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Nov 08. 2022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책쓰기 매뉴얼

<책 한번 써봅시다>는 글쓰기보다 책쓰기에 대한 책이라서 읽어보고 싶었다. 글쓰기 책도 어느 시점에서는 필요할지 모르겠다. 다만 글쓰기 자체가 막막하다, 그런데 쓰고 싶고 더 나아가 잘 쓰고 싶다, 이런 욕구를 가진 독자와 예비작가들이 글쓰기 책의 타깃이라면 그 당사자들의 절대적인 독서량이 더 걱정된다.


충분히 읽었고 그래서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긴 거라면 how가 부족한 상태는 아닐 테니까. 절대적인 독서량이라고 했지만, 이 표현은 책의 '권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코어를 건드리는 책을 얼마나 깊게, 여러 번, 관련해서 읽었나, 이런 것들이다.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저자와 독자들은 세상이 구호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지루하고 덜 통쾌한 연구와 토론을 참고 받아들인다. -16p,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
머릿속에 품고 있던 구상을 자기 손으로 정확히 현실에 구현하는 순간은 정말이지 짜릿하고 통쾌하다. -37p, 쓰기, 재능 없어도 됩니다


이보다 더 가이드에 충실한 책도 읽어봤다. 쓰고 싶게 만드는 힘은 개인차가 있겠으나 장강명 작가님이 은연중에 드러내고 자극하는 '작가'의 코어가 내겐 좀 더 설득력이 있었다.


친절한 가이드도 괜찮다. 그리고 이 책도 그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책쓰기를 포함한 모든 창작행위, 또는 성장과정에서 How 보다 Why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시작한다.


직장 동료가 댄스학원에 다닌다고 하면 멋지다고 응원해주지, 언제 아이돌로 데뷔할 건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48p, 글재주 잠재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피아노를 칠 줄 알면 라흐마니노프가 다르게 들린다. -54p,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나는 '서른 즈음에 소설가가 되는 게 적절하고 나는 좀 늦었나 보군'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더 먹은 지금 젊은 작가라고 불린다.
-58p,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필사를 하려거든 경쟁사의 신제품을 분해하는 엔지니어의 마음으로, 뚜렷한 목적의식을 품고 해야 한다. -78p, 초보 작가의 마음가짐


버릴 문장이 1도 없는 책이란 이런 책일까?


아니 실용서가 이렇게 심쿵해도 되냐구요. 아직 장작가님의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느낌 아니까. 컬렉션 만들겠습니다.


보부아르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의 화려함과 시카고 최하층 술집의 생기에 감탄한다. 반면 사회 전체에 깔린 듯한 얄팍한 낙관주의와 깊은 인종차별에는 진절머리를 낸다.
-122p, 에세이 쓰기 3
마크 트웨인, 조지 오웰, 루이스 캐럴, 오 헨리, 이상, 이육사, 박경리, 신경림, 이문열, 황석영, 다자이 오사무, 에도가와 란포... 모두 필명이다. -136p, 에세이 쓰기 5


이 시점에서는 1년 이상 지나온 작년 가을에 구입한 책이다. 책 자랑은 하고 싶어서 올 초에 기대평을 썼는데 지금보다도 독서의 흐름이 더 산만했을 때라 천천히 야금야금 아껴 읽었다. 언제 읽어도 재미있지만 강의록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책이다. 한 권에 최소 한 학기 분량의 지혜가 농축되어 있으므로 한두 챕터씩 읽고 제대로 소화해야 했다.


