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헬스 트레이너와 결혼한 스웨덴 왕세녀
인터넷에 스웨덴 빅토리아 왕세녀를 검색하면 늘 동반되는 키워드가 있다. Anorexia, 즉 거식증이다.
간혹 Health problem, Anxiety라는 검색어도 곧잘 보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거식증'이 압도적이다.
오죽했으면 위키피디아에서도 그녀에 대한 소개를 할 때 Health 란을 따로 할애해 장문의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이쯤 되면 빅데이터로 분석해 보면 그녀를 설명하는 키워드의 최소 6할이 거식증일 것만 같다. 왕세녀라는 화려한 신분에, 겉보기에는 건강하다 못해 오히려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외모라 더 의외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Main image source: by Bengt Nyman, Wikimedia Commons)
그녀가 거식증과 싸워온 역사는 그녀가 10대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997년 20세가 되던 해 오스트리아 방문 사절단을 대접하는 만찬회 자리에서 찍힌 앙상하게 마른 사진이 대중에 공개된 뒤로 왕실에서 그녀의 건강상태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웁살라 대학에 입학하던 1997년 무렵부터 거식증을 앓아 왔는데 공적 업무에서 비롯된 심리적 압박감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원래 그녀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할 계획이었지만 거식증 보도 이후 쇄도하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피해 미국 예일대로 거처를 옮겨 학업을 계속하는 한편 은둔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40세 생일을 앞두고 올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당시 힘들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렸는데, 현지 언론 SVT와 가진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간의 심뇌가 얼마나 깊었는지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운 좋게도 힘들었던 인생의 한 챕터를 간신히 넘긴 기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행동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배우게 됐다. 비법 중에는 나이 듦도 포함돼 있다."
여전히 두 아이의 엄마 역할을 제대로 다 하기 버거울 만큼 차기 왕위 계승권자로서 왕실 업무에 시달리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생긴 지금은 한결 심적 부담을 덜어낸 모습이다.
이렇게 서두부터 지루하게 거식증 이야기를 늘어놓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스웨덴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왕세녀가 일반인 남편을 배우자로 삼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 고질적인 거식증이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왕세녀가 다니엘 베스틀링을 처음 만난 것은 2001년, 그녀가 32살이 되던 해였는데 스톡홀름에 있는 다니엘 소유의 스포츠 센터에서였다. 거식증에 시달리던 차에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찾은 체육관에서 남편이 될 사람을 만난 것. 하지만 이들이 교제를 시작했을 때 왕실 구성원들 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까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는데, 특히 빅토리아 왕세녀의 아버지인 칼 구스타브 16세의 경우는 더 그랬다. 우여곡절 끝에 2004년 잠시 헤어졌던 것을 제외하고 8년을 사귄 이들은 결국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당시 작은 산골 마을 출신인 다니엘이 빅토리아와 결혼을 앞두고 왕실 일원으로서 세련미를 더 하기 위해 특별 훈련을 받았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미래에 빅토리아 왕세녀를 대동하고 외국 순방을 다닐 경우를 대비해 영어와, 독어, 프랑스어를 배웠고 PR과 에티켓 교습을 따로 받았다는 후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반인과 결혼한 그녀의 성미가 집안 내력이라는 것이다. 제일 앞장서서 이 결혼에 반대했던 아버지, 칼 구스타프 16세는 왕위 계승권이 박탈될 위험을 감수한 채 의회의 반대를 묵살하고 통역사였던 현 실비아 왕비와 결혼했다. 그런데... 아버지 못지않게 세 자녀들 모두 '스웨덴 왕실 사람들은 높은 계급의 사람들과 결혼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깨끗하게 무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익히 말한 대로 개인 트레이너와 결혼한 빅토리아 왕세녀의 형제인 칼 필립 공은 모델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소피아 헬크비스크 왕자빈을 아내로 맞았고, 결혼식 직전에 첫 번째 약혼자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가십난을 뜨겁게 달구는 홍역을 치러야 했던 자매 마들렌 공주도 영국인 금융가 크리스토퍼 오닐과 결혼식을 올렸다.
1997년 빅토리아 왕세녀는 만성질환과 기능장애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여가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Crown Princess Vitorias Fund를 설립한다. 매해 빅토리아 왕세녀의 생일이나 국경일이 되면 스웨덴의 TV나 라디오 매체를 중심으로 활발한 기금 마련 활동을 펼치는 것을 볼 수 있다. Swedbank 같은 기업체로부터 모금을 받거나 매년 각종 클럽과 사교단체를 방문해 모금활동을 벌이는 것도 그녀의 일이다.
2011년에는 그녀가 첫 딸 에스텔을 임신했을 무렵에도 업무를 이어가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빅토리아 왕세녀는 이듬해인 2012년 출산일을 앞두고 단 하루 출산 휴가를 쓴 것이 전부였다. 부모 모두에게 출산 휴가를 포함해 480일의 육아 휴직 기간이 주어지는 국가인 스웨덴에서, 정작 왕세녀는 1일뿐인 출산 휴가를 썼다는 사실이 자못 아이러니하다. 남편인 다니엘 왕자는 에스텔이 유치원에 들어갔을 무렵에 즈음해서 빅토리아 대신 육아 휴가를 교대로 사용해 아이를 돌봤다.
이렇듯 10대 시절부터 맡은 소임을 다 하기 위해 자신을 가혹하리만큼 몰아치는 왕세녀 자신의 타고난 성향 탓인지, 아니면 어릴 적부터 타인들의 관심 한가운데서 자라난 사람으로서 상처를 공감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최근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완벽한 외모를 추구하고 무결한 이미지에 골몰하는 요즈음 젊은이들에 대해 "완벽한 외모는 존재하지 않아요. 이미지는 윤색될 뿐"이라며 동정심을 표하기도 했다.
Her Quote
My whole life is for Sweden. I see my parents and their tireless work, and I notice with joy how they do it, with never-ending interest. I hope that I can experience the same joy at their age.
내 인생은 오롯이 스웨덴을 위한 것이에요. 부모님(칼 구스타프 16세와 실비아 왕비)이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관심으로 일에 몰두하시는 것을 지켜봐 왔어요.
바라건대 나도 그 나이가 됐을 때 비슷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Destination for tourists
스웨덴 왕궁과 드로트닝홀름 궁전, 왕실 소유 박물관, 정원. 스톡홀름 중심가에 위치. (http://www.kungahuset.se)
웁살라 대학. 빅토리아 왕세녀가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다녔던 대학으로,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일 뿐만 아니라 북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으로 손꼽힌다. 1477년에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