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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해도 어려운 내 집 마련

feat. 가계대출, 자산가격 거품

by 매버지

같은 하늘 아래 아파트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수요와 공급, 학군, 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다를 테지만 최근 서울의 신축아파트 분양가를 보면 이게 맞나 하는 기분이 든다. 지난주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인 디에이치방배 청약이 있었다. 총 3,065 가구 중 1,244세대 일반분양을 진행하였는데 평균 경쟁률이 90:1에 육박하였다. 놀랍게도 해당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최저 16.5억(25평)부터 최고 27.6억(44평)까지 어마어마하다.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무색할 정도지만 근처의 최근 분양한 아파트 기준으로 약 5~6억 정도의 차이가 있어 당첨되면 바로 이익이란 생각이 지배적으로 보인다.(오늘 새벽 0시에 당첨자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당첨되신 분들께 축하를)


출처 : 해럴드 경제


한편으로는 최고 기준 27.6억이라는 현금을 마련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27억을 모으기 위해 한 달에 500만 원을 저축한다고 하면 꼬박 45년을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다(이자 없다는 가정 하에). 물론 '당첨만 되면 땡빚을 내서라도 어떻게든'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현실은 막상 호락호락하진 않다. 최근 정부가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며 DSR 규제를 강화하였고, 이에 발맞춰 금융권은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관치금융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 드러나자 그제야 금융위원회는 실수요자에게 대출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급히 내놓았다. 요약하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보며 마지막 영끌을 통해 집을 사려고 대출받으려는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가계부채 정도가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대출규제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금융회사들은 기계적으로 반응하며 대출 가능 기준을 급격히 바꿔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 시기 잠시 주춤했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고(서울 위주) 있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거품이다, 더 높아질 것이다'로 나뉘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동안 서울에서 시작된 부동산 가격상승이 지방으로 이어지며 광역시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꽤 많이 상승하였다. 최근 가격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에 비해 지방의 아파트 가격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의 부동산 가격 상승 역시 신축 아파트 위주로 오르고 있는데 이는 연이은 빌라전세사기 등의 영향으로 아피트 구입을 희망하는 3040들의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3040의 신축 사랑은 원래 뜨거웠는데 아파트의 대안이었던 빌라 관련 이슈들이 기름을 끼얹은 것 같다.


내 집 마련이라는 하나의 숙제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에는 터를 잡고 살아야 하는 곳이 중요하다. 아이가 크는 동안 거주의 안정 없이 이리저리 이사를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인데 땅덩어리는 좁고 괜찮은 일자리는 서울 및 수도권에 몰려있다 보니 서울로 상경하는 인구가 많고 그들을 포함한 전 지역의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지역에 부동산을 구매하니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서울뿐만 아니라 최근 지방의 신축 아파트 분양가격도 많이 올랐는데 원자재비와 건축비가 상승한 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꽤 비싸다. 그에 반해서 실질적인 임금상승률은 자산가격의 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결국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는 것이 국룰이 되었다.


과거와는 다르게 거주지로서의 집 외의 추가된 기능이 투자자산으로서의 집이다. 부동산 상승기에 드라마틱한 자산가치 상승을 이룬 지금의 5060 세대들은 앉아서 수억을 버는 효과를 맛보며 한참 소득성숙기에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한채 두채 늘려가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유주택 가구 비율은 56.2%이고, 이들 가구의 평균 소유 주택 수는 1.34호,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56.8세였다(출처: 통계청). 이 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내 집이 없는 젊은 사람들이 우글우글하다. 그러나 현실은 저성장, 저출산의 늪에 빠져있고 저금리의 시대에 투자나 투기(?)를 하지 않으면 오롯이 내 힘으로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건보재정 2040년 암울하다..

집을 살 수 없기에 결혼을 포기하는 MZ세대가 늘고 있고, 결혼생각이 있더라도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 점점 결혼이 늦어진다. 기성세대 입장에서 어렵지만 작게 빌라에서 월세, 전세로 시작해도 괜찮은 거 아닌가라는 말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부족함이 없이 살아온 지금의 MZ세대가 느끼는 작게의 기준은 기성세대와 동일할 수 없다. 최근 핫한 기사 중 하나는 일하지 않는 청년층에 대한 것이었는데 결국 그 부담은 부모에게 갈 것이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이바지한 것은 부모세대이고, 그 피해를 보는 것은 청년세대인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대를 메야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은 답답하다. 어쩌면 기득권층인 그들이 과연 청년세대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을 내어놓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회현상은 결국 세수와 연결이 될 것이고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므로 사회보장제도의 미래도 밝지 않다. 이는 곧 내가 겪을 미래이자 내 아이가 커 갈 대한민국이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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