젊은 여자들에게 거부당할까 봐 두려운 나머지 허세를 부리고 욕을 하다가 어느 순간 급작스럽게 비굴해지는 그 녀석들의 마음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그게 바로 나였으니까.
-162p, 소설 쓰기 2
인물의 고통을 강조하고 싶다면 그의 표정을 보여줘라. -180p, 소설 쓰기 4
그 현장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냄새는 어떤지, 온도나 습도, 인상과 분위기는 어떤지도 살피자. -216p, 논픽션 쓰기 3


앞부분을 까먹으면 더 좋다. 다음 부분을 읽을 때 궁금해서 복습하게 되니까. 그렇게 몇 달만에 완독을 하고도 몇 달을 더 묵혔다. 완독평을 쓰는 김에 또 복습을 했다. (이 글을 다시 정돈하는 과정에서 한번 더 복습을 하고 있다.)


욕을 먹어야 한다면 정확한 욕을 들어먹기 위해 애쓰자. -233p, 퇴고하기, 피드백받기
나 역시 남의 책을 발견하고 추천하는 독자의 한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44p, 투고 요령과 독서 공동체
특히 문학이 아니라 비문학, 그것도 얼마간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 책을 냈다면 비슷한 주제로 책을 두 권쯤 더 써보길 권한다.
-253p, 첫 책과 그 이후


그동안 인스타 듀라셀 모드를 활용해 이미 (약 3권의) 초고를 (각각) 3분의 1권 정도 쓴 상태인데 (어우 산만해) 내가 요즘 생각하거나 (메시지 창에서) 말하는 글쓰기론이 거의 다 이 책에 있었다. 내 생각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초고 중에서 한 권은 브런치북으로 발행했다. 나머지 두 권 중에서 한 권은 <미국일주>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의 한 파트로 포함될 부분이자 장기적인 자료가 될 예정인 <가벼운 예술여행>이다. 나머지 한 권의 일부는 브런치에도 정리해 둔 <아프리카> 여행 에세이지만, 추가 집필 계획은 취소한 상태이다. 다음 책은 샘플 챕터가 전혀 없긴 해도 <미국일주>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 될 <미드뷰포>이다.)


어떤 이야깃거리들은 처음부터 마음에 커다란 덩어리로 들어앉아 있었다.
-263p, 소설 소재를 어디에서 찾을까
나는 뼛속까지 엔지니어 기질이 있어서, 내가 하는 작업을 분석하고 공정을 개선하는 데 관심이 크고 이런저런 실험도 자주 벌인다.
-273p, 나는 어떻게 쓰는가


작가로는 치명적이지만 텍스트를 기억하지 못해서 스토리를 머릿속에 영상화한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반복학습을 한 것들은 원문이 저장된다. 표절 조심하자. 보부아르 빨리 읽고 조지 오웰도 읽자.


(일단 헤밍웨이를 지나 카뮈와 피츠제럴드에게 머물러있다. 다음은 오웰이다. 연말이 다가오니 얇은 책을 여러 권 읽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네이버에서 '나만 이상한가'로 검색해보니 블로그 포스트가 58만 2389건 나온다. -279p, 내 글쓰기의 스승
세상과 끝내 화해하지 못하는 자들만이 글 따위에 매달리게 된다.
-282p, 내 글쓰기의 스승


내가 이와 비슷한 책을 쓴다면 마거릿 애트우드가 조지 오웰처럼 등장하겠지? 그런 날을 상상해본다.


애트우드의 신간(번역서)은 올해 안에 읽을 가능성이 희박해서 아직 장바구니에 있다. 이와 함께 올리비아 랭의 신간, 오랜만에 개정판으로 등장한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이 순간을 위해 미루어두었던 캐롤라인 냅의 에세이를 구입할 예정이다.


내가 더 멀리서 죽을 테다.
-299p, 저자란 무엇인가


제가 더 멀리서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작가님과 동시대인이라서 영광이고, 조금이나마 더 늦게 태어나서 다행인 것 같다. 앞서 이 항해를 떠난 분들은 등대가 되어주기에, 나는 장강명이라는 등대가 있어서 그분의 시행착오를 간접 경험해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 감사함은 나 또한 등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으로 보답하겠다.






이전 22화 콘텐츠 창작자의 철학 입문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