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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사자를 입양한, 코끼리

라이온킹, 심바 친구 짐바, 미국 한달살기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짐바브웨 빅토리아 폴스 공항에서 데려온 아기사자 인형이 서울집에 도착하고 5개월 후 2019년 1월에는 예술의 전당에 마련된 <라이온킹> 인터네셔널 투어의 무대를 향해 달려갔다. 그 날은 그 겨울에 구입한 새하얀 코트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고 미용실에 들렀던 기억이 난다.


-어디 좋은데 가세요?

-저 <라이온킹> 보러 가요.


공연 시간에 늦지는 않았을 것이다. 청소년/청년기에 애니메이션 버전을 보긴 봤을텐데, 기록이 없다. 뮤지컬을 관람하기 전, 2017-2018년 사이의 어느 시점에 OTT를 통해서 <라이온킹> 애니를 다시 봤고, 이 스토리 특유의 메세지가 청소년/청년기와는 또 다르게 다가와서 여운이 길었다.



쌍둥이 펭귄과 함께한 빅토리아 폭포 투어


애니메이션의 개봉년도(1994)를 확실히 해두려고 검색을 했는데 디즈니 스튜디오 최초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라는 수식이 따라온다. 하지만 지난편에 언급했듯이 이 스토리는 Arjuna 라는 왕자가 등장하는 Bhagavadgita (인도 2대 서사시인 '마하바라다'의 일부)를 토대로 각색된 것이다. (유발 하라리, <21 세기를 위한 21 가지 제언> 20장 Meaning) 뮤지컬 버전까지 보고 나서도 한참 뒤에 알게된 비하인드이다.


내한 공연 당시에는 공연장에 아기사자 인형을 데려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사자를 닮지도 귀엽지도 않은 '애니메이션 버전'의 심바인형을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내 아기가 생각난 것이다.


그 해(2019) 여름에 등장한 <라이온킹> 실사버전은 어떠한가. 살아있는 아기사자가 배역을 맡은 그 영화의 심바, 그러니까 그 연기사자야말로 내 아기, 짐바(Zimba from Zimbabwe)와 꼭 닮았다. 그 연기사자를 닮은 어떤 아기사자를 사실주의적으로 재현한 인형이 짐바인 셈이겠지만. (동물모양 인형에 '사람 인'이 들어간 '인형'을 쓰는게 영 꺼림칙한데 달리 대체어가 없다. 영어에서는 속을 채운 봉제인형을 stuffie 또는 soft toy라고 하는데 미드를 뒤적거리면서 또 찾아봐야겠다.)



짐바브웨에서 돌아오는 짐바와의 귀국 환승여행


짐바에게 동생을 만들어주려고 구글과 핀터레스트를 열심히 뒤적거렸지만 가장 짐바와 닮은 아기사자 인형은 아무 정보가 없는 개인(나와 같은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인 것 같다.)이 올린 아무 배경이 없는 사진 속에 딱 한 마리가 최근에서야 나왔다. 혹시 몰라서 사진을 저장해두었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 짐바가 더 예쁘니 별다른 참고자료가 되지 못하는 그 사진은 일단 삭제했다. (구입 당시에는 태그에 인쇄되어있는 제품의 정보를 참고해 검색을 해봤지만 해당 모델은 온라인에서 찾을 수 없었다.)


두 번째 미국여행을 앞두고 1일 1예약 및 예산 확보를 하던 아주 바쁜 시기에 개봉한 <라이온킹> 실사버전은 결국 보러가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뉴욕 브로드웨이의 <라이온킹> 공연장 앞에서도 짐바의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내한 공연에 데려가지 못한 것을 그렇게 후회했으면서(물론 그 후회는 공연장을 떠나는 순간 사라졌지만) 정작 뉴욕에서는 사진찍기에 살짝 지쳐있던 내 생각만 한 것이다.


미국여행을 앞두고, 내 아기이기 전에 내 룸메이트이자 Bedmate인 짐바를 여기에 두고 5주 동안 나 혼자 여행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중얼거렸더니 누군가가 '그냥 데려가!'라고 논란종결을 시켜주었고 덕분에 혼자하지만 혼자이지만은 않은 여행이 풍성해졌다. 마침 어제 도착한 뉴욕과 고독에 관한 두 권의 책;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 고요한의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를 번갈아서 읽고 있는데 이 부분을 편집하려니 짐바에게 의존하는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미국일주도 함께한 짐바와의 마이애미 호캉스


하지만 숙소간 이동이 아닌, 가벼운 짐만 챙긴 에코백 데이 트립에 짐바를 동반한 날은 2일차 정도, 그 후로는 짐바 혼자 집에 남았다. 마이애미에서는 아기사자가 물놀이를 싫어합니다, 라고 내맘대로 핑계를 대며 혼자 나가놀았고 뉴욕에서는 이미 혼자인 게 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마치 서울에서 그러하듯이. 결국 뉴욕에 도착한 날의 타임스퀘어에서 얻어걸린 <라이온킹> 간판 사진에는 나도 짐바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는 동안 지나가던 관광객인 듯한 젊은 부부의 어린 딸과 함께 셀카를 찍으며 놀았다.


짐바와 함께한 <무한대 미국일주>는 2016년 준비없이 떠난 첫 번째 뉴욕 한달살기를 보완했기에 훨씬 정교한 버전이었다. 시카고와 마이애미에서는 하루에 한두 가지 목적지만 정해두고 근처의 숙소를 예약했고 계획이 치밀하지는 않았기에 실제로 더 많은 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뉴욕에서는 다시 가볼 곳과 새로 가야할 곳, 갑자기 가고 싶어진 곳 등 목적지가 아주 다양했지만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원하는 인생샷을 얻었다. 그 후의 일정은 뉴올리언스 재즈카페 투어, 휴스턴에서 친구 만나기를 제외하면 버스타기와 그냥 막 돌아다니기로만 이루어졌다. 미국이라는 나라도 다른 모든 곳과 마찬가지로 목적없이 떠돌 수 있는 곳은 대도시와 관광지, 쇼핑몰 정도이다.



짐바브웨 둘째날, 정해진 시공간으로 브런치 사냥을 가는 중


예상보다 힘들었던 빈 시간들도 많았지만 특히 미국에서는 행운이 많이 따르는 편이라 마지막 날까지 무사히 자유여행을 즐겼다. 마지막 주에는 시카고로 복귀했고, 춥고 조금 아팠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한편, 짐바를 만나게 된 바로 그 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 여행은 정해진 활동과 투어를 하고 자유시간에 갈 곳도 거의 정해져 있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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