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1년에 한 번 어린 딸 손을 잡고
묵직한 등짝을 무심한 듯 지고
항로를 벗어나
예배당에 오신 아버지
하나님이 누구인지
예수님이 누구인지
아버지에겐 허공을 떠도는 영혼의 산물
그저 딸의 재롱잔치가 보고 싶었을 뿐
바람 부는 성탄절은 날아갈까 봐
눈이 오는 성탄절은 미끄러질까 봐
맑은 성탄절은 그냥
해는 어제와 똑같이 뜨고
그림자는 언제나 같은 각도로눕지만
이제는 예배당에
오시지 않은 아버지.
동백나무의 꽃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수십 번 붉게 피고 지는데,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위로
또렷이 남아 있는
멈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아버지,
예배당 의자에 앉아 시선 잃은 눈으로
메마른 헛기침을 하시던
아버지가 그리운 성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