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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색자 Dec 05. 2020

2020년, 전세 가격은 고공행진 중

전세 재계약에 대한 한숨으로 시작된 2020년은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미친 듯이 오르는 전세가와 주택 가격에 대한 이야기로 연일 신문과 뉴스에서 시끄러웠다.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정부는 집값 폭등과 전월세난을 잡겠다고 그동안 20개도 넘는 부동산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대책안을 발표할 때마다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는 듯했다. 오죽하면 그냥 아무것도 하시지 말고 가만히 계시면 더 좋겠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지난 10월 경제정의 실천 시민연합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3년 동안 국민은행 통계 기준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값은 52%, 집값은 34% 상승했다. 전세 가격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약 5억 원(4억 9922만 원)으로 2017년 5월(4억 2619만 원) 보다 7천303만 원으로 3년 만에 약 17.1% 상승했다. 강남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같은 기간 동안 1억 원 정도 상승하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보다 약 3천만 원 정도 더 많이 올랐다.


                        그림 1.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단위=억 원)

                       출처. 매일경제 (2020년 8월 13일)


전월세 시장에서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2020. 7. 30)은 오히려 전세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다.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임차인이 희망하는 경우 1회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계약갱신 청구원) 임대료 인상 상한율은 5%(전월세 상한제)로 제한된다.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 시행 이후, 서울의 전세 매물은 한 달 만에 15.7%나 감소했다(정지성, 송민근, 2020). 서울의 아파트 전세 수급 동향을 살펴보면, 2020년 1월부터 4월 사이에는 100선을 유지하다가 6월부터 110선을 넘어서고 주택임대차 보호법이 시행된 8월에는 120으로 올라가 11월에는 130선을 넘었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2012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 지수는 전세의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나타내고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더구나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매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감정원의 자료는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 시행 이후, 매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을 보여주었다. 서울에서 전세를 찾지 못한 수요자들은 서울 외곽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수원, 용인 등의 수도권 지역의 전세도 동반 상승하고 있었다.


그림 1. 서울 아파트 매매, 전세 가격동향(상승률)

출처: 한국감정원


그림 3. 수도권 아파트 매매, 전세 가격동향(상승률)

출처: 한국감정원


2020년 11월 19일,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24번째 부동산 대책은 공공임대 물량의 확대였다. 향후 2년 동안 전국에 공공임대 11만 41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공급량의 40%(4만 9000가구)는 우선 공급하고 현재 공실인 공공임대(3만 9000호)를 전세로 전환하여 올 연말까지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했다.


무주택자라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두가 입주 가능하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첫째 딸의 주변에서는 아무도 선뜻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이가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국가부도의 위기를 겪었던 1997/8년이었다. 정부를 대신해서 사회복지를 제공했던 기업의 부도로 하루아침에 맨바닥에 내몰린 국민들을 정부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IMF는 구제금융지원의 조건 가운데 하나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포함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요구했었다. 처음으로 경제정책이 아닌 사회복지 정책이 정부의 주된 이슈로 떠올랐었다. 국가부도의 위기는 사회복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만,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은 듯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복지국가를 추구하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가장 많이 확대했던 영국(전체 주택 재고의 30%)을 포함한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스티그마 stigma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사회계층 social class의 구분에 대해 서슴지 않고 이야기하는 영국 사회에서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 혹은 무소득층을 위한 주거공간이었다. 물론 처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당시에는 중산층이 거주하였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들은 민간주택으로 빠져나가 저소득층만 남게 되었다. 유럽 국가들의 공공과 민간 임대의 중간 형태인 사회주택 Social Housing으로의 전환은 공공임대주택의 관리뿐만 아니라 점점 더 심각해져 가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거주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고립 Social and economic exclusion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사회주택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택보조금 Housing benefit에 의존하거나 민간임대시장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계층을 위한 주거공간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빈곤이 가장 집중된 지역 - 'The last resort' - 로 간주하는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부터 전체 주택 재고량의 3%도 되지 않는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고 있었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버려진 공공임대주택단지는 민간(임대와 소유)과 공공임대가 혼합된 형태의 소셜믹스 Social-mix의 형태로 바꾸어 재개발되고 있다. 유럽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저소득층의 사회적, 경제적 고립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유난히 주택의 소유를 통한 주택의 자산적 가치에 집착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주택은 곧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 주는 ‘연금’ 혹은 ‘복지’의 형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발전되지 못했던 아시아 국가에서는 ‘주택을 기반으로 한 복지 시스템 Housing-based welfare system’이 발전하게 되었다. 더구나, 정부로부터 한 번도 제대로 보호받아 보지 못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보다는 '나 자신'을 믿고 싶은 거다. 복지에 대한 '권리'보다 '책임'을 강요받았던 우리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당연한 태도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준 ‘셋방살이’의 설움이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거다. 억울하면 출세하는 게 아니라 하루빨리 ‘내 집을 마련’ 해야 하는 거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세난의 근본적인 원인이 단순히 전세주택 재고량의 부족에 있는 것일까?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현재의 분양제도에 몰리는 청약 대기 수요자들을 마치 부동산 투기를 통해 한 몫보려는 '복부인'으로 몰아세울 수만은 없다. 더구나 로또 청약에 몰리는 대부분은 베이비부머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걸로 예상되었던, 그들의 자녀세대 밀레니얼들이다. 먼저 그들이 서울 인근의 신도시에 왜 그렇게 몰리는지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의 정책이 아무리 옳은 방향을 보고 있더라도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그녀는 부동산 상황이 바뀔 때마다 발표되는 정부의 대책안에 ‘이번엔 또 뭐야????'라고 짜증스럽게 반응하는 그녀의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참고문헌


정지성& 송민근 (2020) 집값 올 33% 뛴 세종시, 주담대 증가율도 1위. 매일경제 2020.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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