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족여행 : 파리 디즈니 랜드, 디즈니 스튜디오
일시: 23 Dec. 2016
@Paris, France
우리 가족이 연말연시 방학에 맞춰서 프랑스에 놀러 왔다. 날 보러 오기 위함도 있었지만, 각자 프랑스에서 가고자 하는 곳이 있었던 것도 이번 유럽여행이 성사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내 동생의 경우, 그건 바로 파리 디즈니 랜드와 스튜디오로 가는 것이었다. 사실 디즈니에 가는 건 내게도 프랑스에서 이루고 싶었던 소소한 목표 중 하나이긴 했지만, 동생 덕분에 이렇게 생각보다 빨리 이룰 수 있게 되어서 은근 기뻤다.
파리 입성 이틀째, 부모님은 두 분이서 오랜만에 데이트를 즐기겠다고 파리 시내를 돌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둘이서 먼저 아침 일찍이 호텔을 빠져나와 유유히 디즈니 랜드로 발걸음을 향했다.
시내에서 약 한 시간 정도 RER을 타고 도착한 디즈니 랜드. 비는 오지 않지만 안개 낀 디즈니는 추위가 살을 파고들었지만 나름 운치가 있었다. 사실 우리 자매는, 일본에 있을 때도 매년 2~3번 정도 디즈니 랜드나 씨로 갈 정도로 디즈니를 자주 간다. 그렇다고 캐릭터 별로 인형을 마구 사고 연간 패스포트를 끊을 정도로 마니아는 아니지만, 적어도 테마파크로서의 디즈니 팬인 건 확실하다. 몇 번이나 가도 질리지 않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파리 디즈니에게도 그런 기대감을 품고 우리는 원데이 투 파크(하루에 두 테마파크를 다 돌 수 있는 일일권)를 끊고 먼저 디즈니 랜드로 향했다. 한 장에 90유로라는 어마 무시한 가격에 엄마의 끝없는 잔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도 같았지만, 애써 외면하며 부지런히 입구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고 기념품샵 거리를 지나자 아담하지만 귀여운 오로라 성이 우리를 맞이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파리에서 활동하는 어느 스냅사진작가의 사진을 주로 즐겨 보는데, 그분이 자주 찍는 스폿 중 하나가 바로 이 디즈니 랜드 오로라 성이었다. 그분의 사진 속 오로라 성은 정말 마치 동화 속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치 이 곳만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것 같았는데, 이 날 내가 오로라 성을 처음으로 보고 난 깨달았다.
아, 역시 보정의 힘은 대단하구나.
귀엽고 사람 들뜨게 만드는 매력이 넘치는 거에는 분명 변함은 없었지만, 그분의 사진에서 본 것만큼 동화적이고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기기에는 인조의 미가 넘치는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우리가 오로라 성을 본 이 날 유난히 안개가 자욱이 껴있던 것도 나의 앳된 환상을 깨뜨린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남이 찍은 걸 보고 곧이곧대로 진짜 그 사진처럼 생겼다고 믿고 가는 건 아무래도 환상이 깨질 위험이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다.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이게 바로 디즈니의 힘이겠지.
그런 의미로 나도 보정 좀 해봤다.
확실히 보정을 하니까 안개 낀 오로라 성도 실물보다 더더욱 환상적이게 보인다. 게다가 유난히 동화 속 성처럼 보인 데에는 분홍색이 풍기는 귀여움과 여성스러움의 효과가 큰 것 같았다. 규모적으로는 도쿄 디즈니랜드의 신데렐라 성보다는 작은데도, 그 존재감의 귀여움은 배로 느껴졌으니.
아무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면 어떠하리. 예쁘면 장땡이다. 오로라 성 안에 들어가면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스토리에 따라 창문이 꾸며져 있는데, 창문 속 요정 할머니들이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태양도 안 보이고 춥기만 한 그런 날씨였지만, 내 안의 동심이 뜨겁게 불타 오르는 게 느껴졌다.
