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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버지 Aug 29. 2024

사당동에서 방배동으로

faet. 학원 그리고 사교육비

  내가 살고 있는 이수역은 사당동과 방배동으로 길 하나를 두고 나뉜다. 나는 현재 사당동에 살고 있으며 거주지로서 주변 환경과 교통 편리성 등 충분한 만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수역 인근 동작구 사당동 거주 지인들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끝마치기 전 학군 좋지 않다는 이유로 길 하나 건너 서초구 방배동으로 이사를 가곤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옆집이 그랬고, 이전 아파트(지금 아파트의 인근)에서 같이 살았던 와이프 회사 동료, 우연히 동네에서 만난 고향 동기 등 생각보다 높은 확률로 '아이 때문에'라며 방배동으로 이사를 갔다.

  

길 하나 사이를 두고 같은 평형 아파트의 가격 차이는 약 7억(역과의 거리, 설립연도, 브랜드 등을 감안하더라도 큰 차이가 난다)

  대한민국에서 학군은 부동산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학군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본 지역인 서울 대치동, 대구 수성구, 광주 봉선동 등은 대표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높은 유명 학군지다. 학군이 좋다는 말은 그 동네에 좋은 대학을 보내는 학교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나 이면에는 그에 맞게 우수한 학원이 많다는 뜻이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졸업'을 통해서 보았듯이 강남구 대치동의 밤은 학원 등하원을 하는 부모들의 승용차 불빛으로 가득하다. 2023년 5월 기준 강남구 대치동에만 1,609개의 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주말에는 서울의 다른 지역과 수도권, 심지어 지방의 학생들까지 수업을 들으러 온다고 하니 말 다했다.


  좋은 학군에서 시작해 그 안에서 경쟁하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학원들이 늘어났다. 내 아이를 더 높은 확률로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몰려든 부모들 덕에 학군이 좋은 동네의 부동산 가격은 점점 올랐으며 고소득자와 전문직들이 몰렸다. 소비여력이 충분한 소비자들이 늘어난 동네에는 더 많은 학원들이 더욱더 세분화된 과목과 전략으로 서로 경쟁하고 있으며 소위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별 기출문제와 선생님의 출제경향을 분석한 족집게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아이들의 우수한 내신성적을 위해 부모들의 지갑은 더욱 열리고 있다. 학원은 줄어드는 학령인구를 대비해 더욱더 자극적인 멘트로 부모들을 자극하고 마케팅하며 아이가 뒤처질까 봐 불안한 부모들에게 점점 더 비싸지는 학원비를 들이미는 중이다.


  신기하게도 학령인구는 줄어가는데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가 심해진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급격히 증가(19.4조 원 > 26조 원)하였는데 물가상승과 부모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위 표에서 보듯 2010년대 지지부진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21년부터 치솟기 시작했다. 물론 표 상으로는 교육비 상승률은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는데 사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인 월세, 강사인건비, 각종운영비용 등이 모두 상승했을 것을 보면 아마도 사교육비 증가는 사교육 참여적 측면과 기본 비용의 상승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또한,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더불어 사교육은 더욱 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부모의 늘어난 경제력이 돈을 버는 이유 중 하나인 자녀의 성공을 위해 교육에 투자되는 셈이다. 그리고 줄어든 출산율은 태어나는 아이의 수를 줄였지만, 아이를 케어하는 사람 수는 늘어나게 했다. 이제는 조부모들까지 손주의 사교육에 참여하는 시대가 되었다. 강남에서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영어유치원 비용 조부대신 내주는 문화있어 보인다.

출처 : 네이버 검색

  치솟는 사교육비 때문인지 인터넷에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글들이 참 많다. 실제로 3, 4세부터 5세에 인기 있는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닌다고 한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은 5살부터 시험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누군가를 이겨야만 입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출처 : 매일경제, 2024년 기사
출처 : 중앙일보, 2023년 기사

  만약 사교육이 실제 자녀들의 대학입시 결과와 무관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혹은 어떤 대학과 학과를 나오더라도 사회적으로 큰 격차 없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줄어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서울 강남구 출신 학생들이 서울대 입학생의 12%를 차지한다. 사교육을 많이 받으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반증되는 결과이다. 또한, 소득분위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통계결과를 보면 그로 인한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 같다.


  사교육이라는 민감한 주제로 글을 쓰는 일에 항상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교육비 중에는  비합리적 지출도 많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학원 및 주변지인의 말에 휘둘리거나 '남의 자식도 하는데 내 자식도 해야지'와 같은 생각들은 무분별한 사교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에 있어 needs와 wants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비교와 모방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사교육이 있다면 중단이 필요하다.


  이렇게 사교육에 노출된 아이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면서 자랄지도 걱정이 된다.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1등이 아니면 루저가 되어버리는 말도 안 되는 세상을 경험하며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히는 건 아닌지. 지인의 딸이 중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 수업시간 중 선생님이 시험범위를 말할 때 집중하지 못하고 놓쳤다고 한다. 그래서 뒷자리 친구에게 물어보고 시험범위를 전달받았는데 시험을 치르며 좌절하게 되었다. 친구가 시험범위를 일부러 틀리게 알려 준 것이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서 정신이 멍해졌다. 중학교 1학년이 같은 반 친구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런 짓을 서슴지 않고 다니. 학교폭력 저리 가라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때 포털 사이트의 인기글 중 '명문대학교에 들어간 딸이 합격하자마자 바로 자퇴서를 내고 부모와 인연을 끊겠다고 한다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글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부모는 아이의 성공을 위해 강압적인 사교육을 하고 집에서도 선생님이 되어 하루 공부분량을 채우지 못하면 잠을 재우지 않고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했다고 한다. 그 결과 아이는 부모의 목표였던 명문대학교를 합격하자마자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었으니 더 이상 나에게 강요할 수 없도록 인연을 끊겠다고 한 것이다. 그동안의 시간을 학대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 글을 읽으며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한 잔인한 사회부터 자녀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동일시화한 부모의 행동, 싫으면서도 부모에게 벗어나기 위해 공부하고 목표를 달성한 후 가차 없이 부모를 버린 아이를 보며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다.


  초등학생이 되면 N개의 학원숙제를 하느라 밤늦도록 씨름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나 역시 다가올 미래라 생각하니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고민된다. 어른들은 사교육비 고민을 덜하고, 아이들은 방과 후 학원 뺑뺑이 보다 부모와 더 건강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수능실패를 인생실패로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고 사교육 시장은 더욱 교묘하게 우리 삶에 침투할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세상에서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사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과 기준부터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아이와 대화를 통해 생각과 의사를 듣고 함께 결정해야하과정임을 억하자.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고귀한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고귀한 것은 과거의 '나'보다 현재의 '나'가 우수한 것이다.
-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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