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女자

독박 병역은 가라, 2018년 '여성 군 복무 시대' 여는 스웨덴

by Kim기자


Q. 북한과 노르웨이의 공통점은?


A. 정답은 '양국 모두 남녀가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한다'이다.



세계적으로 남녀가 모두 의무 군 복무를 하는 국가는 4곳, 이스라엘, 노르웨이, 북한, 볼리비아다.

먼저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의무 복무이지만 자원입대와 징집제를 혼용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임신여성, 종교적 믿음에 의해 병역을 거부하는 여성에게는 면제된다. 볼리비아도 비슷하게 18세부터 49세 연령대의 남녀 모두 징병 대상이다. 국회 의석의 40%를 여성이 점유하고 있는 나라, 노르웨이에서는 2013년부터 국회가 유럽 국가들 중 최초로 여성 징병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9세부터 44세 이하의 노르웨이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하게 19개월의 군 복무를 마쳐야 한다. 노르웨이와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북한은 2015년부터 여성에게 군 복무를 허용했다. 10년을 복무해야 하는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9세부터 23세까지 4년을 복무한다. (참고로 대부분의 EU 28개국은 징집제도를 폐기했는데 핀란드의 경우 18세 이상의 모든 남성이 의무적으로 347일간 복무를 하고 여성은 자원입대만 받고 있다.)


이제 이 대열에 노르웨이의 이웃나라, 스웨덴도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내년인 2018년부터 스웨덴의 여성도 징집 대상고 군 복무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왕궁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여성 왕실 근위병, by Cha già José, Wikimedia Commons






노르웨이가 여성을 징집 대상으로 포함시킨 이유 중 하나는 양성 평등권과 균등한 기회의 보장이라는 측면 외에도 여성 신병 모집이 군력 보강에 기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적은 인구 탓에 만성적인 징집 인력 부족에 시달려온 것이 여성도 징집 대상으로 고려하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을 겪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도 남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종종 군대 내 성추행 문제가 불거져 여성들이 군대를 떠나는 주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는 여전히 남녀 징집제를 고수하고 있다. 매년 노르웨이의 징집대상자는 평균 6만여 명인데 이 가운데 본인 의사를 확인한 뒤 8천 명이 징집된다. 그중 20%가 여성이다.


이에 비해 스웨덴은 좀 더 성 평등권과 기회 보장 측면에서 여성 징집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누리고 평등한 의무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스웨덴은 2010년부터 성 중립적인 징병제를 도입했는데 같은 해 정부가 해당 법안을 폐기해버리는 바람에 실제로 여성이 징집된 전례는 사실상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안이 폐기됐던 속사정에는 수평적이지 않은 봉급 체계가 한몫했던 것 같다. 남녀가 사회에 나가서 다른 일을 하면서 받는 월급과 군대 복무를 하면서 받는 봉급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서였다고 한다. 먼저 노르웨이의 경우에도 취했던 홍보 전략이기도 하지만, 스웨덴 역시 젊은 층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군대를 '직업적으로 안정적인 작업장'의 이미지로 어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법안이 폐기된 것과는 별개로 남녀 의무복무제에 대한 사회적 고민은 계속적으로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지난해(2016년) 현지 매체 Dagens Nyheter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들의 72%가 징집제의 부활에 대해 찬성한다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러한 스웨덴의 새로운 시도는 최근 잇따른 테러리즘으로 안보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의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도 뜨거관심사이기도 해전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스웨덴 국군 소속 연락 장교. by Spc. Michael Zuk, Wikimedia Commons



반면에 스웨덴의 여성 징집의 경우 러시아에 대한 불안감이 주원인이 됐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거지고 스칸디나비아 국가 국경에서의 군사적 움직임이 포착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평화를 위협하는 불안 요소로 떠오르게 된 것. 스웨덴과 노르웨이,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핀란드를 중심으로 우려감이 높아진 것이 계기가 됐다. 실제로 지난 9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발트해 연안에서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펼치면서, 스웨덴 군 당국이 과소비에트 연방(구소련) 국가들과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스웨덴 남단의 고틀란드 섬에 주둔군 병력을 재배치하기도 했다.


국민 전원이 의무적으로 입대해야 하는 이스라엘의 모델과는 달리 스웨덴의 경우, 노르웨이와 마찬가지로 진보적인 방식을 따랐다. 징집 대상들에게년 설문조사를 거쳐 입대 수락 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종교적 이유를 비롯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는 대체복무제가 적용된다. 당장 2018년 1월부터 스웨덴에는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4천 명이 징병 대상이 된다. 노르웨이 모델을 따 징병제와 자원입대가 혼합된 형태이며, 징집된 군인은 9~12개월을 복무하게 된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스웨덴 병영에서의 양성평등 접근 시도 역시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2015년에는 스웨덴 군 당국이 2일간의 젠더 교육( Gender Focal Point)을 실시해 화제가 됐는데 이 교육의 목적은 군대 등 다양한 사회 단위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는 성평등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관계자의 설명을 빌면, 요컨대 아프가니스탄에서 임무를 수행할 경우 아프간 여성과 소통할 수 있는 여성 연락책의 역할이 군 내에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여성의 징병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는 나라는 수도 없이 많지만 스웨덴의 경우처럼 여성의 성 역할을 한정 짓지 않고 좀 더 열린 시각에서 그 쓰임새를 강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국가는 흔치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군대에서의 이런 움직임이 실질적으로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토와 국민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데 효용이 있을지는 의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질문은 흔히들 말하듯, "여성은 군대에서 별 도움이 안 된다"(여성을 징병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판결한 1981년 미국 대법원 판례)는 일각의 주장과도 같은 맥락에 있기도 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스웨덴 군 당국 담당자의 말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대신하고자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을 최우선 고려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평등이라는 민주적 가치로 문제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