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2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참혹한 이유

존 엘리지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도서제공리뷰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지정학과 인류사를 단번에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사, 특히 유럽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쉬운 1부보다는 3부 외부효과부터 읽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회과부도나 지도책, 지구본을 옆에 두고 이 책을 읽는다면 세상을 보는 안목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414p, 옮긴이의 말(김이재)



마이애미에는 바다가 없고(마이애미 비치는 마이애미 시티와 별개의 도시!)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은 뉴저지주 경계를 넘어서 통근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과반수가 서울, 경기, 인천에 거주하는데(전철은 강원도와 충청남도까지 연결되어 있고!) 아무리 넓다고는 하지만 4대 도시가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는 미국을 제대로 여행하기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뉴욕을 중심으로 보스턴-워싱턴 광역권을 여행하고 텍사스 두 번(3년 간격), 시카고 두 번(같은 여행의 시작과 끝), 마이애미와 마이애미 비치, 웨스턴팜비치(당일치기)를 포함한 플로리다에 다녀오느라 30대에는 이것말고 성취한 게 없다.


아, 맞다. 일본이랑 짐바브웨도 다녀왔지.




편의상 38(도)선이라고 부르는 휴전선을 평생 의식해 온 한국사람이라면 지리덕후가 아니라도 경계에 민감할 것이다. 옮긴이의 말을 통해 “전쟁은 최고의 지리 교사”라는 서양 속담을 (방금) 알게 되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전쟁(에 따르는 피해), 그 거대한 오징어게임을 관전하는 재미가 없었다.


지리와 지도, 지구과학은 좋은데(천문학 말고!) 철없을 때는 삼국지5 게임을 내 이름으로 플레이하다 천하통일도 이루었는데. 그러던 내가 21세기에도 어디선가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해서 적당히 모르는 척 하고 살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지구가 멸망할 것이기에 세계대전 규모의 전쟁을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고 그런 순진함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누군가는 전쟁을 일으켰다.




<경계로 본 세계사>는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든다. 전쟁의 목표나 과정보다는 전쟁의 결과로 지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여전히 어딘가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의 지도는 어떻게 그려야하는지 생각해본다. 역자 후기를 마지막에 읽었지만 본문을 순서대로 읽진 않았다. 한국 사람이 한국어로 번역한 이 책을 펼치면 ‘한반도 분단’ 챕터를 보게 되니까.




네 번째 전쟁은 1971년에 일어났으며, 당시 동파키스탄이 독립을 시도하면서 또 다른 신생 국가 ‘방글라데시’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때문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영국령 인도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방글라데시 국민이 되었지만,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국적이 세 번이나 바뀌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이제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195p


전투가 끝날 때쯤, 약 300만 명이 사망했다. 한국의 주요 도시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양측 모두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학살했고, 북한은 전쟁 포로들을 고문하고 굶겨 죽였다. 민간인 사망률을 비율로 계산하면, 한국전쟁은 2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참혹한 전쟁이었다. -224p


‘도시’와 문명‘이라는 단어가 같은 어원을 공유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문명이란 본질적으로 정치적 조직, 경제적 잉여, 계획 등이 결합된 개념이며, 이 모든 것은 대개 도시적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82p


다시 말해 우주의 시작점은 부자들과 그들의 장난감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논의한 다른 많은 경계와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의 문제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공식적으로 우주의 시작 고도를 정의하는 데 주저해온 이유일지도 모른다. -403p



​한국 파트만 읽고 던져둔 <지리의 힘> 원서를 꺼내보니, 러시아, 중국, 미국, 서유럽, 남미 등으로 이어지는 목차에서 단연 눈에 띄는 챕터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이야말로 이제야 겨우 조금 알게 되었고,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이라는 거대한 숙제가 남아있지만 인도와 일본이야말로 막연하게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지리덕후라면 이제 천문학도 해야겠지? 그런 의미에서 미리 꺼내둔 <코스모스> 원서도 더 가까운 서가로 이동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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