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행, 도시에서 야생으로
두번째 대륙이 북아메리카일 것도 머나먼 과거에는 예상치 못했을 일인데, 세번째 대륙이 아프리카일 것은 말해뭐해. 그러나 가고 싶어도 연고가 없거나 언어장벽이 심한 곳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가보지 않았어도 조만간 가 본 사람처럼 떠들게 될 것 같은 유럽은 갔다치고, 다시 미국을 가게될까?
'함께하는 여행'의 기준점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여행은 관심이 없던 곳이었는데도 동행이 있다는 이유로 결심하기도 했다. 물론 관심도 동행도 없는 곳은 정말 예쁘다 예쁘다 해도 안중에 없으며, 비교적 가기 쉬운 곳은 크게 아쉽지가 않다.
사람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현지에서 정보를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었던 미국이 자연스럽게 첫 장거리 여행이 되었고, 처음 목표였던 2018년보다 2년 앞선 2016년에 경유지인 댈러스에서 계획에 없던 1박 2일을 하면서 미국여행은 단숨에 중수가 되었다. 덕분에 혼자하는 여행도 단숨에 중수가 되었다.
그리고 정작 2018년에는 유럽을 건너뛰고 동남아시아와 두 번째 일본, 짐바브웨를 다녀왔다. 일본의 경우는 단지 제주보다 항공권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충동구매를 했고, 작정하고 혼자 먹방과 쇼핑, 호캉스만 하고 온 여행이다. 그렇게 혼자하는 여행에 완전히 적응해갈 무렵에 짐바브웨 갈 일이 생겼다.
혼자하는 여행과 함께하는 여행은 아주 다르지만 기회가 있을 때 가지 않으면 평생 못 갈 것 같았다. 또는, 꼭 짐바브웨가 아니더라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행을 해야만 '그동안 미뤄두었던' 세계의 확장, 모험, 휴식을 할 수 있기에 어느 시점(아마도 오사카 항공권 충동구매의 날 이후로)부터 기회를 잡는 것은 물론 여행을 떠날 핑계에도 굶주려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2019년에 대상포진 복수(revenge) 여행으로 <무한대 미국일주>를 다녀왔고, 덕분에 비포 코로나 시대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원래 미국 다음으로 가려고 했던 곳은 다름아닌 쿠바였고, 머나먼 과거의 목적지는 서유럽이었지만 여행전성기에 아직 중수였기에 (미국은 곧 고수가 되실 운명이었으나 미국 이외의 나라는 경험이 없다시피 했으니,) 망설이다 미국병에 항복하고 말았다.
게다가 미국은 갈 곳이 너무 많아서 어마무시한 동선을 기획하느라 올랜도를 코앞에서 포기하고 정작 시카고에서는 집콕을 하기도 했다. (여행 중에서 뒹굴고 쉬는 날은 필요하며, 특히나 남부에서 밤버스로 로드트립을 한 뒤에는 그럴만 했다.)
장기여행을 알뜰하게 하려면, 4주차는 작정하고 쉬던지 귀국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팬데믹이 시작돼버렸지만 앞으로 가게 될 곳을 조사할 시간이 충분하다못해 넘쳐나서, 계획했던 속도에 비해 아주 느리게 알아가는 중이다.
오늘은 짐바브웨 프롤로그를 쓰려고 했는데, 역시나 쉽지가 않다. 짐바브웨에도 다시 가야할 이유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또 다른 기회를 만나야 가능할 것이다. 자연과 가까운 여행은 (특히 여성의 경우) 안전 비용이 많이 추가되고, 모험의 스케일이 달라지기 때문에 혼자 하는 여행으로 적합할지 모르겠다. 야생의 고민을 안 해도 되는 대도시가 더욱 안전해지는 것이 우선인 한편, 야생에서 집단이나 남성의 조력이 없어도 되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