 다 그랬다. 오죽하면, 자식이 대학에 합격한 것보다 아파트(1990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에 당첨된 기쁨이 더 컸다고 할까. “… 어머니는 둘째가 불합격한 슬픔보다 아파트에 당첨된 기쁨이 더 컸다”라고 식구들에게 털어놨다. 1억 8000만 원에 분양받은 이 아파트 매매가는 주택시장 호황기였던 2006년 무렵 딱 10배로 가격이 뛰었다. 직장인 임 씨(45)는 부모님은 이 아파트 덕에 여유로운 노년기를 보내고 있고, 우리 자녀들도 중산층으로 가는 사다리를 대물림받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4년 8월 23일). 

 

30년이 지나도 상황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청약시장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20년 서울의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99.3대 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도 40.7대 1에 달했다.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에서 부모의 도움 없이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비율도 40%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1].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한 소득 대비 주택 가격비율(PIR)을 살펴보자 [2].


                           그림 1. 연도별 소득 대비 주택 가격비율

                        출처: 동아일보(2019년 1월 26일) 

 

서울에서 평균 수준의 소득을 버는 가정이 한 푼도 쓰지 않고 13.4년을 모아야 평균에 해당되는 집(2019년의 경우 8억 4502만 원)을 살 수 있다. 2017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2017년 3분기(7-9월) 기준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의 PIR을 집계하여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11.2년으로 홍콩(19.4), 베이징(17.1), 상하이(16.4) 보다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8.5), 뉴욕(5.7), 도쿄(4.8) 보다 훨씬 높다. 서울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PIR이 12.1에서 8.8로 낮아졌다가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림 2. 소득 대비 서울 아파트 가격 테이터

출처: 매일경제(2020년 4월 24일)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주택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약속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3년 동안 20개가 넘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방안들을 발표했지만, 서울의 집값은 2017년 5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그림 2 참조). 특히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의 아파트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정부가 주택 가격을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멀리, 더 빨리 달아나고 있다. 매매 가격뿐만 아니라 전세 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1월 17일 KB 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주간 전세 가격지수는 2008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진작부터 자식들을 위해 주택을 하나 더 마련해 놓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요즘이다. 그녀의 동창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자식들에게 셋방살이의 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셋돈을 못 구해서 발을 동동 구를 때 누구 하나 도움을 주었던가 말이다.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은행 문 턱은 한없이 높기만 했다. 정부가 아무리 비난해도 자신이 한 행동이 그토록 파렴치한 행동인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정부가 하라는 건 다 했는데 - 내라는 세금 꼬박꼬박 다 내고 70이 넘은 나이에 임대사업자로 등록까지 했다. 다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그녀가 소위 복부인이라 불리는 그들과 동일시될 수 있단 말인가


          

[1] 2020년 1월 1일부터 6월 11일까지 평균 청약경쟁률

[2] PIR은 소득 1-5 분위 가운데 중간값(3 분위)에 해당되는 주택이 가구 연소득 평균값의 몇 배에 달하는지 매달 계산한 것이다. 2019년 9월 서울의 PIR은 13.4이다.





작가의 이전글 젠트리피케이션과 상생을 위한 노력들 I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