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과 노예 해방의 불씨

해리엇 비처 스토 <톰 아저씨의 오두막> 원서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If folks want to keep their slaves from

running away, let ‘em treat ‘em well,

— that’s my doctrine.




주인공이 부르주아 백인 여성인 19세기 유럽문학이 가지는 위상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고전을 어느 정도 접해본 사람들 안에서의 인지도라고 봐야겠지. 문학 자체가 사치였거나 사치로 치부되는 가풍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독서 취향을 넓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 노예 해방의 주체인 흑인들은 세상의 마이너리티를 대표한다. 게다가 주인공인 엉클톰보다는 오히려 그 주변의 다양한 여성 인물에 의해 세상을 바꾼 이야기가 권위적인 '고전'의 목록에서 다른 책보다 자주 읽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애석하다.




원서 <Uncle Tom's Cabin>을 읽은 후 우연인듯 아닌듯 연달아 미국 남부 또는 남부에 가까운 중서부 배경의 원서 <앵무새 죽이기>, <배움의 발견> 등을 읽었다. 남부 흑인의 방언과 고어가 가득한 펭귄출판사의 <엉클 톰스 캐빈>을 1980년대 초의 판본(?)으로, 오랜시간 힘들여 읽었더니 이 다음 책들은 시대를 떠나 상대적으로 수월했고, 그 다음 책들은 훨씬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비문학' 원서 트레이너였다면,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은 '문학' 원서 트레이너였다. 둘다 고전이고 분량도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평범한 비영어권 외국인이라면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중급 이상의 문해력과 어휘력을 갖추고 도전하기 바란다.


최신 버전의 <엉클 톰스 캐빈> 완역본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원서 완독은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진정한 메세지를 읽어내려면, 요약본이나 어린이 버전이 아닌 원본의 결말을 봐야한다. 펭귄클래식의 80년대 초 판본보다 더 최근(?)에 나온 원서를 읽어도 좋겠지만, 고어나 방언은 그대로일 가능성이 크다. 펭귄 이 버전의 Introduce (작품해설) 추천.




남북전쟁과 노예 해방은 미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한국사에서 조선 건국, 쯤 의 위상일까? 조선은 원래 신분제도를 폐기하고 건국한 나라여서 능력 중심으로 인재등용을 하기위해 평민도 과거시험을 볼 수 있는 나라였다. (양반은 태어난 신분을 칭하는 게 아니라 과거에 급제한 공무원인 문반+무반을 부르는 말이다.) 조선에서 한몫잡은 이들이 대대손손 권력을 물려주어 그 '능력'마저도 세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지금의 한반도가 증명하고 있을 뿐.


마찬가지로 백인 부르주아가 스탠다드인 미국 사회는 여전히 인종편향이라는 필터가 끼워진 채 유색인종과 같은 마이너리티 적극적 우대정책 비난, 형사재판의 인종차별 등의 문제가 있다. 말콤 글레드웰의 <블링크>에 의하면 2005년 기준, 흑인의 ‘유죄판결’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각하다고 한다. 특히 사법부의 차별은 <앵무새 죽이기>를 기점으로 폭로됐지만, 2010년대 미국드라마 <범죄의 재구성: How to get away with Murder>에서도 시즌마다 반복되고 있다. 트럼프는 말해모해.




“I’d sell them, and buy a place in the free

states, and take all our people there, and hire teachers, to teach them to read and write.”



뒤로 갈수록 드라마틱해지는 남부 랜선여행은 직접 읽고 그 맛을 봐야한다. 책소개책에도 등장하고 국내에서는 얼떨결에 어린이 버전으로 그나마 조금 알려졌으나 작품의 위상에 비해 인지도가 너무 낮아서 안타깝다. 해리엇 비처 스토가 백인 여성이지만 (코네티컷 목사 작가 집안의 딸이라 1990년대에 시작한 미드 <길모어 걸스>에도 나옴) 미국사회에 노예해방과 여성주의적 글쓰기의 씨앗을 심었다는 사실이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았거나, 잊혀졌다. (혹시 다들 몰래 읽고 계시는 건가요....?) 미국에서만 유명한 몇몇 작품은 의외로 한국에도 마니아층이 있었고(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나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유럽에서 안 읽히겠지?) 반면 한국에서만 실패한 사례(블록버스터 <헝거게임> 시리즈, 오바마 추천작인 <워터 댄서>)도 있다.


<엉클 톰스 캐빈>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과 같은 시대의 작품이지만 그만한 대접을 못받고 있다. 영국문학에 비해 미국문학이 국내에 덜 알려진 것을 감안해도, 수준있는 미국드라마나 현대문학에서 언급되는 빈도가 <모비딕>보다 훨씬 낮다. 만만치 않은 분량의 <모비딕> 역시 실제로 읽어봤다는 사람을 거의 못 보긴 했지만 해시태그 '모비딕'이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범위가 해시태그 '엉클톰스캐빈'에 비하면 훨씬 더 넓고 다양하다. (상징적인 해시태그가 종종 그러하듯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좀 더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다가가고 싶다면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먼저 읽자. 번역서도 원서도 구하기 쉽고 난이도와 분량도 만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