사실, 디즈니랜드에서는 놀이기구를 많이 타거나 열심히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제일 처음으로 탄 백설공주를 타고 나서 느낀 건, 다른 나라 디즈니일지언정 랜드라는 같은 테마로 만들어진 파리의 디즈니랜드는 도쿄의 그것과 꽤 많이 비슷하다는 거였다. 물론 어트랙션이나 레스토랑, 소소한 장식 등은 파리 고유의 것도 많이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도쿄의 디즈니 랜드에서도 많이 느껴온 익숙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분명 처음 온 곳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몇 번 와 본 기분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왕 파리에 온 거, 일본에는 없는 어트랙션 중심으로 타기로 했다. 지도 보며 루트를 정하고 시간 배분에 신경 쓰며 돌아다닐 정도로 꼼꼼한 성격이 못 되는 동생이나 나나, 이리저리 사진 찍고 디즈니 특유의 즐거운 분위기를 즐기며 유유히 걸어 다니는 게 훨씬 편했다.
그렇게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도달한 투머로우 랜드와 디스커버리 랜드. 미래지향적인 콘셉트를 두른 이 곳에서 눈에 띄는 어트랙션이 몇 개 보였다. 그중에 우리 이목을 사로잡은 스페이스 마운틴 미션 2. 스페이스 마운틴 자체는 일본에도 있지만, '미션 2'는 대체 뭘까. 동생이랑 나랑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이미 우리 발은 대기줄 입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기다리면서도 미션 2라 해봤자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었고, 친절하게 사진도 찍어주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놀란 건, 인기 많게 생긴 비주얼의 이 어트랙션 대기 시간이 불과 15분밖에 안되었었다는 점. 일본 스페이스 마운틴은 짧아도 1시간은 기다려야 탈 수 있어서 우리에게는 무조건 패스트 패스 끊는 놀이 기구 중 하나였는데, 여기서는 그런 패스트 패스 끊을 걱정마저도 덜 수 있었다.
스페이스 마운틴 옆에 있던 오토피아(Autopia)라는 이름의 어트랙션도 탔다. 이것도 일본에도 그랜드 서킷 레이스웨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있는 어트랙션이기는 하지만, 레이스웨이 코스도 전혀 다르고, 내가 일본에 돌아가기 전에 일 본 거는 운영이 1월 11일을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라 속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타기로 했다. 일본 거는 이제 못 탄다는 생각에 경건한 마음으로 타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일본 거에 비해 속도가 무진장 빨라 경건하고 뭐고 없이 너무 즐겁게 타고 왔다. 반대로 말하자면 일본 어트랙션이 어린이를 위한답시고 제한 속도를 낮추고 코스도 굴곡이 덜한 코스로 만들어 놔서 오히려 더 파리 레이스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파리 오토피아로 대신하며 일본 레이스웨이에게 속으로 작별을 고했다. 어릴 때부터 무척 좋아하던 놀이기구라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지만, 일단 여기는 도쿄가 아닌 파리이기에 우린 차에서 내리고 나서 부지런히 다시 움직였다.
하지만 다시 움직인 지 얼마 안 되어 배고픔이 파도처럼 우리에게 밀려왔기에, 우리는 홀리듯이 오토피아 바로 앞에 있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아침을 호텔에서 든든하게 먹은 터라 여기서는 돈도 아낄 겸 세트 하나 시켜서 같이 나눠 먹기로 합의해, 무슨 세트를 시킬까 메뉴를 보고 있던 찰나, 치킨 버거나 치즈 버거 등 꽤나 익숙한 이름들 사이에 단연 눈에 띄는 이름과 비주얼이 내 눈에 들어왔다.
스타워즈에서 영감을 얻은, 다스베이더를 떠올리는 '다크 베이더 버거'와 '요다 컵케잌'.
도쿄에서는 먹을 거에는 일체의 호기심이 없었던 나였지만, 그래도 여기는 파리라고 좀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동생은 색깔과 흔치 않은 비주얼 때문에 약간 안 먹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여기서는 언니로서의 고집을 좀 피워봤다.
계산을 끝내고 음식을 받아 자리에 앉은 후, 동생이 언니 먼저 먹어보라고 닦달을 했다. 먹는 걸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는 동생에게는 꽤나 맛이 걱정스러웠던 모양인가 보다. 난 아무렇지 않게 한 입 베어 먹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평범한 맛의 맛있는 햄버거였다. 동생에게 그냥 햄버거라고 먹어보라고 햄버거를 주니, 그제야 동생도 언니 말을 믿는지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햄버거 다음에는 요다 컵케잌을 먹어봤다. 이것 또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평범한 맛의 달다구리 한 생크림이 올라간 초코 무스였다. 세트 하나에 16유로나 들었지만, 그중의 80%는 비주얼 값이었던 거다. 그래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도전정신을 발휘한 거 치고는 꽤나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었다.
