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ard Smith Wharves in Brisbane
퀸즐랜드 주의 수도인 브리즈번은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2032년에는 멜버른(1956), 시드니(2000)에 이어 세 번째로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덩치만 큰 시골 마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도시가 아니었다.
오늘날 브리즈번은 어떻게 매력적인 국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지난 5월 브리즈번 출장에서 30년 이상 지역 마케팅 및 브랜딩 관련한 일을 해오고 있는 Mary-Claire Power(메리-클레어 파워)씨를 만났다. Southern Queensland Country Toursim(남부 퀸즐랜드 컨트리 관광청)의 CEO를 역임하기도 한 그녀는 도시가 갖고 있는 풍부한 자연경관과 항구도시로서의 역사성을 기반으로 하여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한 브리즈번시의 지속적인 노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과거의 브리즈번은 호주 내의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한 환승도시에 불과했어요. 시드니나 멜버른처럼 매력적인 요소가 부족했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브리즈번을 최종 목적지보다는 경유지로 여겼지요. 하지만 오늘날 브리즈번은 매우 활기찬 국제적인 도시로 탈바꿈되었어요. 특히 코로나 19 이후에 많은 호주인들이 브리즈번으로 이주했거나, 이주를 원하고 있어요. 이로 인해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부동산 가치도 상승했습니다. In the past, Brisbane was considered a transit city with limited attractions. Historically, it might not have been seen as a primary destination, especially compared to other Australian cities like Sydney or Melbourne. As a result, travelers often viewed it as a stopover point rather than a final destination. But now, Brisbane has been transformed into a vibrant and cosmopolitan city. Particularly after Covid-19, many Australians have moved to or expressed a desired to move to Brisbane. This has led to notable population growth and an increase in property values”.
브리즈번시는 지역주민, 민간개발업자 그리고 퀸즐랜드 관광청과 같은 공공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환승도시에 불과했던 도시를 머물고 싶은 도시로 변화시켰다. 브리즈번의 총인구는 2018년 230만 명에서 2023년 247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인구 순이동은 2020년 5,000명에서 2023년 50,000명 늘어났다. 브리즈번의 인구증가는 국내 이동뿐만 아니라 국제 이동에 의해서도 이루어졌다.
브리즈번시의 지역재생 사업은 브리즈번 강가를 중심으로 한 워터프런트 개발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호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지역재생 프로젝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사우스 뱅크(South Bank) 재개발 사업을 먼저 살펴보자.
2018년 브리즈번의 문화허브인 사우스뱅크를 방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브리즈번 강가를 따라 조성된 인공 해변이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얼마 걷지 않았는데, 갑자기 눈앞에 모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림 1> 사우스 뱅크에 조성된 인공해변
출처: 호주 퀸즐랜드주 관광청
사우스뱅크 지역에 대한 재개발 프로젝트는 1988년 월드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시작되었다. 30여 년이 흘렀지만, 관리는 무척 잘 되어 있었다. 인공 해변 가까이에는 브리즈번의 워터버스인 시티캣의 주요 정류장이 있어 리버 크루즈를 즐길 수도 있다. 해변가를 지나 브리즈번 강가를 따라 조성된 공원과 오픈 스페이스를 따라 걷다 보면, 세계적인 수준의 박물관과 갤러리, 아트센터, 도서관, 시네마, 고급호텔, 레스토랑과 카페 등을 만날 수 있다. 탈산업화로 쇠퇴한 공업 지역이었던 사우스 뱅크는 오늘날 브리즈번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이 지역을 방문하는 연간 방문객 수는 약 1,400만 명에 달한다.
하워드 스미스 와프(Howard Smith Wharves) 재개발 프로젝트
사우스 뱅크 재개발 프로젝트 이후에도 매력적인 도시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브리즈번시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워드 스미스 와프 재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2018년 브리즈번의 사우스 뱅크를 방문했을 때였으나, 당시에는 프로젝트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워드 스미스 와프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을 타결하기 위해 브리즈번 강가에 건설된 선착장이다. 이 선착장의 이름은 당시 주요 선박회사인 하워드 스미스 주식회사에서 따온 것이다. 선착장에는 대규모 보관 창고와 물류 창고를 비롯하여 설탕이나 곡물 등과 같은 대량의 상품물을 보관하기 위한 콘크리트 벙커 등이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브리즈번의 중요한 선착장으로 사용되었으나, 1970년대 이후에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그림 2> 1930년대 건설된 하워드 스미스 와프 전경
출처: howardsmithwharves.com
브리즈번시는 민간개발업자와 함께 오랫동안 외면받았던 선착장의 역사적 가치를 살려 활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2013년에 수립된 마스터플랜은 다음의 세 가지에 중점을 두었다.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살려내기
지역의 접근성 향상
시민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문화 및 휴식공간의 조성
하워드 스미스 와프 지역 내 문화재로 등록된 건물들을 복원하고 현대적인 시설물과, 공공 공간, 공원, 보행자 도로를 건설했으며, 다양한 레스토랑, 바, 카페, 그리고 이벤트 공간 등을 마련했다.
