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단편집 원서읽기
영어 리부트를 일단락하고, 에드거 앨런 포를 처음 읽어보던 순간을 기억한다. 수많은 범죄수사물, 미스터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그의 이름은 과대포장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미스터리의 대명사, 어쩌면 그 자신보다 유명해진 셜록 홈즈와 코넌 도일의 뮤즈, 그리고 미국인의 자랑스러운 국민작가였다.
영어로 거의 처음 제대로 읽은 고전 문학(말 그대로 고어가 가득한)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와 해리엇 비처 스토를 읽는 동안 어려움도 배움도 많았다. 어렵기로는 번역서를 읽지 않은 셈이었던 <톰 아저씨의 오두막>도 지지 않았고, 번역서를 읽고 바로 도전한 포의 그 유명한 단편소설은 대략적인 큰 그림을 가지고 시작해서 모르면 모르는대로 읽어나갔다. 대신 초독은 번역서를 읽었던 부분으로 끝냈다.
약 1년 뒤, 비영어권(프랑스어, 스페인어)의 고전들과 함께 쟁여놓고 읽지 않은 영어 고전들도 소환해봤다. 야심차게 펭귄 버전으로 모으고 있던 책들도 차례차례 정주행했다.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던 <오만과 편견>도 흐름을 놓치지 않고 완독했고(그 무렵에 읽었던 다른 고전 원서와 번역서들의 힘!) 중간리뷰가 흐지부지된 <톰 아저씨의 오두막>도 다시 소환했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가 돌아왔다.
대략 본문만 450페이지에 달하는 시, 소설, 에세이와 리뷰 모음집에서 번역본을 확보하지 못한 단편소설과 에세이, 리뷰를 읽었다. 약 1년 동안의 기복이 심했던 영어독서와 블로깅, 민음사 카탈로그 덕분에 얼떨결에 리부트가 되어버린 고전문학 도전의 시너지로 읽어내는 깊이가 달라졌음에 뿌듯해하면서.
포의 단편소설은 읽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으스스함과 쫄깃함의 총체이다. 각 작품마다 나름의 스릴 포인트에 충실하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주력했던 에세이와 리뷰는 그의 sarcasm과 언어 사용 능력의 총체다. 소설에서도 남다른 운율미를 뽐내던 그의 문장은 장르별로 타 작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그 존재를 드러내며, 전문을 읽지는 못했지만 에세이에서도 그런 재치와 풍자가 흘러넘친다.
근현대 영문학의 대가를 칭찬할만한 주제가 아니란 건 너무도 잘 알지만, 포와 오스틴을 읽다가 다른 작품을 읽어보면 나름대로 그 온도차를 감지할 수 있었다. 아직 고전문학에 미숙했을때 고어와 프랑스어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던 기억이 불과 1년 전이다. 여전히 어휘력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지만, 파닥거리고 조여드는 문장의 맵시는 하루하루 나의 영어 폐활량을 위한 에너지원이 되었다.
이 책을 다시 읽은 시즌 2에는 있는 집중력을 쥐어짜서 에세이와 리뷰를 소화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한 것 같다. 가장 기대했던 부분인 시 파트를 읽지 못했다. 이미 한 장의 삽화로만 남아있는, 읽은지 오래된 소설들과 함께 한번 더 도전하기로 하고 다음 책은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야겠다.
*영어 읽기의 기초가 부족하다면 셜록 홈즈 시리즈의 단편을 10개 정도 읽고 오는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