식사를 마칠 즈음, 구피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브라스 밴드 공연이 옆 스테이지에서 시작되었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이었던 이 날, 구피와 밴드 연주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신나 보였다. 크리스마스 캐럴뿐만 아니라 겨울에 어울리는 곡들, 특히 겨울왕국 노래들도 연주하며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길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이걸 따로 마련된 극장에서 하는 게 아닌 레스토랑 안에 비치된 스테이지에서 하는 것도 신기했고, 일본 사람들처럼 꼭 이걸 보기 위해 자리 잡아 기다려서 보는 게 아닌, 지나가다가, 밥 먹다가 잠깐 들르거나 멈춰서 다 같이 즐기는 모습을 보니 디즈니마저도 각 나라의 성격을 잘 담아내는구나, 싶기도 했다.
밥도 다 먹고 공연도 다 보고 나서 시계를 보니 오후 3시가 다 되어갔다. 디즈니 랜드를 다 돌아보고 다 탄 건 아니었지만, 대충 랜드의 분위기는 알고 있었고 놓여 있는 놀이기구들도 짐작이 가는 데다가, 스튜디오가 먼저 문을 닫기에 돌아다닐 시간이 빠듯할 거 같아 우리는 스튜디오로 향하기로 했다. 한번 랜드에서 나와서 표지판을 따라 향한 디즈니 스튜디오는, 이름에 알맞게 디즈니보다는 마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많이 봐온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유니버셜이 아닌 디즈니라니. 눈에 익은 분위기와 낯선 조화가 괜히 내 마음을 더 들뜨게 했다.
입구를 들어서자 우리를 맞이한 기념품 거리. 구조적으로는 다른 디즈니 테마파크와 같은데, 놓인 기념품이 마블이나 스타워즈 등 정말로 영화 캐릭터들을 모티브로 한 물건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또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이 거리를 지나며 느낀 건, 일본 도쿄 디즈니 랜드와 디즈니 씨 사이에 익스피아리라는 디즈니 쇼핑몰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있는 레스토랑 거리랑 굉장히 분위기가 비슷했다. 어쩌면 익스피아리는 이 스튜디오 콘셉트를 가져온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기서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구경도 했다. 원래는 로큰 롤러코스터라는, 에어로스미스의 곡에 맞춰 돌아가는 롤러코스터를 꼭 타고 싶었지만, 그런 류의 빠른 놀이기구를 잘 못 타는 동생이 무서울 거 같다고 죽어도 타기 싫다고 해서 단념해야만 했다.(사실 아까 탄 스페이스 마운틴도 살짝 내가 고집부려서 동생도 탄 거였다) 이래서 놀이공원 올 때는 누구랑 오는지가 정말 중요한 거 같다.
나는 동생과는 정반대로 무서운 놀이기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 놀이공원에 올 때마다 롤러코스터는 늘 타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아까 랜드에서 이런저런 고집 안 부렸으면 여기서 고집 좀 피워봤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동생이 싫다는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른 곳으로 가보니, 영화 촬영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스튜디오 트램 투어도 있었고, 좀 더 걸어 가보면 토이스토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툰 스튜디오도 나왔다. 툰 스튜디오의 경우 일본 디즈니 랜드에 툰 타운이라는 게 있는데, 그것과 비슷한 콘셉트이었지만 놓여있는 어트랙션은 전혀 달랐다. 타는 것도 타는 것이었지만, 정말이지 스튜디오라는 콘셉트답게 우리도 토이스토리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툰 스튜디오를 가로질러 지나가면 영화 라따뚜이를 배경으로 한 레미 광장이 나오는데, 나나 동생이나 여기서 제일 들떠 있었다. 우리 둘 다 디즈니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라따뚜이었는데, 설마 디즈니 스튜디오에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돌아다니는 내내 지도도 안 봤고, 심지어 디즈니 오기 전에 사전조사 같은 것도 전혀 안 했었기 때문에 이 곳 지리나 정보에 대해서는 거의 몰랐다. 그래서 디즈니 스튜디오에 라따뚜이 콘셉트의 파크 에리어가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
파리답게 라따뚜이를 테마로 만들다니. 일본에는 전혀 없는 콘셉트이기에 더 들떠 있었던 거 같다.
