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증명

예찬주의자 #2

by 매버지

원래 이번 편의 제목은 경연 예능이었다. 그러나, 뭔가 제목으로 하기엔 어색했다. 그래서 내가 경연 예능을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자기 증명'을 펼치는 모습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노래, 춤, 요리 등에 대한 실력과 애정을 증명해 내려는 모습들이 참 멋지고, 아름답다.


한동안 볼만한 경연예능이 없었는데 최근 SBS [우리들의 발라드], JTBC [싱어게인]이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발라드를 좋아하는지라 '우발'의 등장은 삶의 활력소다. 특히, '싱'에 비해 어린 참가자들이 많이 참가하여 신선함을 더한다.


자라오며 듣고 자란 오래된 발라드 곡을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 참가자들이 부르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못해 뭉클하다(나의 노래방 18번 '소주 한잔'을 부르는 소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세대를 뛰어넘는 음악의 힘을 느낀다. 나 역시 학창 시절에 그룹 산울림이나 가수 유재하의 노래를 들으며 감성에 젖곤 했던 사람이다. 그 감정의 결은 아이돌 댄스 음악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감정을 가다듬고 최선을 다해 음악에 푹 빠져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황홀한 기분이 든다. 그럴때면 나도 모르게 멍하니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한다. 스스로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절실한 날갯짓을 본 기분이랄까? 노래가 주는 감동과 도전자들의 얼굴 표정, 떨리는 손, 파르르 움직이는 입술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진다. 설령 그 도전이 실패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인간은 살다 보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무대에 서게 된다. 만약 그 무대가 내가 진정 바라고 원했던 무대라면 그건 엄청난 행운이다. 그 무대에 선 자체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그 무대를 통해 나를 증명하고 제대로 보여주어 기회를 잡는다면 인생에 드라마 같은 일들이 펼쳐질 것이다.


만약 노력이 부족하거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스스로를 증명하는 무대에 서야 한다면 어떨까? 그 무대가 앞으로 또 다시 서야 할 그 무대라면 상관없다. 실패해도 다시 노력하고 준비하여 무대에 다시 오르면 된다. 문제는 오히려 준비가 덜 된 상태의 내가 무대에서 인정받는 일이다. 순간 기쁠지 모르지만 그 일이 앞으로의 인생에 어떤 문제를 가져올지 모른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연히 얻은 인정은 달콤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운은 잠시 빛날 수 있지만, 실력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내 인생에도 조만간 어떤 무대가 찾아올 것이다.

그 무대는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순간일 수도 있고, 준비가 덜 된 채 마주한 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그 무대에서 내가 어떤 ‘자기 증명’을 하느냐가 이후의 시간을 결정지을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도 나처럼 무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각자의 무대에서 세상을 향해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 깊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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