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네덜란드 #1
일시:26/11/2016
@The Hague, Netherlands/Den Haag, Netherland
이 곳으로 오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네덜란드에 무사히 도착했다.(이전 글 참고!) 원래 계획이라면 전날인 25일에 도착해서 하루는 암스테르담을 구경한 후 나머지 이틀을 헤이그에서 보낼 예정이었지만, 하루를 아예 날려버린 바람에 내게는 남은 이틀만으로 난 네덜란드를 충분히 즐겨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그렇게 해서 바꾼 계획은, 일단 헤이그로 먼저 가기. 다음 날 일정은 일단 숙소 가서 짜기.
원래부터 헤이그를 목적으로 네덜란드 여행 계획을 잡은 거라, 암스테르담보다는 내게는 헤이그의 공기를 맛보는 게 먼저였다. 그렇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기차 타고 헤이그에 도착한 건 오후 2시 45분. 중앙역이 날 쿨하게 맞이했다.
네덜란드의 정부 소재지. '헤이그'는 영어식 이름이고, 네덜란드어로는 '덴 하흐(Den Haag)'라고 한다. 여담이지만 프랑스어로는 La Haye(라 에)라고 한다. 이렇게 각 나라마다 불리는 이름이 다른 것도 처음 보는 그런 도시다. 그리고, 처음 들어보긴 하지만 정식 명칭은 '백작의 사유지'라는 뜻의 '스흐라벤하허(Sgravenhage)'라고 한다고 한다. 정작 헤이그에 가면 스흐라벤하허라는 이름을 접할 일은 거의 없다. 네덜란드 서쪽 북해 연안에 있으며, 자위트홀란트 주의 주도이기도 하다. 축구 클럽 ADO 덴하흐가 있다. 정부 소재지답게 네덜란드의 모든 정부 부서와 대법원, 그리고 네덜란드 주재 각국 공관이 모여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사법재판소와 같은 유엔기구도 있다. 정치 경제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전공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도시다. 물론 나는 그런 목적으로 간 건 전혀 아니었지만.
(참고: 위키피디아)
헤이그에 발을 디딘 순간 받은 첫인상은, 이렇게나 쿨하고 지적인 느낌을 풍기는 도시가 또 어디 있을까, 라는 거였다. 중앙역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하늘 높이 솟아오른 비즈니스 빌딩들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 사이를 난 쭈뼛쭈뼛 걸으며 감탄했다. 대도시처럼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도 아니고, 내리자마자 예쁜 풍경이 날 맞이한 것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게 내게 신선한 느낌을 안겼다. 차가운 공기 속, 나는 유유히 앞으로 발을 내디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더 하기에 앞서, 내가 헤이그로 오고 싶었던 이유를 간단하게 미리 3가지로 정리하자면
이준 열사 기념관
진주 귀걸이의 소녀
바다
로 정리할 수가 있다. 앞으로 글을 올리면서 차차 이야기를 풀어나갈 거긴 하지만, 참고 삼아 알아두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이 <그 겨울, 네덜란드> 시리즈는 #1~#5로 구성될 예정이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는 기다리면 알게 될 것이다.
네덜란드라 하면 많이들 가지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 나라'라는 점인데, 맞다. 정말로 자전거 많이들 탄다. 네덜란드 기차를 타보면 알 수 있지만, 이 나라에는 '산'이라는 게 없다. 그냥 다 평지다. 전체적으로 땅이 다 낮다. 그래서 도로들도 울퉁불퉁하지 않고, 자전거로 다니기도 편한 거 같다.
물론 걷기에도 최적화된 도로 상황이었다. 이번 네덜란드 여행에 나는 사진을 위해 10cm 힐 부츠를 신고 왔는데, 그 부츠로 이틀 동안 30킬로미터 가까이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걸은 거리에 비해 신체적 부담이 그리 크지 않았던 걸 보면 아마 네덜란드의 도로들이 다 평평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중앙역을 나와 직진으로 쭉 걷다 보니, 길 한가운데가 공사 중이었다. 여기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도로공사, 트램 선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도 도로들이 평평한 이유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여기 와서 제일 많이 본 단어 중의 하나가 저 <HERAS!>라는 문구인데, 인터넷 네덜란드어 사전으로 찾아봐도 뜻이 나오지 않는다. 공사현장에서 많이 보이는 만큼 그 문구가 전하는 메시지는 대충 이해가 되지만, 정확한 뜻은 뭘까. 네덜란드어를 아시는 분이 계신다면 꼭 그 답을 듣고 싶다.