아쉽게도 어트랙션은 이 날은 너무 늦어서 타지를 못했고, 그 옆에 있는 구스토 식당은 학생인 나와 어린이인 동생에게는 너무나도 비쌌기에 저녁 먹을 엄두도 안 났지만, 마음만은 풍족했다. 어트랙션 옆에 있는 Chez Marianne이라는 기념품샵에 들어가 보니, 이곳이야말로 라따뚜이 천국 아닌가. 파리 디즈니랜드 굿즈는 물론 레미 얼굴이 그려진 각종 굿즈들이 놓여 있어, 계속 걷느라 약간 피곤해 보였던 동생 얼굴도 활짝 피었다. 동생이 디즈니에 오면 자기를 위한 선물을 사기로 부모님과 약속했었나 본지, 여기서 자기 선물을 사겠다고 물건을 이리저리 보기 시작했다.
15분 넘게 가게 안을 왔다 갔다 한 후 산 동생의 기념품. 그건 바로 요리 레시피북이었다. 죄다 프랑스어로 쓰여 있어서 내가 없으면 쓰지도 못할 그런 책이었지만, 동생은 그래도 행복해 보였다.
하긴, 책 자체가 너무 예뻐서 굳이 요리책으로 쓰지 않아도 장식용으로도 우리 집에서 예쁘게 쓰일 것 같았다.
한 거라고는 기념품샵에서 쇼핑한 것밖에 없긴 했지만, 제일 만족스러웠고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이기도 한 레미 광장. 이 곳을 지나며 난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 돈 많이 벌어서 10년 안에 이 레미 광장에 다시 와서 구스토 레스토랑에서 제일 비싼 구스토 코스를 먹고, 어트랙션도 타고, 그때쯤이면 사춘기도 다 지나 예뻐져 있을 동생도 많이 찍어줘야겠다고. 나중에 엄마에게 이 말을 했더니 꿈이 너무 작다며 코웃음 치셨지만, 난 진지하다. 동생이랑 오는 게 어려우면 미래의 남자 친구랑 올 것이다.
꼭 다시 오고 말테야.
한참 레미 광장을 탐미하고 난 후, 지나가다가 크러쉬 코스터라는 걸 발견했다. 파리 디즈니에서는 드물게 대기시간이 한 시간 이상 걸리기에 인기 많은 거겠다 싶어서 입구로 향하는 사람들 따라 우리도 들어갔다. 줄 서고 난 후 이 어트랙션에 대해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파리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제일 인기 많은 어트랙션 중 하나라고 소개가 되어 있었다. 니모를 찾아서를 모티브로 한 바다 여행 롤러코스터인데, 인기 어트랙션답게 이것도 너무나 재미있었다. 롤러코스터지만 동생도 재밌게 탔을 정도니. 파리에만 있는 어트랙션이라고 하니 돌이켜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록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 타고 나오니 저녁 7시가 다 되어갔다. 일본에서라면 아직 팔팔한 동생도 아직 시차 적응을 다 못해서인지 많이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저녁은 디즈니에서 먹고 가고 싶다는 동생의 말에 맞춰 우리는 아까 지나가던 기념품 가게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또 햄버거를 먹었다. 물론 이번에는 무난하게 치킨 버거로.
지도도 안 보고 돌아다녔기 때문에, 탄 어트랙션 수나 걸은 거리로만 따지면 다른 관광객보다는 현저히 적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 디즈니와 비교도 해보며 걸어 다니고 , 타고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다가 레미 광장에서 온 흥분을 다 쏟고 꿈도 하나 더 생겼으니. 디즈니의 밤을 책임 질 불꽃도 안개 때문에 취소되었지만, 그게 없더라도 만족스러운 하루가 아닐 수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다시 호텔로 향하는 길 내내 동생은 곯아떨어져 있었지만, 동생에게도 잊을 수 없는 그런 즐거운 하루였겠지. 사진 찍히는 걸 아직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동생이 오늘 하루 동안 언니 찍어주느라 수고가 참 많았다. 그런 동생도 10년이나 지나면 자기의 꽃다운 20대 청춘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하겠지. 그럴 때, 이번에는 언니가 디즈니를 배경으로 동생을 많이 찍어 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런 미래를 꿈꿔보는, 그런 디즈니의 밤이었다.
매거진 <나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또 틈 날 때마다 가족 여행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Sung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