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는 기본적으로 상대가 있어야 연습을 할 수 있다. 처음 죽도를 드는 법을 배우고, 3동작 머리치기, 2동작 손목치기 등의 기본동작을 배울 때는 거울을 보며 반복연습을 하면 되지만 호구를 착용한 후에는 실제 상대를 앞에 두고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연습할 짝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방의 수련 수준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나의 연습 수준도 달라지기 때문에 연습하는 동안에 계속 상대를 바꿔가며 운동을 한다.(물론 두 명 이상 운동을 한다고 가정할 때) 이 사람과 칼을 맞추고 머리를 치기를 5번 하고 나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래야 이런 수준, 저런 특성을 만나면서 다양한 칼을 경험하고 상대마다 달라지는 거리에 대한 감을 키울 수도 있다.
20여년 만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두 세 명과 대련을 하고 나면 기진맥진하여 염치불구하고 중간에 호면을 벗었다. 상대를 바꿀 때의 예절도 까맣게 잊어 우왕좌왕댔다.
그러다 서너 달이 지나 조금씩 매일의 수련에서 거치는 훈련의 기승전결을 익히게 되고 끝까지 호구를 벗지는 않아도 될 만큼 심폐활량이 올라오니 운동을 하는 사람은 나와 수준이 비슷하거나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많으면 좋고 운동하는 사람의 숫자도 많으면 좋지만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은 전체 운동하는 인원이 홀수로 맞춰지는 것이다. 호구를 쓰고 10분만 운동을 해도 이내 숨이 차고 기진맥진의 시간이 찾아오는데 운동하는 사람이 짝수면 쉴 새 없이 계속 칼을 맞춰야 한다.
물론 운동을 하는 도중에 누군가가 힘들어서 토할 것 같다고 미리 호면을 벗거나, 일찍 운동을 끝내야 하는 사정이 있는 등 처음 시작할 때와 운동하는 사람의 수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처음 시작한 인원이 그대로 끝까지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오늘 호구 쓸 인원이 홀수인지 짝수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홀수면? 앗싸, 돌다가 한 번씩은 당당하게 쉴 수 있다. 오늘은 쉽게쉽게 가즈앗!
짝수면? 앗, 오늘은 쉬지 않고 돌아야 하는구나. 맘 단단히 먹어야겠어,라는 의식의 흐름.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의 검도버전이랄까. 운동은 하고싶지만 한 번씩은 쉬면서 하고 싶어,인 것이다.
오늘도 6시 칼퇴근하고 운동을 가면서 생각해본다. 모인 인원은 홀수였으면 좋겠다고.
커플지옥 솔로천구우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