그렇게 더 직진으로 걷다 보면, 트램 선로가 보인다. 그리고 2분 간격으로 트램이 지나간다. 네덜란드에서는 트램이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로 쓰이는데, 헤이그의 경우 주로 HTM이라는 지역 회사가 운영하는 트램이 운행된다. 사진과 같은 빨간색이 인상적인 트램이 HTM이다. 물론 그 이외 타입의 트램도 운행되고 있는데, 회사가 다른 건지 단지 호선이 달라서 차량이 다른 것뿐인지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이 날 트램을 안 탔기 때문.
물론 나도 타보려고 했다. 하지만 길 가다가 보인 트램 정거장에 멈춰 티켓 발매기를 찾아봤지만, 정거장에는 그 어디에도 발매기로 추정되는 기계가 없었다. 내가 사는 그르노블이나 리옹에서는 트램 정거장마다 발매기가 있는 게 일반적이라, 같은 유럽이니 네덜란드도 똑같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런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던 것이다. 정거장에 붙은 안내 포스터 아래쪽에 영문 설명이 있길래 부리나케 읽어봤더니, 교통수단 티켓은 운전사에게 직접 사던가, 아니면 발매기가 있는 호선의 트램을 타서 사라는 거였다.
뭐 이런 귀찮은 게 다 있나, 싶었다.
운전사에게 직접 사는 경우 코인밖에 쓸 수 없고, 지폐나 카드를 쓰고 싶으면 다른 호선 트램이 달리는 다른 정거장까지 향해야 했지만, 그때의 난 코인이 거의 없었고, 그렇다고 이거 하나 사겠다고 지폐를 깨기는 싫었고, 카드로 계산하겠다고 다른 정거장까지 가는 건 더 싫었다. 결국 그렇게 첫날은 교통수단의 힘을 빌리지 않고 모든 이동수단을 내 발에 맡겼다.
참고로 티켓 가격은 1시간 유효 티켓은 3.5유로, 1일권은 6.5유로다. 이렇게까지 말하긴 좀 그렇지만, 더럽게 비싸다. 1시간권이 1.5유로인 그르노블에서 온 내게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밖에 안 느껴졌다. 굳이 그르노블에서 온 게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비싼 값이 아닐까. 2시간 이상 탈 일이 있으면 차라리 1일권을, 하루 이상 있는 거면 차라리 정기권을 사는 게 나은 그런 도시였다, 헤이그는.
그렇게 트램 정거장을 유유히 지나간 후, 내가 향한 곳은 차이나타운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준 열사 기념관을 가기 위해 지나간 곳이 차이나타운이었다. 그렇다고 한국의 인천이나 일본의 요코하마에 있는 차이나타운처럼 관광지 분위기 나고 사람들로 붐비는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 중국인들이 모여 살게 되어서 차이나타운이란 이름이 붙게 된 경우처럼 보였다. 그래도, 차이나타운 앞을 지키는 중국 대문과 네덜란드 특유의 건물들과의 조합은 나름 신기했다. 전혀 다른 양식인데도, 나름대로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차이나타운을 지나 찾아간 이준 열사 기념관.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헤이그로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이준 열사 기념관(Yi Jun Peace Museum)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밀사로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된 이준이 일본과 영국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907년 7월 14일 병사한 곳을 기념하여 지은 기념관이다. 유럽에 하나밖에 없는 항일독립운동 유적지로, 1995년 8월 5일 개관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이걸 보기 위해 얼마나 이 날만을 기다려왔는지.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내부수리공사 중이라 쓰인 종이가 날 맞이한 것이다. 그렇지만 입구 문에 붙은 게 아니라 중간 문에 붙어 있던 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구 문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응답은 없었다. 초인종을 눌러 소리가 들리면 문이 열린다는 안내문이 무색하게도 내 앞에 초인종은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고,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3번을 도전을 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고, 초인종 버튼을 향한 내 손가락만 무안해질 뿐이었다.
결국 그렇게 난 발길을 돌아서고, 대신 건너편 길로 가서 건물을 한참 바라봤다. 이준 열사가 그 생을 마감한 이 곳.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이국의 땅에 찾아왔을까. 그걸 알고 싶어서 이 기념관을 꼭 오고 싶었던 거였지만, 건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기념관의 존재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괜히 코 끝이 시큼거렸다.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우리나라가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괜히 죄송스러워지기도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곳에 찾아와 이준 열사와 마주하리라, 그런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뗐다.
