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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기자 Nov 09. 2017

북유럽, 女자

사라 라르손 / 스웨디시 팝의 아이콘


"스웨덴의 젊은 여성들은 자유와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원하는 대로 입고, 행동하고 밤늦도록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                           (Main image source: by Frankie Fouganthin, Wikimedia Commons)


지난 6월 현지 언론 SVT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웨덴 재경부 장관 막달레나 안데르손의 말이다. 대표적으로 여권이 강한 국가의 장관이 한 말 치고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라 발언이 나온 우여곡절이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최근 몇 년 간 스웨덴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성폭행 사건들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최근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 6월 브로발라 Bråvalla 축제 때 일어난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당시 스웨덴 최대 음악 축제 공연장에서 고작 4일 동안 강간 4건, 23건의 성추행 사건발생했는데(지난해 2016년에는 각각 5건, 12건) 축제가 개시된 2013년부터 성범죄가 빈발해 줄곧 문제가 돼 왔다. 사건의 여파로 주최 측에서 내년에는 더 이상 행사를 열지 않기로까지 결정 내렸다고. 항간에서는 내년부터 이 축제가 여성들만 참여하는 공연으로 바뀔 것이라는 소식마저 들린다.


흥미로운 것은 연예인 중에 어떤 사람이 정치권의 리더가 될 만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그녀의 대답이다. "사라 라르손."

평소 소신 있는 발언과 당돌한 태도로 유명한 스웨덴 팝의 요정, 사라 라르손은 페미니즘의 새로운 기수로까지 손꼽힌다. 이 아이디어가 충만한 19세의 가수를 막달레나 장관이 적임자로 꼽은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화제가 됐다.




                                                      by Tore Saetre, Wikimedia Commons



2008년 오디션 프로그램 '탤런트 스웨덴' Talang Sverige에서 셀린 디온의 곡 'My heart will go on'을 노래해 우승을 거머쥐면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를 사라 라르손의 당시 나이는 10살에 불과했다. 그 후 4년 간의 적기를 거쳐 갈고닦은 실력으로 첫 번째 EP 앨범 Introducing을 발표하면서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12만 장의 판매고를 달성했다고 알려진 앨범은 당해 스웨덴 싱글 차트와 노르웨이 싱글 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고 2015년에 발매한 두 번째 싱글 Lush Life로 전 유럽에까지 이름을 알리게 된다. 올해는 그녀가 피처링한 영국 밴드 클린 밴딧 Clean Bandit의 곡 심포니 Symphny가 UK 싱글 차트 상위권을 석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atr_2MstrI

Clean Bandit의 'Symphny' 사라 라르손이 피처링했다.



사라 라르손은 평소 거침없는 언행과 표현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일단 가수의 이름을 구글 이미지에 검색하면 아름다운 외모 못지않게 손쉽게 발견되는 것이 그녀의 트위터 캡처 사진들이다. 윤리강령을 준수해야 할 브런치 포스팅에는 차마 털어놓지 못하는 수위 높은 표현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 이래도 괜찮나, 생각이 들 정도로 욕설이 섞인 표현들도 간혹 눈에 띄는데 F-word는 기본이고, 예를 들면 자신에게 성적인 모욕이 담긴 악플을 쓴 남자들에게 xx라고 부른 것이 지난해 현지에서 기사화되기도 했다. 특히 F-word는 각 기사마다 적어도 한 번씩은 꼭 등장하는 빈출 단어였다.


올해 초에는 셔츠를 입은 그녀의 인스타그램 사진에서 젖꼭지가 보인다고 지적한 SNS 유저에게 "그렇게 젖꼭지가 좋으면 턱을 접어서 니꺼나 봐라"라고 되받아치는 모습을 보였다. 젖꼭지와 관련된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예의 막힘없는 '까대기'는 비단 악플러들에게만 대상이 한정되지 않고 연예매체 기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올해 한 언론매체 기자가 '피어싱을 한 그녀의 젖꼭지가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탓에 다 비쳐 보여 노래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렸다'는 취지로 쓴 기사에 대해 다시 트위터로 비아냥 섞인 답변을 남겼다. "내가 젖꼭지가 있다는 팩트로 기사를 쓰려고 대학에서 학위를 따고 공부한다는 걸 한번 생각해 보세요"


여러 매체에서 그녀는 공공연하게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현안에 적극 참여한 가수 비욘세가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이 그랬던 것처럼, 사라 라르손에게도 흔히들 자신의 생각을 여과하지 않고 드러내는 여자들에게 불려지는 칭호가 붙었다. '남성 혐오자.' Man-hater

하지만 그녀답게 이런 낙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언론의 질문에도 "맞는데요? (어쩌라고)" 이런 식의 대답을 해버리고 만다.


"남혐이 페미니즘과 동의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페미니즘 자체는 정말로 지지한다. 난 가부장제를 싫어하는데 그 가부장제는 남자들로 인해 여전히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날 남혐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집단으로서의 남자들을 싫어하는 게 남들에게 피해라도 주는 일인가? 난 세상이 여자들을 혐오하는 것에 분노를 느끼는 거다."


유념해야 할 점은 이 인터뷰가 이뤄졌을 당시 그녀가 아직 고등학생이었다는 것이다. 스타덤에 오르고도  학업과 음반 작업을 병행하던 10대 소녀가 한 말치곤 성인 못지않은 사고의 깊이가 느껴져 놀랍고, 나이가 어린 셀러브리티가 타인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by Frankie Fouganthin, Wikimedia Commons



'모두 까기'를 일삼는 이 무서운 10대의 칼날을, 이 시대 스트롱맨의 대명사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비껴가지 못했다.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고 가능한 폭넓은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어야 하는 셀러브리티의 특성상 정치적 중립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은 확실하다. 사라  라르손머리 속에는 대체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 걸까.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발언이 향후 커리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변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Her Quote


Of course, there are artists out there that, like you say, don't speak up about anything, because they are aware they have fans that support Trump. If anyone chooses not to support my music because they like someone that discriminates basically against all the minorities in the world then that's fine.
Human rights are more important than my career.
당연히 팬들 중에는 트럼프 지지자들도, 반대 세력도 있겠지요.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들을 차별하는 누군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내 음악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팬들이 있다면, 그건 어찌 되건 좋다고 생각해요.
인권이 내 커리어보다 더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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