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안 막히면 15분 막혀도 30분이면 도착하는 놀이공원이 있는데 바로 과천시의 명물 서울랜드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한 해에 개장한 서울랜드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운영 중이다. 바로 옆에 동물원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아이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라 볼 수 있다. 서울랜드는 용인 에버랜드나 잠실 롯데월드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고, 놀이기구가 최신식은 아니지만 미취학 아동이 탈만한 놀이기구는 가장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와 방문할 만한 식당 역시 종류도 많고 가격도 나쁘지 않아서 어린아이를 둔 집이라면 방문을 적극 추천하는 바다. 나 역시 티메프 사태가 있기 전 서울랜드 연간회원권을 티몬을 통해 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해 뽕(?)을 뽑고 있다.
서울랜드를 자주 가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저출산 이슈가 꽤 오랫동안 시끄러운데 과연 영업이익이 잘나고 있을까? 평일에 가보면 꽤나 한산한데 최근 코로나 이슈가 해소되며 외부활동이 늘어난 효과를 보고 있을까? 등의 생각과 함께 기사를 찾아보았다. 주요 놀이공원인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의 매출액은 지난 3년 동안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빅 3 중에서도 시장 1위인 에버랜드는 팬더곰 푸바오 덕을 크게 보았다고 한다. 롯데월드의 경우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증가하며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한 때는 롯데월드 외국인 관광객이 전체 방문객의 10%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영업이익을 낸 부울경 지방의 자존심 경주월드의 경우 추세상 입장객 수가 꺾여 가는 것을 보니 지방소멸 현상과 더불어 앞으로가 더 힘들 것이예상된다.
놀이공원은 보통 4~10세 아이를 둔 가정에서 가족단위 방문이 많은 곳이기에 저출산의 영향을 반드시 받을 수밖에 없다. 2016년까지는 40만 명대의 출생아 수가 유지되었으나 2017년 이후부터 30만 명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영향인지 위 그래프를 보면 약 10년 전인 2013년과 지난 2023년을 비교해 보면 에버랜드(890만 명 > 715만 명), 롯데월드(741만 명 > 519만 명), 서울랜드(222만 명 > 133만 명) 모두 입장객수가 줄었다. 최근의 성장세는 코로나 이후 폭발한 외부활동에 대한 니즈가 한몫했을 것이다. 시장 1위인 에버랜드가 푸바오와 캐릭터 콜라보 산업 등의 전략을 잘 구축한 덕에 그나마 선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해당 재료가 소진되면 저출산 이슈를 이겨낼 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기사를 찾아보니 저출산과 인구고령화에 발맞춰 에버랜드는 실버세대(고령층)를 위한 정원과 산책로 등을 추가로 마련하고 있으며, 연간회원권 가격 역시 일반성인에 비해 고령자는 반 이하(일반성인 29만 원, 60세 이상 고령층 13만 원)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늘어나는 고령층의 방문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장소 자체가 대부분 유소년층과 젊은 가족단위의 방문에 포커싱 되어 있어 고령층이 방문했을 때 누릴만한 것이 특별히 없다. 하지만, 골드키즈 및 텐포켓키즈(식스포켓에서 텐포켓까지 가열차게 늘어나는 주머니...)로 불리는 지금의 영유아들에게 과거에 비해 주머니를 열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실제로 놀이공원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키즈카페는 저출산 시대에도 접근성이 좋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 중이다. 60대 이상 조부모로 추정되는 소비자의 2022년에서 2023년 동안 업종별 카드결제액 증가율을 보면 키즈 관련한 사업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놀이공원 산업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 소비자는 영유아 및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부모와 그들의 부모인 조부모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앞으로는 조부모와 함께 즐길 수 있고 쉴 수 있는 프로그램, 놀이기구, 공간 등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해 본다.
출처 : 한국일보
출처 : BC카드, 이미지 : 매일경제
한동안 놀이공원과 관련해 온라인 댓글창을 뜨겁게 달군 주제가 있었다. 우선탑승권에 대한 이야기이다. 놀이공원의 가장 큰 스트레스인 대기줄을 서지 않아도 우선탑승권을 구매하면 바로 놀이기구 탑승이 가능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만 특별히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세계 탑티어 놀이공원인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이미 시행 중이었다. 하지만 디즈니는 패스트 패스권을 방문객에게 선착순 무료(일본 디즈니랜드는 유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놀이공원은 우선탑승권을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자본주의 논리에서 이게 무슨 문제가 있냐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지만 생각보다 의견이 분분하다. 찬성의 입장에서는 시간의 효율성 추구, 개인 선택의 자유, 사기업의 수익추구 등을 빌어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고, 반대의 입장에서는 물질만능주의 조장, 공공질서 무시, 빈부격차와 사회적 박탈감 등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찬반의 의견은 낼 수 있겠지만, 사기업의 생존과 이익률 증대를 위한 필연적 결과로 본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의 입장에서도 안 할 이유가 없다.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가 존재하고, 큰 비용이 들어가는 마케팅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탑승권을 구매하지 않은 놀이공원 이용객에게 피해를 줄 만큼 많은 판매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지불되는 비용에 따른 재화와 서비스의 차등적용은 이미 일반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비행기, 백화점 등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곳들은 공간이 철저히 분리되어 프라이빗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어 그들이 누리는 것들을 실시간으로 볼 필요가 없는데 반해 놀이공원은 내 눈앞에서 한참을 기다린 아이와 나를 제치고 입장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있는 그 현장에서 부모가 '왜 저 사람들은 줄 안 서고 먼저 타?'라는 아이의 질문을 답해야 하는 큰 짐을 지게 하는 것 또한 불편한 현실이다(행여나 저 사람들처럼 돈 많이 벌어서 저렇게 쓰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된다는 귀결을 들이미는 우를 절대 범해서는 안된다!!!). 아이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경제논리를 이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오래간만에 기분 좋게 놀러 온 놀이공원에서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에서
집에서도 가깝지만 평일이나 주말 늦게 가면 우선탑승권 따위는 필요도 없는 서울랜드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 최적화(?)된 장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왜 저 사람들은 줄 안 서고 먼저 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자연스럽게 시장경제에 대한 토론을 이어갈 수 있는 나이 정도면 좋으련만 아직 어린 딸에겐 아마도 이 수준으로 답하겠지?
"저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서 빨리 타고 집에 가야 하나 봐. 그래서 저런 사람들을 위한 티켓을 따로 팔거든. 근데 그건 조금 비싸. 우리도 나중에 시간이 없을 땐 구매해 볼까? 근데 오늘은 우리 시간이 엄청 많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볼까? 곧 우리도 탈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