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책방산책, 그 설렘

가로수길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행복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미술관에서 엽서를 사고, 마당 산책으로 부족해 가로수길에 갔다. 가로수길과 가로수길이 위치한 구역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밤톨처럼 커팅이 된 가로수를 바라보니 안쓰러웠다. 목적지는 서점이었다. 서점에 도착해 긴장이 풀리는 순간, 아까 미술관 입장 전 에피타이저로 먹었던 아이스크림이 탈출을 시도했다. 아는 동네가 아니라서 진땀을 흘리며 겨우 문제를 해결했고, 덕분에 4년 만에 아이스커피를 들고 이동취식을 하게 됐다. 거리에 사람이 많았으면 굳이 그러지 않았겠지만, 평일 낮이라 평화로웠다.


글쓰기나 퇴고를 해야하는데 기분전환도 하고 싶을 때, 급하게 찾는 곳은 10분 거리의 카페다. 짧은 산책과 어차피 마실 커피, 무선키보드나 책을 멀리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부담없이 외근할 수 있는 거리에 마련된 잘 꾸며진 공간과 원활한 와이파이. 한동안 여러 곳의 글쓰기 플랫폼에서 1일 1포스팅을 하느라 집밖에 나서지 못했다. 헤드라잇과 투비컨티뉴드에 적응한 4월 초부터 5월 말까지가 피크였고 스스로 열정이 넘치는 시즌이 아까워 산책은 일이 빨리 끝나거나 선약이 있는 날 벼락치기로 했다.




급기야 산책에세이에 쓸 사진이 부족해서 그동안 네버엔딩 끌어올리기로 4년 전 미국 사진에 밀려나 있던 2년 전 부산 사진을 재활용했다. 사진의 역할이 덜 중요한—혹은 '다르게' 중요한—브런치에는 오히려 최근의 사진을 올렸다. 인스타 이외의 플랫폼에서 이 부분을 간과하기 쉽겠지만, 나는 브런치에서도 커버 사진의 흐름을 유지하는 편이다. 그것도, 전체 글 순서와 매거진별 글 순서를 모두 고려해서.


그 뿐인가, 인스타에는 없는 셈이고 몇몇 플랫폼에서는 주제만 드러내도 되는 '제목'의 흐름도 유지한다. 예전에는 블로그에 업로드를 할때도 사진과 제목 등을 정돈했지만 이제 블로그는 그냥 올리려고 한다. 완전 그냥은 아니고 현재 진행중인 블챌이 체크인 챌린지다보니, 도시별로 인근 핫플을 2-3개 정도 포스팅하고 이동하는데...뉴올리언스 포스팅을 준비해놓고, 서울국제도서전을 먼저 했다.




집에서 도보거리에 대형 서점과 대형 중고서점의 지점이 있다. 둘이 붙어 있어서, 한번 나가면 두 곳에 다 들르는 경우가 많다. 플래그를 사야 할때는 대형 새책방에 가고, 커피를 사야 할때는 대형 헌책방에 간다. 새책방에는 새책도 있지만, 가끔 책보다 긴급한 문구와 인센스가 있어서 가야 하고, 헌책방에는 종종 새책 같은 헌책이 있어서 득템 찬스가 많다. 이사온 뒤 반 년 동안 열 번은 갔을 듯 하다. 그러는동안 몰랐는데, 서점에 입장하는 설렘을 잊고 있었다.


가로수길에도 헌책방이 있어서 예술의 전당과 같은 3호선 찬스를 활용했다. 어차피 집에 오려면 두어번 환승을 해야 한다. 서점의 후문(?)에서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덕분에 가장 상쾌한 시간에 두 번째 산책을 했다. 미술관 마당을 가로지르던 시간에는 너무 뜨거웠고, 기능성 산책만 했다. 다시 정문(?)으로 서점에 입장해서 원서부터 한줄씩 스캔했다. 원서 수집을 하기 전에는 책등을 읽는 것도 거의 독서급으로 피곤해서 눈에 띄는 책 위주로 본 것 같다. 지금은 내가 가진 원서(고전이나 스테디셀러)가 동네 서점보다 더 많다. 같은 곳에서 계속 사들이기도 해서 이제는 기대 없이 가끔 쓱 훑고 지나간다. 그런데...


가로수길 중고 서점에 스릴러, 판타지 원서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학교보다 먼저 다닌 새책방은 종로, 헌책방은 대학로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렸다. 생각해보니 영어 인구는 강남이 많을 수도 있겠다. 이 사람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살지 않더라도 여기를 더 많이 올 가능성은 있다. 해리포터를 읽고 중고판매한 사람들이 50대 이상은 아닐테니. 아, 자녀 대신 판매하신 분들이 있으려나?


이 서점의 온라인 구매 통계를 보면 40대 여성이 많은 것 같다. 나의 구매력 순위도 모집단이 바뀌면서 내려갔다. (30대였을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런데 왠지 이 언니들이 본인 책만 사는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 들었다. 초등 고학년 타깃의 공저서(저작권, 저자 표기 없음주의) 통계에도 이 언니들이 나타난다. 어쨌든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이 서점과 같은 집단, 40대 여성이 우세하다는 브런치에 있는 내 글은 최근 50대 여성의 뷰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주 기준, 이번주는 30대가 급상승) 여전히 영어와 형광펜 리뷰가 상위를 주도하는 블로그의 스테디한 애독자는 18-24세 여성이다.




중고서점, 혹은 그냥 서점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새로 뚫은 서점에서 다시 흥분할 수 있었다! 덕분에 도서전도 더 재미있게 구경한 것 같다. 완전 대형서점과 다르게 대형에 가까운 중고서점은 지역, 지점별로 미묘한 차이가 있다. 대학로가 각인된 이유는 그 곳에서 원서 수집을 시작했기 때문일 뿐이다. 의외로 종로는 중고서점이 약하다. 한편 도서전에서 참가한 미술 전문 출판사에서 엽서를 또 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