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지역 간 인구이동은 시기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그러나 호남지역은 1975년부터 2020년까지 전 기간 동안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지역이다.
인구 순 유출에 대해 현지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KBC광주방송국에서 PD로 10여 년 넘게 일을 하다가 현재는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는 김 모 씨를 만났다. 그는 2021 청년의 날 특집 다큐 ‘청년의 자리’를 기획했었다. 40대 초반의 김 PD는 한 번도 광주를 떠난 적이 없다. 남들처럼 서울로 가고 싶지 않았는지 물었다.
“저는 광주에서 지내는 일상이 만족스러워요. 이곳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가족, 친지, 친구들이 있는 광주가 좋아요. 그런데 서울로 가지 않고 지역에 남아 있으면 뭔가 뒤떨어진다고 생각들을 하시죠. KBC광주방송국 PD로 일하고 있는데, 서울로 가라, 그래야 성공하지. 광주에 남아 있으면 어떡하냐고… 오히려 주변에서 더 난리시죠. 주변 성화에 못 이겨서 서울에 있는 방송국에 지원을 해서 합격을 했어요. 연봉협상을 하는데, 그 연봉으로는 도저히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광주로 돌아왔어요.”
청년들은 ‘왜’ 광주를 떠나는 걸까?
“제일 큰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죠. 광주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정말 없어요. 청년들은 좀 더 다양한 일들을 하고 싶어 해요. 그런데 광주에는 공무원이 최선의 일자리예요. 공무원은 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되죠. 하지만 청년들은 뭔가 새롭고 재밌는 일을 하고 싶어 해요. 광주에는 그럴 기회가 없어요. 사람도 없고…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해도 시스템이 그걸 용납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무조건 서울로 가는 거예요.”
광주에서 문화콘텐츠 기획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윤 모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PD와 비슷한 연배의 윤대표도 광주를 떠난 적이 없다. 김 PD와 윤대표는 노잼광주가 아닌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광주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도하는 청년 일자리정책의 문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미스매치죠. 청년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들을 하고 싶은데, 지자체는 대기업 공장을 유치해서 일자리 수를 얼마나 늘리겠다고만 이야기해요. 요즘 공장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이 누가 있어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단순업무를 하라고 하니까 지역을 떠나는 거죠.”
2020년 광주, 전남을 떠난 청년(만 19~39세)만 1만 5천423명이다. 이 수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이 가운데 광주시를 떠난 청년의 수는 6천 명이다. 이들은 어디로 이동했을까? 4천 명은 수도권으로 향했고, 나머지 2천 명은 충청권으로 떠났다.
청년층은 우리나라에서 인구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계층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 이동률을 살펴보면, 20대가 22.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다음으로 30대(20.1%), 10대 미만(13.4%), 40대(11%), 50대(8.7%), 60대(7%)의 순이다.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2.9%다.
인구 이동률이 가장 높은 20대의 이동경로를 살펴보자. 서울(3.4%)로의 순 유입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세종(1.3%), 인천(1.0%), 대전(0.6%), 경기(0.4%)의 순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이동물결은 광주를 떠난 청년들처럼 수도권과 충청권으로 향하고 있다. 순 유출은 경남(-4.0%)에서 가장 많이 있었고, 그다음으로 전남(-3.4%), 전북(-3.3%), 경북(-3.1%), 제주(-2.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림 1> 시도별 20대 인구 순이동률(2023년)
자료: 통계청(2023)
30대는 서울로의 순 유입이 가장 많았던 20대와는 달리 서울(-1.7%)에서 순 유출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광주(-1.1%), 부산(-0.7%) 순으로 나타났다. 30대의 순 유입은 인천(2.3%)으로 가장 많이 이루어졌고, 그다음으로 세종(1.8%), 충남(1.3%), 경기(0.9%)의 순으로 나타났다. 30대의 이동물결도 20대와 마찬가지다.
<그림 2> 시도별 30대 인구 순이동률(2023년)
자료: 통계청(2023)
2023년도 기준 우리나라 인구이동의 가장 큰 이유는 주택(34.0%)이며, 그다음으로 가족(24.1%), 직업(22.8%)의 순으로 나타났다. 인구유출입 결정요인을 분석한 이찬영(2018)의 연구에 따르면, 20대는 양질의 일자리가 인구이동의 핵심요인이고, 3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주택가격이 낮고 문화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학업과 직장의 기회를 찾아 서울로 모여들고, 자가소유를 희망하는 30~40대는 보다 저렴한 주택을 찾아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하고 문화기반시설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인천과 경기지역으로 모여들고 있다.
청년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더 큰 도시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동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간의 격차, 저출산, 초고령화, 그리고 지역소멸이라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거대한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들은
저출산과 지역소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1975년 대비 2020년 현재 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한 전라남도 신안군(-78%) 출신의 한 모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30대 초반의 한 모 씨는 서울로 대학교를 진학한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저는 어렸을 때 TV에서만 보던 햄버거가 너무 먹고 싶었어요. 부모님을 따라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햄버거를 사달라고 졸랐어요. 지역을 왜 떠나냐고요? 서울에서는 집 문을 열고 나가기만 하면 필요한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어요. 그런 인프라가 좋은 거지. 서울이 좋은 건 아니에요. 저처럼 비수도권, 농촌 출신이 서울에서 살려면 정말 힘들어요. 물가도 비싸고… 하지만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아요. 거기선 못살아요. 저출산, 지역소멸… 저도 위기의식을 느끼죠. 안타깝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게 저희 [청년들] 잘못은 아니잖아요. 아이를 낳을 상황이 돼야 낳는 거고 지역에 살만한 여건이 되어야 사는 거잖아요.”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 ‘청년’은 지역소멸을 해결할 수 있는 지역적 자원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청년들을 붙잡아야 지역이 생존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청년 정착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출생률이 급격하게 감소한 현재의 상황에서 지역 간 청년 정책은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어느 한 지역으로 청년들이 몰리게 되면, 다른 지역은 소멸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지역 협력강화 과제 발굴을 위한 청년 지역 격차 실태조사’ 보고서(2020)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청년 지원정책은 달라져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비수도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협력방안뿐만 아니라 이러한 공동의 노력을 위한 중앙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보다 실천적이고 실행 가능한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청년을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적 존재’가 아니라 그들을 위한, 그들에 의한, 그들이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들기 위한 ‘목적적 존재’로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부터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