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cuphile
얼마 전 글로벌 IT기업 META에서 AI인재 영입을 위해 최고연봉 약 1,370억(1억 달러)을 제시해 화제를 모았다. 아무리 AI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지만, AI인재에 그 만한 돈을 쏟아부을 만큼 엔지니어 대한 대우가 넘사벽인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 못지않게 기술 인재영입을 벌이고 있는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의 엄청난 지원을 제공하며 전 세계 기술인재를 흡수하는 중이다.
[KBS 인재전쟁 1부 공대에 미친 중국]은 중국 내 기술인재 육성 배경과 사회현상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다큐를 보면서 현재의 중국보다 앞으로의 중국이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해졌다. 이미 중국은 한국보다 더 나은 기술강국이 되었다. 불과 10~2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이 만드는 것을 중국을 할 수 없었지만, 이제 중국이 만든 기술을 한국은 만들 수 없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중국 정부는 2015년 [Made in China 2025] 발표하며 제조업을 디지털화하고 자동화하며 첨단기술을 접목해 혁신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2016년 [세계적인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위한 노력]이라는 주제의 국가전략이 발표되면서 기업, 공공기관, 교육,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그에 상응하는 계획을 연계해 수립하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가 발표한 전 세계 연구 기관 순위인 [네이처 인덱스 2025]에 따르면 전 세계 연구기관 통 10중 8곳이 중국에 있다. 1위는 중국과학원(CAS)이며 한국의 서울대는 52위, KAIST는 82위로 견주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인재 하면 뒤지지 않았던 한국은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다큐를 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천문학적 규모의 R&D 투자와 더불어, 대학 입시 제도부터 창업 지원, 연구소 설립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최고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법학이나 경영학이 아닌 이공계로 몰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공대에 미친 중국”이라는 표현을 낳았다. 2022년 기준 중국의 R&D 투자 규모는 4,400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며(세계은행), 매년 120만 명 이상의 공학계열 졸업생이 배출된다(OECD, UNESCO).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시선이 자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해외에서 공부한 유학생의 귀환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동시에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는 전략을 구사한다. 2008년 시작된 ‘천인계획(千人计划)’은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중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고액 연봉, 연구비, 주거 지원을 제공한 대표적 사례다. 이는 단순히 기술 확보를 넘어, 글로벌 인재 네트워크 속에서 중국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이런 모습은 우리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다큐에서 실제로 한국에서 정년퇴임을 한 물리학과 교수가 중국의 푸단 대학교 석좌교수로 인터뷰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처음에는 중국으로 가는 일이 한국에 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과학자와 과학계를 푸대접하는 자국의 모습에 미래가 없다고 본 것 같다. 한국보다 더 높은 연봉과 대학교 인근 특급호텔에 숙소를 마련해 준 중국 측의 지원을 받으며 오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그분 개인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조금 안타까웠다.
한국 역시 기술 인재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와 속도에서 중국에 밀린다. 매년 공학계 졸업생 수는 중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R&D 투자 규모도 GDP 대비 비율은 높지만 절대 규모에서는 격차가 크다. 더욱이 한국 청년들은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창업이나 도전적 연구로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뛰어난 인재들이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연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인재를 붙잡기 위해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더 나은 환경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개인에게 애국심으로 한국에 남아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라도 형성이 되어있다면 모를까.
기술 인재 확보가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키워낼 것인가?
다큐멘터리에서는 중국의 기술인재 육성과 확보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지만, 보고 나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인문, 경쟁과 협력, 혁신과 윤리를 함께 아우르는 균형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한국이 중국과 차별화하며 글로벌 인재전쟁 속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2부는 의대에 미친 한국이라는 제목의 안 봐도 알법한 내용이다. 자녀를 둔 입장에서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참 어렵게 느껴진다. 적어도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기술과 인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를 고민해 볼 시점이다.
*메인 이미지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