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고도만큼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내용과는 큰 상관없는 그림_)
1
쌀을 씻고 냉장고에서 콩을 꺼냈다.
겨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계절은 늘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우울함과 함께... 해가 짧은 겨울이 깊어지는 만큼 우울감도 깊어지고 지는 땅거미처럼 그 애의 마음도 다가온다면 좋겠다. 그리움이 없는 우울감은 매력이 없는 빈 통 같아서 그 안에는 아무것도 서리지 않는다.
나는 속이 빈 인간이라서 눈물이 차면 내 감정이 차는 것이라고 믿곤 했던 것 같다. 어둠이 나와 가까운 무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은 따듯하게 하면 따듯한 것이 모여들고 차갑게 하면 차가운 것들이 모여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차가운 것은 불운이 되곤 했다. 가끔은 차가운 것들 안에서 내가 뜨거운 인간이라는 느낌을 사랑하는 감정이라고 믿게 되기도 했다. 나는 얼음 같은 상황으로 만드는 나도. 너도 무섭고 그립다.
2
프랑스로 유학을 간 친구를 우연히 봤다.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에서 지하철로 가는 구간에 있는 카페에서
언젠가 나와 같은 반을 한 적이 있는 다른 친구와 함께였다.
프랑스로 유학을 간 뒤 메일로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연락이 끊겼다.
전화를 해도 전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도 되고,
마지막에 유학 가기 며칠 전에 본 만남에서 뭔가 실수를 했나 생각했다.
나는 그동안 줄곧 내가 쓴 메일이 방정맞았나. 친구에게 큰 심경의 변화가 생겼나 생각을 하다가.. 코로나로 어떻게 되었나 생각도 하다가.
그렇게 몇 년을 생각을 하다가 유리창 너머에서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친구를 보고 아는 척 인사를 할까 했지만
이상한 마음이 들어서 , 그 친구가 날 고의적으로 피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그냥 지하철을 탔다.
신기하게도 친구에 대한 고민은 지하철을 타러 가는 순간 사라졌다.
몇 년을 떠올리고 고민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말이다.
다음에 만나면 그래도 아는 척을 해봐야지..
커트 머리였던 친구는 단발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시간만큼의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