네덜란드 첫날의 목표였던 이준 열사 기념관이 무산되자, 나는 갈 길을 잃었다. 그렇다고 벌써 숙소로 향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게 난, 일단 무작정 걷기로 했다.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겠지, 라는 기대감과 함께.
그 새로운 발견은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운하와 다리를 발견한 것. 운하는 암스테르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바다와 마주 보고 있는 헤이그에도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경치도 예뻤다. 이 운하 이름을 알고 싶어서 구글맵을 켜봤지만, 딱히 이름이 뜨지는 않았다. 원래 운하에는 이름이 안 붙는가. 이렇게 예쁜데. 아까운 마음이 들며 나는 카메라를 요리조리 두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번 여행은 내 인생 사진을 가장 많이 남긴 여행 중 하나였다.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해도 늘 날 찍어주는 사람이 없는 게 마음에 걸렸었다. 그래서 올해 초에 갔다 온 러시아 여행 때부터 혼자 사진 찍기 시작했는데, 그 새 혼자 사진 찍는 실력도 나날이 늘은 거 같다. 10초 타이머를 기다리며 포즈를 취하는 내내 엄습해오는 민망함도 이제는 별로 없어졌다. 물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여전히 어렵지만, 이 곳은 사람도 많지 않았고, 딱히 날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었기에 더더욱 용기 내어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내가 봐도 삼각대 없이 어떻게 이걸 찍을 수가 있었지, 다시 돌아봐도 신기한 사진들이 많다. 이 운하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도 그렇다. 여기에는 다 올리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완성한 작품들을 내 하드디스크에 고이 간직해두고 있다. 미래에 내 남편과 내 아이들에게 보여줄 엄마의 젊었을 적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물을 남겨둔 셈이다.
그렇게 나 자신을 위한 사진들을 한창 찍고 난 후, 난 다리를 건너 운하변에 털썩 앉았다. 아무리 운하가 흔한 네덜란드라지만, 펜스 하나 없는 운하변에 자동차를 유유히 주차하는 운전자들의 심리가 너무 궁금했다. 게다가 운하변 쪽이 운전석이다. 주차까지는 그렇다 치고 내릴 때 무섭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운하 주변 자동차들이었다.
그래도, 그런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의 자동차들과 해 질 녘의 운하는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네덜란드스러운 풍경을 보여달라 하면 바로 이걸 보여 줄 수 있을 만큼, 내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그런 묘한 아름다움을 풍겨냈다. 운하변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예쁜 풍경을 두 눈에 담아내다니. 돈을 좀 더 써서라도 네덜란드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수십 번 들었던 순간이었다.
운하를 한참 바라본 후, 난 다시 일어나 또 걸었다. 걷다 보니 나와 마주친 헤이그의 또 다른 기차역, Den Haag HS역이었다. 중앙역은 현대적인 유리 건물로 지어진 거에 비해, 이 기차역은 전통적인 양식으로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마치 다음 날 본 암스테르담 기차역과 그 분위기가 비슷했다.(암스테르담은 다른 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기차역 주변을 걷다 보니, 네덜란드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 슈퍼 Albert Heijn도 보이고,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상업 중 하나인 꽃가게도 보였다. 슈퍼에 들어가서 뭐 좀 살까 생각도 했지만, 호텔 근처에 가면 거기에도 슈퍼가 있겠지, 라는 생각에 그냥 패스했다. 그냥 걷기만 해도 마냥 즐거웠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해가 점점 저물어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직 오후 4시밖에 안됬다는 거였다. 아무리 겨울이 깊어질수록 해 뜨는 시간이 짧아진다고는 하지만, 오후 4시는 아직 해가 밝게 떠있을 시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내게는 가히 충격적인 속도였다. 하늘보다 길거리 불빛들이 더 밝게 보이기 시작한 헤이그의 중심가 가운데, 나는 순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조금만 더 걷고 호텔로 향하기로 했다.
찍은 순서대로 사진을 나열해봤는데, 사진만 봐도 해가 떨어지는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대체로 약 20분 간격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마지막 신호등 버튼 사진을 찍었을 때는 이미 어두컴컴한 '밤'이 된 후였다. 11월 오후 5시에 밤을 맞이하다니. 12월 중순 동지가 가까워질 무렵에 이렇게 되는 거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때는 아직 11월이었다. 처음 겪는 오후 5시였다. 밤이 되니까 기온도 급격히 떨어졌다.
