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자주 가는 우리 동네 핫플레이스 두 곳이 있다. 첫째는 문구점, 둘째는 아이스크림 가게이다. 아파트에서 30초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두 곳 모두 무인(無人)으로 운영 중이다. 문구점은 문구는 아주 조금이고 대부분 영유아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장난감, 간단한 간식, 피규어, 인형 등으로 가득 차 있어 1일 1 문구점 하는 어린아이들이 많아 보인다. 두 곳 모두 2년 이상 생존 중인데 아마도 초등학교가 근처에 2곳이나 위치해 있어 아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서 인 것 같다.
코로나가 부추긴 비대면 시대와 최저임금 이슈 등의 바람을 타고 무인점포수(유통업계에서 추산한 지난 5월 기준 무인점포 수는 약 10만 개 이상)는 증가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무인점포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라면, 카페 등이 있고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펫샵, 공유 경제의 일환인 창고, 스터디 카페, 프린트 가게, 빨래방, 편의점, 과자점, 노래방, 꽃집, 의류샵, 인형 뽑기, 밀키트, 액세서리, 당구장, 탁구장, 셀프사진관 등 다양하다
무인점포는 소자본 창업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그 등장의 절대적 조력자가 바로 CCTV라고 할 수 있다. 무인점포에 들어가 고개를 들어보면 많게는 수 대의 CCTV가 보인다. 도난을 막기 위해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난을 당한다. 그러다 보니 사업주는 CCTV를 수시로 관찰할 수밖에 없고, 도난에 대한 스트레스가 꽤 크다고 한다. 또한, 무인이라고 하더라도 결제 키오스크가 오류 나거나 제품 등 문제가 생길 시 가봐야 하는 일도 잦다. 결국 도난으로 인한 로스 비용과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사업주의 노동력을 계산해 보면 아르바이트생 한 명 인건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부업으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에 의하면 무인점포 사업주의 경우 장기간 여행을 가기 어렵다고 한다. 그럴 땐 누군가에게 부탁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데 둘 다 비용이 들고 고객을 빼앗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등 기관에 의해 측정된 데이터는 없지만 대부분 무인점포는 전업이 아닌 직장인의 부업으로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직장인에게 비용부담이 적고 남는 시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과도한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어 폐업률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의 경우 폐업률이 40%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무인이라는 특성상 점포 안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사고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소규모 무인점포는 일반음식점·휴게시설 등과 달라 분류나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자체 차원에서 제대로 관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제대로 집계가 이루어져야 관리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 조차 안되고 있다면 안전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
자료 : 아마존 고 프로세스, 월스트리트저널
일찍이 글로벌 테크기업 'AMAZON'에서 최신의 기술을 적용한 무인점포를 시도했다. 2016년 12월 미국에 혜성처럼 등장한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이다. 실험매장에서 시작해 2018년 1호점을 오픈 2020년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에서 25개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저스트 워크아웃(조금 과도한 의역을 해보자면 '들고 그냥 나가')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점원과 계산대 없이 결제가 가능한 혁신적인 시도였는데 당시에는 큰 화제가 되었다. 구매자가 선반에서 물건을 집어 들면 매장 내에 비치해 둔 각종 센서와 AI딥러닝 등을 접목한 시스템을 통해 매장에서 반출되는 제품을 자동 감지해 고객의 가상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리고 물건을 매장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면 아마존 고 앱에 등록된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결제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이후 결제 시스템을 고도화(아마존 원) 한 새로운 시도까지 하면서 딥테크 기술의 절정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아마존 고는 전체의 약 25% 매장을 철수하였고, 2024년까지 영국에 260개의 아마존 고 매장을 추가로 연다는 계획 역시 전면 중단 되었다.
실제로 아마존 고 매장 하나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연간 180억 정도 들었다고 하니 돈 먹는 블랙홀이 아닐 수 없다. 매장 하나당 수백 개의 CCTV와 무게감지 센서를 유지해야 하고 AI의 딥러닝을 위해 인도에서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해 딥러닝 라벨링을 도와야 했다. 결정적으로 식료품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원하는 니즈를 맞춰주지 못했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 식료품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니즈는 값싸고 다양한 좋은 식료품을 찾길 원하는데 이런 니즈는 무시하고 기술의 우위를 보여주는 장이 돼버린 것이다. 고정비용을 물품가격에 전가시켜 주변 식료품 가게보다 가격이 비쌌으며 대형 마트와 비교해 다양성도 떨어지는 데다가 차별성 있는 이벤트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점포를 찾는 소비자의 원래 목적보다 자신들의 기술력에 초점을 맞춘 테크기업으로서의 한계를 보여줬다.
물론 우리 주변에 보이는 무인점포는 이러한 아마존의 시도와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지만 결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매장이 살아남는다는 점은 중요한 포인트이다. 무인점포의 운영에 있어서도 저비용의 손쉬운 창업이라는 쉬운 접근만으로는 다른 무인점포와의 차별성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아이와 자주 가는 문구점에서 절대 비싼 물건은 사주지 않는다. 쿠팡에서는 거의 반값에 팔고 있는 제품들을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실시간 검색과 비교가 가능하며 빠른 배송까지 되는 대한민국이다. 소비에 무지한 아이들의 호주머니만 털어서야 될까 싶다. 결국 무인점포 역시 대형마트, 온라인샵의 합리적인 가격전략이나 제품의 차별성을 갖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우연히 인스타를 통해 무인 라면가게를 운영하는 분의 릴스를 본 적이 있다. 고객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라면에 들어갈 토핑, 동선, 곁들일 제품 등 다양한 고민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최소한 이 정도의 성의는 있어야 살아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