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키즈카페

예찬주의자#2

by 매버지

아마 미취학아동을 키우는 부모님들이라면 극공감을 하실 것이다. 주말이면 이번 주는 애 데리고 어딜 가야 하지? 걱정부터 앞선다. 아이의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나와는 반대로 딸아이는 집돌이가 전혀 아니다. 유치원 하원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놀이터로 돌진하고, 평균 1시간 30분을 뛰어놀고 제발 집에 가자는 협상을 해야만 귀가가 가능한 아이다. 그런 아이 덕분에 나 역시 하루 평균 최소 1시간 이상은 놀이터에서 가끔은 '괴물'이 되기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숨바꼭질'을 해야만 한다. 아, 즐겁다.


딸아이가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며 박물관, 전시회와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지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들의 예약 경쟁도 치열하다. 그리고 아이마다 취향과 받아들이는 수준차이가 있기 때문에 잘못 선택할 경우 별 흥미를 못 느끼고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안전하며 재미있는 공간을 찾는데, 그곳이 바로 키즈카페이다.


어릴 적 생각을 해 보면 키즈카페가 어딨는가? 동네 공터에서 운영하는 방방(트램펄린)이나 스프링 목마 정도가 다였는데, 요즘 아이들은 키즈카페에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 역할놀이 장난감, 트램펄린, 모래놀이, 실내 미끄럼틀, 미술 그리고 체육 프로그램, AI코딩게임 등 놀거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민영 키즈카페의 요금은 생각보다 만만하진 않다. 평균적으로 시간당 1.5~3만 원 정도 수준이고, 돌봄(아이를 맡기는)을 추가하면 비용은 더욱 증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중 업무와 육아에 지친 부모님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주말에 방문한 키즈카페에 가보면 아이와 부모님들로 가득 찬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말이다.


일본에서도 갈 수 밖에 없었던 키즈카페...


다른 지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혜자'로운 키즈카페가 있다. 바로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울형 키즈카페]다. 요즘 서울시가 한강 수상택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 같은데, 언제부터 시행한 것인지 몰랐지만 육아에 힘쓰는 아빠로서 서울형 키즈카페를 제안한 공무원분께는 큰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서울시 또는 자치구가 주도하거나, 민간시설과 협업해서 만든 "공공 실내 놀이터 + 놀이/돌봄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저출산과 환경(황사, 미세먼지 등) 이슈와 관련하여 서울시에서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 이 시설은 2022년 종로 1호 개관 이후, 2025년 현재 137개소 운영 중이며 연내 200개소까지 확대 계획이 있다고 한다(가능할까?). 주로 미취학아동이 이용대상이고, 원칙적으로는 서울시민만 이용이 가능했으나 대상을 확대하여 거울시 거주자 외에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직계가족도 이용이 가능하다.


위에서 밝혔듯이 민영 키즈카페의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서울형 키즈카페의 평균 이용금액은 아동 1인 기준 약 2,000원~5,000원이고 보호자는 무료이거나 1,000원 등의 수준이다. 각 지역별 키즈카페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골라 가보는 재미도 있어서 추워지는 가을과 겨울에는 원거리에 있는 서울형 키즈카페도 가보고, 동네투어도 함께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서울형 키즈카페의 장점은 일반적인 민영 키즈카페에 비해 공간이 협소하지만 그 덕분에 소수인원만 시간예약제로 출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가 놀이하는 공간 내에 사람이 많을수록 위험은 증가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나에겐 이 부분이 참 매력적이다. 그리고, 시와 자치구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시설기준, 안전과 위생에 관리가 철저하여서 신뢰가 간다. 물론 민영 키즈카페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고, 영리 목적을 위해 지어진 공간보다는 공익적 차원에서 지어진 곳이라 보다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쓰고 나니 마치 서울형 키즈카페 홍보대사가 된 기분이 들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정부를 통해 누리는 혜택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시설들은 큰 호사로 느껴진다. 저출생 이슈로 시끄러운 요즘 단순히 출산 장려금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 이제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사회가 얼마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느냐가 관건이다.


서울형 키즈카페와 같은 정책은 단순히 공간 하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부모들에게 '아이를 낳아도 이 사회가 우리를 지지해 준다'는 신뢰를 심어준다. 그런 경험이 쌓일 때 부모는 덜 힘들고, 외로우며 지역사회는 따뜻한 연결망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제도가 늘어나고 문화로 자리 잡아야만, 출산과 양육이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나누는 기쁨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울은 재정 여건과 인프라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이런 공공형 키즈카페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예산도 부족하고, 운영할 공간이나 인력도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의 부모들이 덜 힘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를 돌봐줄 곳이 더 부족해 육아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온다.


지방에서는 꼭 거창한 시설이 아니더라도, 유휴 공공건물이나 마을회관, 도서관 일부 공간을 개조해 소규모 키즈카페로 운영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짧은 생각을 해본다. 또, 민간 키즈카페와의 협력, 기업 후원, 주민 자치 운영 같은 다양한 방식이 결합된다면 예산 제약 속에서도 어렵겠지만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어느 지역에 살든 ‘이 사회가 우리를 지지해 준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출산율 문제도 조금은 다른 양상으로 풀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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