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잼버리에 소환된 BTS, 아미로서 화가 납니다
8월 4~6일, 3일에 걸쳐 올림픽 공원에 위치한 체조경기장에서 BTS 멤버 슈가의 솔로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어렵게 어렵게 첫 공연의 티켓을 손에 넣었다. 저녁 8시에 시작하는 공연에 맞춰 느지막이 공연장으로 출발했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올림픽 공원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더위를 피해보려 했지만 지하철 출구를 나서자 이미 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덮쳐왔다.
▲ 본인인증과 휴식을 위한 공간 ⓒ 최혜선
방탄소년단의 공연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티켓을 예매한 사람과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같은 사람인지 신분증과 멤버십의 정보, 티켓예매자의 이름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수요가 많은 공연인만큼 암표로 인한 팬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이기에 팬들도 기꺼이 따르고 있다.
수용인원이 1만 5천명에 달하는 체조경기장에 들어갈 관객들의 본인인증을 하려면 인증을 하는 스태프들도 그만큼 많이 배치되어야 한다. 아침부터 공연장을 찾아 본인인증을 하는 팬들을 응대하는 일은 오전부터 공연 전까지 계속된다. 본인인증의 과정이 지체되어 제 시간에 입장을 못 하게 되는 주객전도 상황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혹서기에 치러지는 공연인만큼 스태프들과 공연장을 찾은 관객의 안전을 위해 슈가 측에서는 공연장인 체조경기장을 대관하면서 본인인증 및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바로 옆에 있는 핸드볼 경기장까지 대관했다.
지하철 출구에서 핸드볼 경기장까지 가는데도 이미 더위에 지쳐버렸지만 본인인증 장소이자 휴게 공간으로 제공된 핸드볼 경기장에 들어가 냉방이 되는 곳에서 열을 식히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 가수가 팬들과 스태프들을 위해 마련해 준 쉼터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본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더위 속에서도 공연을 잘 즐길 수 있었다.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22년 7월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에서 열린 2030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게 오프라인 공연을 즐기고 온 후 입장 티켓을 구매하지 못해 나머지 콘서트는 온라인으로 즐겼다. 그런데 행복한 기분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친구로부터 잼버리 조직위가 'K팝 콘서트'의 일정과 장소를 변경했고, BTS 출연 결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2022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인 신분) 측은 5월 10일 있을 대통령 취임식에 방탄소년단 공연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BTS가 (취임식) 공연을 준비 중인가라는 질문에 "지금 논의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소속사 측은 '취임식 초청 공연' 관련 소식은 기사를 통해 접했다며 공식적으로 초청받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팬들은 소통의 부재 속에 정치적 행사에 방탄소년단이 이용되는 것 같아 불편하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방탄소년단 '취임식 초청 공연'은 없던 일이 됐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기념 콘서트 부지 논란도 떠올랐다(관련기사 : '10만 명' BTS 무료 콘서트, 이래서 걱정됩니다). 10만 명 규모의 콘서트를 개최하겠다면서 대중교통 수송 능력이 명백히 떨어지고, 자차 진입로도 2차선 도로 하나뿐인 허허벌판(주소도 잊히지 않는 일광로188)에서 콘서트를 개최하겠다고 했다가 안전문제를 우려한 팬들의 거센 반발이 일자 아시아드 스타디움으로 콘서트 장소를 변경했다.
콘서트 장소가 변경되고 나서도 운영상의 미비로 팬들이 제시간에 공연장인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야외에서 스타디움을 빙빙 둘러서서 무작정 기다려야했다. 고생도 고생이었지만 일부 팬들이 제 때 스탠딩 구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그라운드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 탓에 트럭카를 타고 팬들 가까이로 가는 동선을 기획했던 아티스트들의 계획도 안전문제로 긴급 취소된 바 있다.
친구가 들려준 잼버리 관련 소식을 듣다 보니, 부지 선정부터 잘못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뙤약볕을 피할 그늘 한 점 없는 간척지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올 수 있단 말인가.
특히나 청소년들의 방학 기간에 이루어져야 하는 잼버리의 특성상 7월 말 8월 초에 열릴 수밖에 없는 행사라면 새만금 간척지는 어떤 면에서도 적합한 부지가 아니라는 건 일반인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10만 명 규모 콘서트에 집착하던 부산시의 악수를 새만금 부지 선정에서 다시 보는 듯했다.
▲ 8월 6일로 예정되었던 K-POP SUPER LIVE 포스터 ⓒ 스카우트잼버리 주최측
거기에 더해 또 느닷없는 BTS 언급은 어떤가. 8월 6일 열릴 예정이었다가 폐영식인 11일로 미뤄진 K팝 슈퍼 라이브 공연과 관련,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항간에 BTS가 온다는 이야기가 들렸는데 사실입니까"라는 물음에 "그건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행사의 흥망성쇠가 오직 K팝 콘서트의 성공적 개최에 달려있기라도 한 양 BTS를 소환한 것이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군에 입대한 멤버가 둘이고 나머지 멤버들도 차례차례 군입대를 앞두고 있기에 그룹으로서의 활동은 잠시 쉬어가는 중인데 말이다.
꼭 내 가수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세계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에 모인 만큼, 누가 어디서 잘못을 했건 행사는 가능하면 잘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냐는 대의명분에 밀려 얼마나 많은 K팝 가수들이 갑작스레 동원될지 모르겠다. 8월 6일에 예정되어 있던 콘서트가 11일로 연기되고 장소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이제는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짧지 않은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부실 운영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각국의 언론으로부터 '국가적 수치'라는 호된 비난을 받았다. 그렇게 손상된 국격을 왜 K팝 가수들이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국란이 일 때마다 민초들이 일어나 위기를 극복해왔다는 건 과거의 자부심이다. 21세기에도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민간이 서둘러 뒷수습을 해야 한다면 너무 부끄러운 일 아닌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