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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메 Dec 18. 2016

친구여, 안녕

4개월간의 짧은 만남의 끝

16 Dec. 2016

@Grenoble, France



이제 겨우 시험이 2개 남았다. 거의 다 끝나가는 듯싶었지만 여전히 나의 종강은 산 너머 저 멀리에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즐길건 즐기며 살아야 하지 않겠나. 


나의 종강은 여전히 멀었지만 내 친구들 중에는 이미 시험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친구도 많았다. 그래서 이번 한 학기 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이번 주말이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몇몇 친구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겸한 그르노블 굿바이 파티를 주최해 학교 유학생들을 초대했다. 나도 그 연락을 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보기만 해도 잠이 쏟아질 것만 같은 수업 자료들과 펜을 잠시 놔두고 오랜만에 화장다운 화장을 하며 파티장으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유학생들 중에서 최고의 남자였던ㅋㅋㅋㅋ너무나 착하고 멋진 두글라스와 아만다


따로 파티장에서 주최한 건 아니고, 기숙사 내 공용 키친에서 각자 알코올과 스낵을 가지고 와서 수다를 떨며 종강을 축하하는 그런 학생다운 파티였다. 그런데 기껏해야 10평 정도짜리 크기의 공용 키친에 60명 가까이나 되는 유학생이 몰려드니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키친이 사람으로 꽉 찼지만, 그렇게 많이 모일 수 있는 것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 좁은 공간 속 후끈한 열기조차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수업 중에는 그 누구보다도 매의 눈으로 날카로운 질문과 논리적인 자기 의견을 펼치는 우수한 친구들일수록, 그 누구보다도 파티를 즐기고, 망가질 줄도 알고, 놀 줄 안다. 적어도 여기서 내가 만난 친구들은 다 그랬다. 항상 한 손에 와인 병이든 맥주병이든 알코올을 놓지 않는 그런 친구들을 보다 보니, 나중에 유학 마치고 귀국하고 나면 알코올과 일심동체였던 그들의 모습이 이따금 그리워질 거 같기도 해서 은근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제일 친하게 지낸 친구들, 니콜라스와 미겔. 너희들의 스페니쉬 감성은 절대 잊지 않을거야:)


사실 아직 난 종강을 맞이한 게 아니어서 그 전까진 이 아이들을 이젠 못 본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었는데, 다 같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귀국 일정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이게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중 둘인 콜롬비아계 미국인 니콜라스는 다음 주 금요일, 스페인인 미겔도 다음 주 수요일에 떠난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나도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과는 저번에 리옹 빛의 축제를 함께 갔다 왔는데, 리옹에서 마음껏 뽐냈었던 그들의 멈추지 않는 스페니쉬 열정(콜롬비아도 스페인어 써서 그런지 정신없고 방정맞은 건 스페인인이랑 똑같더라..)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열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스페인에 가고픈 마음이 들었을 정도니. 함께 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수록 씁쓸한 마음이 커져갔다. 

보고 싶을 거야, 너희 둘:)


 




단체사진. 너희들을 만나서 반가웠어!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함께 나눠온 추억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기에, 그래서 더더욱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 파티였다. 내가 다시 시험공부하는 동안, 이 중의 반 이상은 짐을 싸며 그르노블에서의 추억을 되새기겠지. 


그들의 추억 속 어딘가에 나라는 존재도 살포시 놓여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내게도 그들의 존재는 마치 절대 잊을 수 없는 영화 속 명장면의 일부와도 같으니까. 

내 인생에 두 번 다신 없을 프랑스 유학생활 동안 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고, 고마웠다. 



모두 몸조심하고. 잘 지내!


친구여,

Au revoir:)


 







아 물론 저는, 시험도 아직 남아 있고, 일정상의 이유로 1월 말까지 프랑스에 있을 예정이에요ㅎ

앞으로도 <프랑스에서 살아남기> 매거진은 계속 연재될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u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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