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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Aug 12. 2023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쓰는 일이 업인 사람들의 집필 에세이

출판사 도서제공


쓰는 사람들의 쓰는 행위에 대한 애증이라니,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이야기이면서도 아예 본격적으로  주제를 다룬다는 사실에 두근거렸다. 짧은 리뷰 한편을 쓰는데도 마감에 시달리는데(?) 님들은 오죽하겠냐며. 한편으로는   책이 아니더라도 종종 에세이나 인스타로 접한 수많은 작가들의 하소연(?) 바라보자니, 역시 '' 드러내는 일이란 멘탈이 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어  작가와 존재를 아는 작가는 물론  책을 통해 알게된 작가들의 진솔함은 아는 맛인 듯한 착각이  정도로 살아 움직였다. 허구를 통해 완성되는 글을 사랑하지만 근래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일상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데다, 일상글 또는 가벼운 에세이 형식으로 공개일기를 거의 매일 쓰면서 글쓰기의 문턱을 낮춘 나의 습관, 그리고 스스로 정한 마감  감히 '공감'한다고 말하긴 송구하지만  희노애락이 손에 잡힐  하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의 남다른 글쓰기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매일 연재 또는 1 1포라   있는 트레이닝을 받았다. 불과 1 전이었던 2학년때까지 고작 그림일기를 썼는데 갑자기 줄공책도 아닌 '원고지' 공책에 매일  편의 산문이나 시를 써야했다. 다만 아직은 숙제라서 하기 싫은 마음이 없었다.   '매일' 무언가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그리 많지 않았고,  학기와 새해가 올때마다 그런 무언가를 다짐하지만 짧게는 3, 길게는 2-3주면 시들해졌다.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미루면  하세월이라 예고편이라도 남겨본다.




쉬운 것에 대한 경멸 자체가 일차원적인 태도다. 들여다보면 계란말이 하나 김치찌개 하나 어느 것도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데,  너머를 보지 않고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해 버리니 냉소적이게 된다. 냉소적인 태도는 모든 창작을 갉아먹는다. -40p, 내일은 내일의 우아함이 천박함을 가려줄 테니(전고운)


그리하여 나는 요즘  예전 음악을  때처럼 글쓰기를 어서 그만두기 위하여 글을 쓰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결심을 이루는 그날까지 부디, 서점이란 공간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65p, 어느 에세이스트의 최후(이석원)




첫 책을 갓 낸 저자의 얼굴을 한 단어로 하면 '너덜너덜'이다. 기대하는 마음과 기대하지 말자는 각오, 편집자에게 이것저것 요구하고 싶다는 충동과 그래서는 안된다는 자각, 마케팅에 대한 불만과 그 과정에 대한 이해, 홍보를 해야 한다는 압박과 나대기 싫다는 소심함이 온통 혼란스럽게 뒤얽혀서는 혼이 빠진 얼굴을 하고 있다. 첫 책이 나왔을 때의 마음이 그렇다. 까다로운 작가가 되고 싶지 않지만 까다로운 작가가 왜 까다로웠는지 알게 된다. -79p,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다(이다혜)


누군가에게 나는 노래하는 사람, 영화하는 사람, 만화 그리는 사람 혹은 어쩌고저쩌고일 테지만 결국 모든 것은  '이야기'이고,  이야기들은 연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생각, 내가 만드는 것들이 언젠가는  이어질 거라고. -98p, 오늘도 춤을 추며 입장합니다, 쓰기 지옥(이랑)




내가  글로 정의된 나란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 마음은  쓰라리다.

-134p, 쓰고 싶지 않은 서른두 가지 이유(박정민)


나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 태양이 가려진 구름 밑에 있었다. 대신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아이스크림 궁전을 만들었다. -165p, 꾸며진 이야기(김종관)


안 쓸 거면 편하게 쉬든가, 편하게 못 쉴거면 쓰든가! 둘 중 아무것도 못 하면서 무서워서 인스타그램도 안 들어가고 메일함도 확인하지 못한 채 끙끙 앓았다. -187p, 무리하기, (마)무리하기(백세희)




그런 시간은 자주 오지 않는데, 가끔  시간을 만날  살아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잠깐 살아있기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일을 잘하든 그렇지 못하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몰두의 시간을 만날 때면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일이다. 나는  일을  때의 내가 좋다. 그리고 계속 나를 좋아하고 싶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214p,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한은형)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천재적인 영감보다는 성실함과 꾸준함이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의외로 당연하지 않다. 작가에게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없는 근육을 만들어 유지하는 일과 같다. -231p, 비극의 영웅(임대형)




블로그에서 썰욕구를 마음껏 풀다가 지쳐서 인스타 서평만 쓰다가 사이사이 여행에세이를 채웠고 그 글을 브런치에 물어나른지 11개월이 됐다. 작년에는 초고를 거의 매일 썼고, 올해는 후속작과 재발행과 긴 글(5천+)을 쓰고 있다. 다행히 썰욕구가 마르지는 않았다. 읽을 책은 특히 올여름에 대량구매했고, 읽다보면 쓰게 되고 할말은 늘 많다.


그럼에도 쓰기 싫은 날이 있다면.... 오늘 꼭 써야 다른 태스크로 넘어갈 수 있는 글은 꼭 쓰기 싫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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