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장

예찬주의자#2

by 매버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머니의 양념게장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게장은 몇 번 먹어 본 적이 없다. 너무 비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 입에는 너무 달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어머니의 양념게장이 내 입맛에 안성맞춤 이어서다. 이젠 명절에 고향집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추석연휴 중인 지금 이틀째 어머니표 양념게장과 함께하고 있다.


어머니표 양념게장

광주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수산시장을 거닐던 기억이 많다. 섬소년이었던 아버지께서는 수산물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가족들이 잠든 이른 일요일 아침이면 홀로 남광주 수산시장에 들러 싱싱한 수산물을 사 오셨다. 사 오신 수산물들은 어머니의 손을 거쳐 어떤 날은 회무침으로 탄생하고, 또 다른 날은 생선구이가 되기도 하며 까만 비닐봉지를 뚫고 삐져나온 꽃게들은 주로 게장이 되었다.


게장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무수히 먹어온 게장의 탄생비화가 궁금해졌다. 이 음식은 언제부터 우리의 밥상에 올랐을까? 조선 후기의 기록인 [동국세시기]에는 이미 ‘게젓’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당시 게장은 귀한 음식이 아니라 서민들의 저장식이었다. 그리고 게장의 별명인 ‘밥도둑’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양념에 밴 게살 한 점이 뜨거운 쌀밥과 만나면, 밥그릇은 금세 비워진다.


게장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주로 서해안에서 잡히는 꽃게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간장과 양념 베이스의 '꽃게장'이 된다. 남해안에서는 꽃게보다는 작은 돌게가 주로 잡혀 짭짤한 염장 베이스의 '돌게장'이 된다. 가을에는 알이 가득한 암꽃게가, 봄에는 살이 찬 수꽃게가 제철이다. 보통 간장게장은 담근 후 며칠(3~4일) 숙성하여 먹었을 때 감칠맛이 돈다.


흥미롭게도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으로 '간장게장'을 꼽는다. 일본은 발효와 절임 음식을 즐기는 그들의 요리문화 덕분인지 간장, 가쓰오부시, 미소와 곁들인 우마미(감칠맛)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또한, 쌀과 해산물을 좋아하는 민족이기도 하기에 한국식 게장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게는 우리의 밥상으로 오기까지 허물을 벗으며 성장한다고 한다. 살기 위해 딱딱해진 껍질을 버려야, 새 살이 돋고 다시 움직일 수 있다. 허물을 벗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게에는 삶에 마주해야 하는 필연과 같은 일이다. 벗겨진 허물은 게의 생에서 성장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게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인연과 일들을 통해 수없이 인생의 허물을 벗는다. 그때마다 아프지만, 그런 시간이 흘러 보다 나다운 나로 변해가는 것이 아닐까?


게장은 어쩌면 그 허물의 시간을 맛보는 음식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양념과 간장 속에 버무려져 더욱더 폭발하는 감칠맛을 우리에게 전달하며 말이다. 기다림 끝에 얻게 되는 깊은 감칠맛은 벗어내고 견뎌낸 생의 시간과 많이 닮았다.


오늘의 나도 언젠가 또 한 번의 허물을 벗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게장을 떠 올리며 조금 더 단단하게, 깊은 맛을 내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야겠다. 게장으로 시작해 너무 진지해진 거 같아 매우 민망하지만.


결론은, 게장은 정말 맛도리 다아~!


내 손을 거쳐 꽃게탕과 게찜으로 재탄생한 꽃게




*메인 이미지 출처 : 우리의 식탁 '양념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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