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진 <있는 그대로 튀니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나의 일이고 나에게 벌어지는 일이 세계의 일이기도 하다. -237p, 에필로그
각 나라들은 자국의 역사적 배경과 현실에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이행해간다. 혁명은 단기성 이벤트가 아니라 민주주의로 가는 지난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33p, 1부
튀니지 아랍의 봄 현장을 경험한 오영진 작가를 클럽하우스에서 만났을 때, 나도 짐바브웨에 다녀온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저자의 독특한 해외경험이 책으로 나올 날을 고대하고 있었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나의 첫 다문화 수업’ 시리즈를 이 책으로 시작할 수 있음에 미리 행복을 예감했다.
초록비책공방의 아프리카 관련 책들과 서울 아프리카 페스티벌을 우연히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사는 다시 미국으로, 유럽으로 이동했다가 그나마 프랑스 문학에 좀더 가까워진 최근 1년동안 마그레브(서북 아프리카) 지역으로 돌아왔다.
앞서 리뷰한 마리 카르디날의 <말하기 위한 말>과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령 알제리, 지중해 또는 이슬람 문화를 전달해준 여행책들, 오영진 작가와 함께한 2024 서울국제도서전의 해외 부스를 통해 호기심은 부활했으나 정작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생각지 못한 버퍼링이 있었다.
나는 튀니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모든 것을 이책에 의지해서 새로 배워나가는 기쁨에는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했다. 사전정보가 거의 없는 나라의 (그나마 쉬운) 지리를 거쳐, 역사와 사회문화까지 입력해야 하는 (내게는 힘든) 인풋의 시간이었다. 고등학교때까지 사회과목의 성적이 가장 좋았던 건 ‘우리나라’에 한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역사덕후 아님주의) 한편 초반에 여성인권과 온라인 혁명 등을 왕성하게 읽으면서 튀니지에 애착을 형성했기에 그러니 어서 완독해야지, 하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튀니지 혁명은 아랍권 지역에서 일어난 첫 시민운동으로 시민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145p, 3부
튀니지 사람들에게 카페는 맛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를 제공하는 장소라기보다는 커뮤니티와 사교의 공간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프랑스 지배 당시 20세기 지식인, 독립 활동가들의 만남과 토론 장소로써 그리고 민주주의 운동의 출발지로써 혁혁한 공을 세운 출발지이기도 하다. -174p, 4부
헤나는 문화와 지역을 초월한 결혼식의 필수 전통으로 인도,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다. -196p, 4부
제르바는 튀니지 사람들에게 최고의 신혼여행지이자 유럽 사람들에게도 주목받는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자연 경관이 아름다워 ‘망각의 섬’이라고 불렸으며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매혹적인 연꽃을 먹는 사람들의 고향으로 전해진다. 지중해 코발트색을 배경으로 야자수와 올리브나무가 초록빛을 더하고, 운이 좋다면 핑크 플라밍고의 군무를 볼 수 있는 지상 낙원 같은 곳이다. -220p, 5부
카이루안의 대표 랜드마크인 대모스크는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모스크로, 초기 이슬람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건축물의 웅장함과 화려함이 아글라브 왕조의 번영했던 시대를 대변한다.
-235p, 5부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당연히 더 좋겠지만(이책은 청소년 인문 혹은 입문? 도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전정보가 거의 없는 나라인만큼 그냥 읽어도 좋다. 아프리카의 마이애미, 아프리카의 예루살렘, 아프리카의 로마를 조금 빨리 눈치채고 먼저 여행계획을 세우거나 지식의 사각지대에 불을 밝혀보는 건 어떨까. 관광지로 알려진 일부 지역에 한정되지 않은 경험을 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건 역시 독서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