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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영업하나요?

feat. 최저임금제도, 낙수효과

by 매버지

이수역 14번 출구 쪽에 20년 넘게 방문하고 있는 식당(마포집)이 있다. 순댓국, 뼈해장국을 주력으로 머릿고기나 편육 등 돼지고기 부속물을 파는 식당으로 24시간 영업을 한다. 총각시절에는 동네 형과 새벽까지 답도 없는 주제로 술잔을 편히 기울일 수 있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20년 전을 생각해 보면 24시간 영업을 하던 식당도 주변에 제법 많았는데 코로나 이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네이버 검색 기준, 심지어 한 곳은 무인점포?


자영업자들이 24시간 영업이 어렵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2024년 기준으로 9,680원이다. 이제 내년도 최저임금을 사전에 정하고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제안을 한 상태이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특별한 이의가 없을 경우 확정이 된다고 한다. 2025년 기준 최저임금은 1.7%(170원)가 오른 10,030원으로 최저임금의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일컫는 1만 원을 뛰어넘었다.


기억에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것으로 아는데 이번 결정은 물가상승률이 반영 안 된 실질임금 후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벌써부터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상승과 더불어 제품가격 인상, 셀프 영업(직원 고용 없이)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최저임금 상승에 부정적인 언론은 마치 대단한 문제가 생길 것처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 물론 당장의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맞으나 늘어난 임금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그만큼 더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이익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불안감을 조장하는 만큼 생각보다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생각인데 이 또한 자영업자가 아닌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다. 전정부의 최저임금 상승률에 큰 불만을 가진 자영업자분들이 많아 이번 최저임금 1.7%(역대 2번째로 낮은 인상률) 상승은 의외로 만족하는 분들도 꽤 있어 보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정하고 고용주에게 지급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저임금제의 기대효과는, ①임금률을 높이고, ②임금생활자의 소득을 증가시키며, ③수준 이하의 노동조건이나 빈곤을 없애고, ④임금생활자의 노동력 착취를 방지하며, ⑤소득 재분배를 실현하는 데 있다(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최저임금의 기대효과처럼 적당한 최저임금은 사회에 순기능을 하지만, 과도한 경우 사업자가 고용을 기피하거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AI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실제 주문자동화시스템을 각 테이블에 설치하거나 기계가 서빙하는 식당들이 꽤 증가하는 추세이다.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제도는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이자 정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 이만 한 정책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반대로 대기업과 부자를 위한 정책이 있는데 법인세 인하와 상속세 감면 같은 정책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단행하였고 올해 상반기 세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조 원 이상 덜 걷혔다고 한다. 최근 들어 정부는 상속, 증여세율의 최고구간 세율을 50%에서 40%으로 인하하는 등의 속칭 부자감세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부자감세를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를 낙수효과라고 한다.

낙수효과란 피라미드 형태로 쌓아놓은 물컵에 물을 부으면 차례로 아래까지 차오르는 것과 같이 대기업, 고소득층이 더 많은 돈을 벌면 늘어난 소득만큼 투자와 소비로 이어져 저소득층의 소득까지 증대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낙수효과에 대해서 2015년 IMF에서는 완벽하게 틀린 이론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실제 낙수효과의 의미는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서는 낙수효과를 내세워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였는데 실제 효과는 법인의 설비투자 또는 고용이 증가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낙수효과라는 말이 무색하게 2022년 법인세 인하 이후 2023년 같은 분기 도래시점까지 우리나라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사내유보금을 8.4% 더 쌓았고, 투자는 22% 감소했다는 결과이다. 물론 1년은 짧으니 올해까지 두고 볼 일이지만 큰 기대감은 없다.


정책은 들어맞지 않고 효과는 어긋나고 있으며 일반 서민들의 현실은 더욱 팍팍해진 것은 아닌가 싶다. 뉴스와 자료를 보다 보면 마음속이 복잡하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불을 향해 가는 국가에서 최저임금 1만 원 때문에 노동계와 경영계는 시끄럽고, 부자감세를 통한 낙수효과를 노리는 정부와 역행하는 대기업이 우리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결국 이런 시대에 저출산에 관한 정책을 아무리 내놓아 보았자 청년들은 바뀌지 않는 현실과 더욱 괴리감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을 이미 예측한 것인지 정부는 이민청을 신설하는 노력(?)을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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