<그림 3> 하워드 스미스 와프의 현재모습
출처: 호주 퀸즐랜드주 관광청
지난 5월 브리즈번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을 찾았는데, 이미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쳐 있었다. 하워드 스미스 와프는 브리즈번에서 가장 핫한 장소가 되었다.
<그림 4> 하워드 스미스 와프의 나이트 라이프
출처: 호주 퀸즐랜드주 관광청
펠론스(Felons Brewing Co.): 로컬 크래프트 맥주회사
하워드 스미스 와프에서 가장 먼저 개장한 곳은 로컬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펠론스 브루잉 회사였다. 브리즈번시와 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민간 개발업자들은 이 회사가 활기차고 매력적인 공간을 창조하려는 재개발 프로젝트의 비전을 잘 이해하고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퀸즐랜드주와 브리즈번 출신들로 이루어진 펠론스 브루잉 회사는 브리즈번의 역사와 문화를 중요시하고 지역과의 교감을 강조하는 로컬 크래프트 맥주회사이다. ‘범죄자들’을 의미하는 ‘펠론스’라는 이름은 브리즈번강을 처음 발견한 네 명의 유죄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이들은 로컬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열정과 외식 서비스업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환영하는 분위기와 커뮤니티 중심의 장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림 5> 하워드 스미스 와프에 위치한 펠론스
출처: 호주 퀸즐랜드주 관광청
펠론스는 브리즈번의 상징적인 스토리 브리지 아래, 브리즈번 강가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방문객들이 브리즈번 강변의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야외 테이블을 마련해 두었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거대한 물류 창고를 개조한 펠론스의 실내에는 대형 양조 장비가 노출되어 있어,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직접 제조된 크래프트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양질의 고급 크래프트 맥주 이외에도 스테이크, 화덕 피자 등을 포함한 파인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펠로스는 하워드 스미스 와프 재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브리즈번 시민들에게 하워드 스미스 와프를 방문한다는 것이 곧 펠론스에 들린다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로 펠론스는 매력적인 앵커스토어로서 자리매김하였다. 2018년 연말 오픈 이후, 로컬 크래프트 맥주를 소개하고, 이벤트, 라이브 뮤직,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모임 등이 가능한 커뮤니티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관광 활성화, 그리고 로컬 공급업체와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지원하고 있다. 펠론스는 지역민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인기 있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로컬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시작된 로컬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관심은 2014년 양조 관련 규제의 완화로 소규모의 양조장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로컬 크래프트 맥주 회사로는 맥파이(제주), 더부스(을지로), 크래프트 탭하우스(이태원), 개항로 맥주(인천) 등이 있다.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과 관련하여, 지역성을 살리는 로컬 크래프트 맥주 사업이 주목받고 있으며, 지자체와 함께 지역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로컬 크래프트 맥주로 성공한 하워드 스미스 와프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
하워드 스미스 와프 재개발 프로젝트는 파트너십을 통한 사업 계획 수립, 커뮤니티 참여,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고려한 사업 계획, 지역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복합공간의 창조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여러 요인들 중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이다.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늘 강조되는 부분이지만, 성공적인 파트너십이 이루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브리즈번시는 하워드 스미스 와프의 물리적인 재개발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사회적,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 사업 파트너를 매우 신중하게 선택했다. 무엇보다도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와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진 ‘로컬’의 회사를 선택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브리즈번시는 로컬 주체 간 참여와 협업을 통해 지역 자본을 축적하고 자생적인 순환체계를 구축하여 지역다움을 창출하는 ‘로컬리즘’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는 외부의, 혹은 해외의 유명 회사나 건축가에 의해 건설된 화려하고 다소 현란한 랜드마크적인 요소가 도시를 매력적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매력적인 도시는 ‘가장 로컬다운 곳’이다. 그 도시를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그 도시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곳이어야 하는 것이다. 가장 로컬다운 공간은 로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있는 이들을 통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