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웨덴 유학을 선택한 이유
솔직히 유학 길에 오른 계기를 이런 온라인 공간에 털어놓게 될 줄은 몰랐다.
언제부터 유학을 생각한 건지도 가물가물하지만 항상 기나긴 여정을 맘 속에 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에서 오디세우스가 되길 꿈꾸는 것처럼.
엉겁결에 고향을 떠났다가 20년의 모험 길에 오른 오디세우스처럼 나도 나만의 오디세이아를 풀어 본다.
나는 졸업 후 이것저것 하다 직장을 옮겨 한 일간지의 기자로 일하게 됐는데 3년 전 스웨덴 출장 취재를 가게 됐다. 스웨덴을 방문한 것은 여행, 취재, 그리고 유학으로 가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 취재차 갔던 경험이 워낙 강렬해서 유학을 결심하게 되기까지 적잖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우리가 취재했던 기획기사의 주제는 한국, 독일, 스웨덴의 일-가정 양립제도와 가족친화경영 기업과 어린이집 등의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때도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바람이 절절했던 탓인지 기사가 나간 뒤 호응이 컸고 덕택에 우리 뉴스 팀은 그해 양성평등상에서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실 이런 이유보단 몇 년간의 불규칙적인 생활로 번아웃이 되고 당해 터진 세월호 등등의 사건들로 심신이 탈탈 털린 상태에서 출장을 갔다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바가 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와 닿지 않을까.
하지만 이때만 해도 '와 좋다-' 정도였지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오게 된 계기가 재미있는데 이 출장을 다녀와서 국외의 작업장에 관심을 갖게 됐고 취미 삼아 외국의 노동환경에 관련된 자료를 샅샅이 모으기 시작했다. 즉,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그렇듯 나도 해외취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 특히 관심이 많은 북유럽에 집중적으로 정보를 모으던 중 핀란드인 남자 사람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울 나라서 일하려면 학위부터 따는 게 유리할 텐데?
그리구 너는 ~~~이런 학위가 너한테 맞을 것 같다
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아시다시피 방송도 아닌 신문이라는 매체, 특히 한국어를 쓰는 언론사에서 일한 자가 해외에서 관련 경력을 살려 일하기란 좁디좁은 확률을 뚫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불가능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언젠가 나와는 다른 해답을 찾아낼 사람에게 여지를 남기기 위해) 그래서 사실상 전업을 각오하던 참에 친구의 말이 가슴에 불을 화르르.. 지른 것이다.
그래서 영국을 포함한 유럽 내 6개국 대학들을 검토하고 그중 4개국 8개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특이하게도 스웨덴만 유독 대학을 4곳까지 원스톱으로 한 방에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지원자 입장에서 상당히 편리했다. 4곳을 추려 우선순위를 정하면 1 지망이 떨어지면 2 지망으로 자동 합격되는 시스템이라 도박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대학들로부터 오퍼를 받았지만 고심 끝에 최종적으로 스웨덴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대략적으로
단 이 부분은 대학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스웨덴, 핀란드의 경우 룬드처럼 비전공자에게도 석사 지원 기회를 주는 곳이 있는 반면 얄짤 없이 자격미달로 퇴짜 놓은 대학도 있었다. 지원 전에 각 대학 학과 사이트에 들어가 자격요건(특히 학사학위 부분)을 꼼꼼히 확인해야 지원할 때 헛고생을 덜 수 있다.
차후 포스팅에서 설명하겠지만 학비는 영국의 1.5~2배 저렴하고 기숙사비는 수도, 전기, 인터넷 등을 모두 포함해 한 달 최대 60만 원 내외다. 심지어 보증금은 24만 원에 불과.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주거난, 같은 값 대비 숙소의 상태를 안다면 결코 비싼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생활비는 출장 때도 느꼈지만 외식, 서비스비를 제외하면 되레 서울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들은 바를 종합하면 유럽 각 지역의 비자, 유학생, 이민자 지원책이 주변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웨덴이 나아 보였다. (하지만 또 어떤 변수가 터져 상황이 변할지는 모르겠다) 지원 과정에서 스웨덴 대학들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국제 학생들을 악착같이 챙기려고 하는 세심한 배려를 실제로 느꼈던 것도 한몫했다.
북유럽은 한국에서 잠재 수요가 많은 곳이니 서유럽권/영국/미국/호주 등 전통적인 유학 국가들의 대안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게는 아직도 미지의 국가지만, 전 세계에서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가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사실 이런 점이 못내 씁쓸하다. 외국에서는 알려진 정보가 위로는 북한, 삼면은 바다로 '가로막힌' 한국에는 덜 알려진 탓일까. 그래도 다행인 건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스웨덴은 교민들도 유학생들도 많고, 한인들이 정착한 역사가 짧지만은 않은 듯했다.
결국 가기 전에도 호감은 있었지만 '고르다 보니 스웨덴'이었다는 건데
사실 지원할 때부터 '그 나라가 좋아서 유학지로 선택했다'로 연결되는 단순한 알고리즘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의식적으로 자기검열을 했다. 그런데도 스웨덴이 유학국으로서 가지는 장점이 단점을 압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 결단에 대해 후회가 없다.
물론, 북유럽 국가들 중 학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고(노르웨이는 전액 무료, 핀란드는 스웨덴보다 저렴한 편이고 장학금 기회가 더 많았다) 스웨덴 자체 시장 크기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졸업 후 자리 잡기가 녹록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언어의 문제도. 이 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