앞서 말했지만, 난 이 날 트램을 타지 않았다. 모든 이동수단은 내 발에 맡겼었다. 근데 나는 호텔 가는 길까지 내 발에게 맡겨버린 것이다. 내가 예약한 호텔은 북해 스헤베닝언 해변에 위치한, 시내에서 약 6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텔이었다. 근데 이 6km를 걷기 전에도 이미 동네 한 바퀴를 돌며 5km는 족히 걸은 후였다. 10cm 굽 위에서 5km라는 거리를 잘 버텨준 내 발 뒤꿈치와 발가락에게 앞으로 6km만 더 참자며 파이팅을 외치며 걷기 시작했지만, 2시간 가까이를 0~1도의 기온과 어둠 속에서 구글맵을 보며 걷기라느 여간 쉽지는 않았다. 발이 아픈 건 참을 수 있었지만, 상상도 못 한 기온 때문에 발이 시린 건 좀 힘들었다.
그래도 굽 있는 부츠를 신어 온 걸 후회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좋은 사진도 많이 찍고, 오랜만에 오랜 시간 윗 공기도 마셔봤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다만 옷은 좀 더 두껌게 입고 올 걸. 그런 생각은 호텔로 향하는 길 내내 들 정도로 추웠다. 영하까지 내려간 건 아니어도, 북쪽 바다 근처라 그런지 기본적으로 공기가 차갑고, 안 그래도 차가운 공기와 바람들이 태양이 잠들기 시작하니까 더 나대기 시작해서 밤에는 더더욱 추웠다. 하다 못해 장갑이라도 아까 지나가는 길에 보인 잡화점에서 살 걸.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손이 시렸다. 원래 장갑을 잘 안 하는 성격이라 여행 준비할 때도 전혀 생각해놓지도 않았던 장갑이라는 물건이 이렇게 절실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호텔로 향하는 길에서도 여러 발견을 할 수가 있었다. 어떨 때는 큰 공원이 나오다가, 어떨 때는 일반 집처럼 생긴 개인병원과 변호사 사무소들이 줄지어 보이기도 했다. 또 어떨 때는 교회가 나오기도 했고, 어떨 때는 염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작은 목장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빛들이 밝게 비춘 거리가 나를 맞이했다. 스헤베닝언에 들어선 것이다. 스헤베닝언, 이 곳도 참 매력적인 동네인데, 이 곳 이야기는 다른 편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그렇게 난 얼어붙은 손으로 덜덜 떨며 중간중간에 사진을 찍고, 다시 호텔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오늘의 내 숙소, Hotel Mimosa. 호텔스닷컴에서 이틀에 74유로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홀려 예약하게 된 숙소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공용인 점만 빼면 딱히 불편한 것도 없었고 직원 분들도 다 친절했다. 나는 뭐 씻을 수 있고 잘 수만 있으면 어디서 묵든 상관없는 사람이기에 넙죽 키를 받고 내 방에 들어섰다.
아, 키를 받고 계단을 올라가기 전에 스텝에게 감사합니다를 네덜란드어로 뭐냐고 물어봤더니, 뭐였더라, '덩큥붱'이라고 한다. 아니 이게 아닐 수도 있지만 내 기억에 그녀는 이렇게 발음했던 거 같다. 내 기억력에 자신이 없어서 이번 네덜란드 여행에서는 한 번도 안 쓰고 그냥 땡큐만 말했지만, 만약에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그땐 꼭 그녀가 알려준 대로 덩큥붱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그렇게 난 23호실에 들어서서 짐을 풀었다. 짐이라고 해봤자 배낭 하나밖에 없지만, 그 배낭을 내려놓고 부츠를 벗으니 온 세상 피로가 다 내게 몰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의 네덜란드에서의 첫날이 마무리되었다. 별거 한 건 없지만, 보고 느낀 건 많은 그런 하루였다. 건진 것도 많은 하루였고.
다음 날 일정을 간단하게 짠 후, 난 피로 회복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더 즐거운, 더 황홀한, 더 뜻깊은 그런 네덜란드에서의 하루를 보내기 위해.
<그 겨울, 네덜란드 #2> Coming soon.
그냥 여행지가 아닌, 여행한 나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공간 <나와 함께 떠나는 여행> 매거진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