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엽서 맛집, 문의 가능
미술관에서 직접 제작해본 판화와 엽서를 득템한 그 주에는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수채와 컬러링 엽서 2종, 인상주의 랜덤 엽서와 수잔 발라동 엽서를 샀다. 랜덤 엽서는 아는 화가, 모르는 화가가 반반이라서 좋았다. 컬러링 엽서는 꽃이라서(아, 난 과일이 좋은데...)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수채화 전용 고급 화지였고, 향기까지 났다. 그땐 이 향기가 북 퍼퓸인지 종이에서 나는 향기인지 헷갈렸다. 엽서를 판매하는 미술서적 출판사에 가기 전에 북 퍼퓸 부스에서 시향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엽서는 밀봉돼있었고 (종이 질을 확인한 세트는 샘플) 엽서의 향기는 2차 컬러링을 했던 날까지 유지됐다. (지금은 뜯은지 오래되어 사라졌다.) 결정적으로 수잔 발라동 엽서를 꼭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그날 전시된 엽서를 종류별로 사왔고 결과는 대만족이다.
서울국제도서전 3일 후에는 강남대로의 중고서점과 대형서점에 갔다. 이 날이 엽서 사냥의 클라이막스였다. 엽서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명화 포스터를 취급하는 매장이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곳에서 '사과'를 발견했다. 그 동안 딱히 엽서 쇼핑을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그 주에는 이미 엽서가 꽤 쌓여있었고, 마침 지나가던 엽서 매장에서 올해의 최애 화가를 만난 것이다. 지난 달, 그러니까 지지난 달에 겸사겸사 선물받은 에드워드 호퍼의 엽서가 지금까지는 최애였는데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서울 전시를 통해 만천하게 공개된 조세핀 호퍼의 존재로 에드워드의 신비주의(?)적 환상이 좀 걷힌 걸까? 이미 조세핀이 언급된 책을 세 권이나 읽어서 이번 전시가 '그럼에도' 에드워드의 전시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조세핀 니비슨 호퍼의 작품은 누군가가 파괴했다.) 에드워드나 폴이나 무뚝뚝한 것까지 닮았는데, 두 작가의 배색(red and green)은 어느 정도 통하지만 화풍은 많이 다르다.
호퍼는 유행을 아예 비껴갔고 세잔은 유행을 너무 많이 추월해서 정작 본인이 유행(을 주도)할때 멍때렸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름의 계보가 있으며, 마이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산을 엄청 많이 그렸고, 주로 본인의 아내(극한직업, 인간 사과)를 그렸다. 아니, 왜 내 남편도 아닌데 또 비슷한 남자한테 반한거지? 왠지 폴 세잔도 에드워드처럼 INTP일 거 같아서 검색해보니 ISTP이다. (왠지 반가운 ISTP을 본 순간 내가 ESTP이라고 착각했는데 대체로 ENTP이기에 엄밀하게는 ESTP이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TP인게 교집합이자 핵심이랄까?)
엽서 매대에서 '사과' 정물화 두 점과 함께 알프레드 시슬레, 앙리 마티스, 구스타브 클림트 등을 챙겼고 동시에 여러 그림을 보고 싶어서 엽서 인테리어를 연구한 끝에 나만의 콜라주가 완성됐다. 마티스와 뒤피가 센터를 차지했지만 마티스 고양이위에는 수잔 발라동이 여유롭게 늘어져 있고 고개를 들지 않아도 보이는 노출존에는 베르트 모리조와 호아킨 소로야 그리고 에드가 드가의 스티커가 있다.
큰 엽서 두 배 사이즈인 미니어처들은 고급 종이에 원화 느낌으로 프린팅이 되어서 습기를 먹으면 들고 일어나는데, 그래서 모든 꼭지점이 위태롭지만 특히 마티스의 고양이가 자꾸 인사를 한다. 곧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해야겠다. 원래 인테리어는 그 집을 떠나는 날까지 끝나지 않는 거지?
의식의 흐름은 앞으로 도장깨기할 화가들의 명단을 향했는데 정작 엽서 목록의 화가들이 빠졌다. (메모해야지.) 지난 달에 라울 뒤피를 올클하고 산뜻하게 새로운 전시를 예매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용하지 못한 얼리버드 티켓 만료일(연장됨)을 앞두고 이번에는 공연 티켓이 쌓여있다. 그러니까 7월의 산책도 예약 마감이다?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는 연극 관람을 한 뒤 2주간 현생과 블챌(과 스레드라는 복병)을 해치우다 쓰러지기 직전에 시카고를 볼 것이다.
상큼한 블챌(블로그를 포함한 5개 플랫폼에서 48시간 이하의 주기로 포스팅)을 위해, 그동안 발굴한 아지트 투어를 하겠지만(못 하고 있음) 비가 오거나 시간이 촉박하거나 체력이 아슬아슬하면 방탈출이 더 힘들다. 오늘도 갈등 중이다. 돌아오는 밤산책을 위해 충전할 것인가(그런데 미라클 미드나잇) 또는 그냥 지금 밤산책을 할 것인가.
내적 갈등을 썼다 지웠다 하면서 산책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비가 와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좀 씻어야겠다. 요즘 씻고 싶어지는 주기는 약 24시간 정도인 것 같은데 그런 내가 어색하다. 그동안 얼마나 안 씻은거야. 그럼에도 씻고 다음 단계로 향하는 동력을 계속 공급받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 글을 쓰다 날짜변경선을 넘었으니, 오늘은 오늘의 글을 또 써야하거든. 원래는 밀린 책을 읽었어야 하는데 이건 또 다른 차원의 내적갈등이다.
아, 무슨 책을 들고 나가야하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